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소터, 〈와칭 디텍티브〉(2007)
https://youtu.be/5zAlj88qmOI?feature=shared
후기 레쓰고
킬리언 머피의 희귀한 로맨틱 코미디 〈와칭 디텍티브〉. 정말 귀한 게, OTT에도 없고, 개별 구매도 제공하지 않는다. 못 보나 싶어서 거의 눈물을 흘릴 뻔했는데 유튜브에 무료로 풀었더라.
이런 로맨틱 코미디를 본 적이 있나 싶다.
아시안 여자가 등장하는데 그의 가족이나 배경은 소재거리가 되지 않는다. 마치 에즈라 잭 키츠의 동화 「눈 오는 날」에서 흑인 소녀가 흑인이어야 할 아무런 이유 없이도 그려진 것처럼. 생각해 보면 흑인 소녀의 일상에도 그런 눈 오는 날이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도 그의 가족적 배경이나 이민의 역사 없이 그저 한 인간으로서 누군가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킬리언 머피가 분한 '닐'은 멋지지도 용감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그저 쬐끄만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젊은이다. 그런 닐과 바이올렛이 공범이 되어 서로에게 흠뻑 빠지는 장면들이 반짝거린다.
사랑과 시간의 관계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왔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시간의 흐름이 동일하다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호감을 느낄 때 시간은 마구잡이로 흐른다. 우리는 오늘 내 앞에 있는 당신을 사랑하므로, 당신을 말처럼 마땅히 나와 같다고 여기므로 그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 뿐 아니라 그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한다. 바이올렛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닐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다 못해 스토킹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듯이. 그러므로 사랑은 후에 어느 방향으로 흐르건 지금 이 순간에서 출발해야만 할 것이다.
많은 작품 속 왕자님들은
잘생기고 몸이 좋으며
돈과 권력의 중심에 있으며
정의롭다.
시간이 흘러 이제 그에 더해
상대방을 돕되 기꺼이 돕고
다양성과 평등에 관해 남들보다 진보적인 시각을 지녔다.
그러나 그런 모든 조건을 살펴본 뒤에 사랑은 이미 떠나지 않나?
사랑은 훌륭한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함께이기를 추구하는 본질을 고려할 때, 사랑은 되려 불완전한 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바이올렛의 도를 넘은 낚시질에 미쳐버린 닐이 대체 내게 왜 이러냐고 하자, 바이올렛은 "네가 내게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싶은 거야!"라고 외친다. 이 얼마나 솔직한가? 바이올렛은 닐을 사랑해서, 닐이 자신을 그만큼 소중히 여기는지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 한다. 닐의 무의식에도 자신이 있기를 원한다. 닐의 한계에서도 자신이 함께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닐은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기꺼이 연인이 짠 각본의 주연이 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가 영화같은 삶을 사는 여자의 덫에 감기는 이야기, 〈와칭 디텍티브〉.
눈 내리는 3월에 보기 딱 좋은 영화였다. 이상하고 사랑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