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탈출하고파
요새 지갑이 비어가던 시기였는데, 갑자기 일거리가 생겼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곳에서 재택이지만 거의 풀타임만큼 한 달 야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린이집도 3일 동안 방학이라는 소식이 왔다. 초과수당도 필요하고, 단 3일만 버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새벽에 일하고, 낮에 애기 보고, 밤에 일하는 사이클로 지내게 되었다.
직장인은 퇴근하면 업무 생각은 날려버려야 제맛. 일을 끝내고 영화나 보는 게 적성에 맞다. 그런데 점심시간에도, 저녁 이후에도 노트북을 덮고 계속 일 생각이 난다. 뭔가 해치우지 않은 일은 없을까? 새벽에 조마조마하게 메일함과 채팅창을 켜보게 된다.
업무 생각에서 벗어날만한 공포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쇼츠를 보게 되었다.
익숙하지만 소름 돋는 공간. 예를 들면, 사람이 많아야 할 대형마트에 불이 켜져 있고, 아무도 없는 경우. 아니면 주차장, 수영장, 회사 건물 등이 제3의 공간처럼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모습. 그리고 익숙한 듯 초현실적인 구조의 공간 디자인 등등.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거나, 관찰자가 경험했던 공간과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공포감과 두려움을 주는 곳을 의미하죠.”
- 에스콰이어
https://www01.esquirekorea.co.kr/article/84445
리미널 스페이스 영상을 보다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나도 경계에 있는 입장일까? 회사원도 아니고, 주부도 아니고,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나 미국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션일까?
하지만 바쁜 게 오래가는 것도 아니고, 여유로운 순간은 금방 찾아온다. 목표는 많더라도 태도는 차분하고 싶다. 브런치에 글 쓰는 취미도 계속 유지하고 싶다. 언제까지일지 모를 경계에서 줄타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