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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N Feb 03. 2024

영어 업무, 실패해도 괜찮을까?

끝이 안 나는 번역 수정

통번역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는데 공부가 어마어마하게 힘들다고 한다. 매일 랜덤으로 한 학생을 불러서 교실 앞에서 통역을 시킨다고. 긴장해서 휴학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육아를 직접 하면서 공부할 수 없는 양이라고 한다. 아기 엄마들은 대부분 육아를 다른 곳에 부탁해야 졸업할 수 있다고 한다. 듣다 보니 요새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혼란을 겪는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번역 일을 맡겨서 착수한 지 일주일이 됐다. 아르바이트로 번역을 많이 해봐서 시작할 땐 그리 걱정되지 않았는데, 막상 하다 보니 걱정이 됐다. 다른 영어 잘하는 직원들이 보고 지적을 하면 어쩌지? 그래서 초안을 ChatGPT로 검수하고, Grammarly로 문법을 한번 더 확인하고, 다시 국문 PPT와 비교하고… 하다 보니 끝이 날 것 같지가 않다.


아기를 보다가도 하던 일이 퍼뜩 떠올라 갑자기 노트북을 켠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노트북을 닫는다. 아기가 자면 다시 일하기 위해서다. 아기를 겨우 재우고 10시가 넘으면 다시 일에 착수한다. 열두 시가 훌쩍 넘어 겨우 끝낸다. 원래 야식으로 먹으려던 컵라면은 수프만 부어놓은 채로 잠이 들었다.


뭔가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나만의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훈련하는 과정은 언제나 너무 힘들다. 때로는 노력해도 안 되는 것 같고, 자신의 부족함만 계속 직면하게 된다. 이런 일을 겪다 보면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도 떨어진다.


지금 영어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고 잘 안 되는 일이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해 본다. 정말 나이가 많아지면 그땐 잔소리도 더 듣기 싫어질지도 모른다. 지금 실컷 도전하고 추억들을 만들자고 생각한다. 이렇게 일기를 써두면 나중에는 이 순간도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실패하는 건 두렵지만 나중에 실패하는 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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