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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tton Jun 08. 2023

'입력중...'은 과연 좋은 UX일까?

필요 이상의 정보 제공은 오히려 피로감을 불러온다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 9화

'입력중'을 보여주는 건 과연 좋은 걸까?

어느날 넷플릭스의 '애나 만들기' 시리즈를 보던 중 한 남자의 대사가 귀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한 여자가 상대방이 타이핑중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하니 남자가 '그딴 것까지 알 필요가 있어?'라고 한다.

난 이 장면을 보고 '그러게? 맞는 말인것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력중' 혹은 점 세개가 움직이는 인터랙션은 메신저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타이핑 인디케이터(typing indicator)라 불리는 이것은 상대방이 입력필드에 타이핑하고 있을 때 그것을 표시해주는 장치이다. 텍스트만으로 표시되기도, 애니메이션으로 표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타이핑 인디케이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더 빠른 대화의 핑퐁을 위해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대가 입력중이라는것을 알면 사용자는 기다렸다가 바로 답장할 준비를 할테니 바로바로 대화의 흐름이 이어진다. 이렇게 채팅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유지되도록 함으로써 결국 그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과연 꼭 필요할까?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용할 때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사람을 더 찝찝하게 만들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런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런 모습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 SNS에서도 볼 수 있다. 예를들어 썸타는 사람이 입력중이었다가 답장이 오지 않아 애간장이 타는 모습, 그닥 친하지 않은 친구와 문자하는데 입력중이 떴다가 없어지는 것을 보고 뭐 실수했나 찝찝해하는 모습...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일이 아닐까 싶다. 

상대방과 채팅을 하다가 '입력중'을 뜨고 기다렸는데, 답장이 안온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조금 소심하거나 걱정이 많은 사람은 괜히 불안해지고 찝찝해진다. 또 내가 뭔가를 보내려고 할 때 상대방에게 보여질 걸 아니까 은근 신경쓰인다. 상대방이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어느정도 작용하는 듯하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TNW

여러 서비스를 탐색하다가 알게된 것인데, 타이핑 인디케이터는 우리나라(혹은 동양) 서비스보다는 주로 해외 서비스에 많이 있는 것 같다. 위 이미지에서 왼쪽은 인스타그램, 오른쪽은 아이폰의 iMessage이다. 

생각해보면 카카오톡이나 라인은 그런 기능이 없다. 반면 미국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왓츠앱, 스냅챗, 아이폰 iMessage는 모두 다 그 기능이 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은 어쩌면 이 기능의 시작은 문화권의 차이에서 시작된 건 아닐까?



그래서 동양과 서양의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 차이를 찾아보던 중, 이런 글을 발견했다. 

"동양의 유교적 인간관계에서는 인간의 윤리적 행동의 극치가 바로 '인화'를 이루는 것이라 강조한다. 즉 인간관계의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서로 감정적 마찰 없이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동양 사회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표현할 때 주로 '나'보다는 '우리'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면서 일치된 감정 상태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우리'보다는 '나' 중심의 서양과 다른 점이다."  (출처: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신인아, 2010)

다시 말해 동양인들은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더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타이핑 인디케이터와 같은 기능이 동양 사람에게는 단순 정보를 넘어 더 복잡한 수준의 어떠한 상호작용에서의 신호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기능이 오히려 피로하게 느껴지는 것이고, 그것이 동양의 메신저 서비스에는 이런 기능이 없는 이유인 것 같다.

단,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구글 뉴스 탭의 'typing indicator' 검색 결과

그래서 과연 서양 사람들은 이런 기능이 정말 아무렇지 않을까 싶어서 구글링을 해봤다. 하지만 서양 문화에서도 이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했다. 'typing indicator'만 검색해도 끄는 법, 관련된 불편함에 대한 글들이 많다.

어쩌면 이 기능의 발명은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부작용은 이제 문화권 상관 없이 모두가 느끼는 것이 된 것 같다.



페이스북 메신저 상태 표시등

이런 타이핑 인디케이터 뿐만 아니라, 지나친 정보 제공으로 인한 불편함 유발이라는 맥락에서 유사한 기능이 바로 '상태 표시 기능'이다. 상태 표시등이란 사용자가 해당 서비스에 접속중이면 프로필에 초록색 등으로 표시되는 기능으로, 사실 이것은 옛날부터 많은 이들의 반발을 사온 UX이기도 하다.

때로는 친구에게 메세지가 왔을 때, 당장은 이것저것 재밌는 컨텐츠를 보면서 나중에 답장하고 싶기도 하지만 상태표시등이 거슬린다. 또 막상 친구가 내 문자에 답장은 안 하는데 SNS에는 접속중인것을 봤을 때 가끔은 서운함이 들기도 한다. 

이런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아는지, 요즘에는 많은 서비스들이 타이핑 인디케이터나 상태표시등을 재량에 따라 끌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타이핑 인디케이터나 상태 표시등과 같은 기능은 물론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편리한 UX일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지 않나 싶다.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 특히나 인간관계와 같이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불안함과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현실의 상호작용을 온라인상에 그대로 옮기기 위한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고 피로한데, 온라인상에서까지 신경써야 하니 사용자들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모르는게 나을 때가 있는 것처럼, 휴식과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는 숨겨도 좋은 정보가 있지 않을까.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참고해보면 좋을 관련 아티클을 가져와 봤다

https://gizmodo.com/what-the-someone-is-typing-bubbles-in-messaging-apps-ac-1827744443

https://www.nytimes.com/2014/08/31/fashion/texting-anxiety-caused-by-little-bubbl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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