연지동 일기45
오래 전, 동토의 땅 '툰드라'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곳에 사는 순록의 몸에 까맣게 달라붙은 모기떼들을 보았다.
모기떼들은 흡혈귀처럼 피를 빨아 순록들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였다.
다큐를 본 이후로, 모기를 쫓아낼 수 있는 내 손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된 뒤로, 자유를 얻게 된 손이 모기를 쫓을 수 있게 된 것은 극적인 행운이다.
인간도 네 발로 늪이나 평원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면, 수많은 모기떼의 빈번한 습격을 받아 죽음의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
순록들은 그나마 꼬리로 한번씩 모기들을 쫓았지만, 인간에게는 꼬리마저도 없지 않은가(물론 아주 오래 전에는 있었겠지만).
팔뚝이나 다리 등 온놈이 모기의 공격을 받았을 때, 그것들을 때려잡으며 춤추듯 몸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물론 뇌나 도구를 써서 모기를 쫓는 일을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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