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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화 Sep 11. 2023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최지환,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나는 음식과 음악에 관해서라면 가리지 않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나를 재우고 깨우고 위로하는 장르는 대개 클래식이다. 클래식은 거실에서 연습복을 입고 발레 학원 차를 기다리는 동안 오후 햇살이 떨어진 뽀송하고 나른한 여느 어린 날의 기억처럼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나는 클래식을 잘 모른다.


작년에 베를린을 여행하는 동안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을 아주 싼 값에 볼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황홀함은 자주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다. 베를린이 좋고 베를린에 다시 가고 싶은 이유도 다 거기에 있었다. 베를린에서 돌아오는 기차에서도 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반을 들었다. 그런데 내 여행기를 들은 독일인 플랫메이트가 내게 무슨 곡을 들었냐고 물었을 때,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른다고 대답을 한 자신에게 충격을 먹은 나는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많은 클래식은 표제음악이 아니다.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처럼 요즘 작곡되는 클래식에는 제목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Piano Concerto No.1 in G Minor, Op. 25, MWV ...(후략)" 이런 식이다. 또, 내가 선호하는 클래식 음악은 사람 목소리가 없다. 가요는 가수의 목소리에 분명한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은 해석의 여지가 보다 다. 물론 그게 클래식의 묘미이며, 표제를 붙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직 선율에 기대어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클래식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내게 클래식은 너무나 완벽한 가구음악이다. 클래식은 내가 쉬는 동안, 낮잠을 자는 동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동안,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사건이 벌어지는동안 내가 몰두하는 것의 배경에서 흘러나오는 내 관심 밖의 음악이었다.


사티는 1917년 처음으로 '가구 음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자신의 음악이 집 안에 늘 놓여 있는 가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들려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음악을 들을 때 온 힘을 다해서 듣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무심하게 흘려듣기를 권합니다.

최지환,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북라이프(2023), 201


문득 나는 나의 가구를 성심성의껏 골라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독후감의 일환으로,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중 몇 곡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Jean-Yves Thibaudet

Marianelli: Dawn (From "Pride & Prejudice" Soundtrack)

https://youtu.be/q43j8U8spI8




John Lewis

J. S. Bach: Preludes and Fugues : Vol.1

https://youtu.be/22yLbGU3obA?list=PL9bCvbP_sPluJkWsL_1CSJnLwaURqICQB




Amy Dickson

Truth, And Then There Were Teardrops

https://youtu.be/heDyUICurP0




London Symphony Orchestra, Andre Previn

The Nutcracker, Op. 71, Act 1, Scene 2: No. 9, Waltz of the Snowflakes

https://youtu.be/fLKhWl3tEkk




Jan Lisiecki, Orpheus Chamber Orchestra

Mendelssohn: Piano Concerto No. 1 in G Minor, Op. 25, MWV O7 - Ⅲ. Presto. Molto allegro e vivace

https://youtu.be/E4q9RyYU8DY




London Symphony Orchestra

Mozart: Allegro from Symphony No.5 In B Flat

https://youtu.be/H5f2IDcOk08




Nodame Cantabile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 중 제1악장에서

https://youtu.be/Z0Ea_ZqEJSU?t=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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