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양'이 아닌 '깊이'
먼저 UT로 얻은 인사이트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5명을 대상으로 UT의 목적이었던 기록의 간편함을 테스트한 결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텍스트 인식 정확도가 낮다는 점이었다. 정확도가 낮으니 문장 선택 단계에서 원문장과 형태가 다르게 나오고, 그러다보니 사용자들이 저장하고자 하는 부분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또 형태가 다르니 다음 단계에서 문장을 수정하는 데도 꽤 긴 시간이 걸린다는 걸 발견했다.
영역 지정 UX를 통해 문장을 찾은 부분은 어느정도 보완했지만 여전히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문제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인식 정확도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즈 케이스로 인한 문제도 있었다. 현재는 온점 단위, 즉 한 문장씩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UT 결과 문장의 중간 부분만 저장하는 등, 문장을 기록하는 데는 생각보다 여러 케이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문제들을 발견하면서, 점점 근본적으로 문장단위 리스트로 보여주는 형태가 정말 편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게 맞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결론적으로 우선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두번째 발견과 연결된다.
이번 UT의 가장 큰 수확은 북카이브의 뾰족한 타겟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UT를 진행하며 사용자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 부류를 ‘문학파’와 ‘비문학파’로 나눴다.
[특징 1] 시나 소설 등 문학을 주로 즐겨 읽는다
[특징 2] 문장 수집 목적: 오래 기억하기 위함
[특징 3] 감성, 심미성이 중요하다
[특징 4] 체계적인 정리나 분류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시나 소설에서 읽은 인상 깊은 구절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 수집한다.
기억과 간직이 주 목적이다 보니 이를 체계화해서 꺼내 쓸 수 있게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적고, 정리나 분류 대신 서비스 자체의 심미적인 요소나 감성이 중요한 편이다.
- “홈 화면에 디자인적 요소가 더 있으면 좋겠어요”
- “아카이브 상세 화면에서 배경 이미지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 “그 문장을 읽었을 때의 감정을 기억하기 위해 당시 책이나 주변 사진을 찍어둬요”
[특징 5]SNS를 통해 타인과 문장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면 ‘아 이 친구들도 내가 올린 문장이 좋았구나’를 느낄 때 기분이 좋아요”
- “감명 받았던 문구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게 좋아요”
[특징 6] 북카이브의 기록 과정에 불편함을 더 크게 느꼈다
문학파의 경우 문장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불편함을 더 크게 느꼈다. 왜일까?
이들에게는 문장을 나중에 “꺼내 써서 활용”하는 것보다, 그 “기록” 행위 자체가 목적이다. 따라서 기존 독서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기록의 간편함에 대한 기대 수준이 훨씬 높다.
즉 정리해보면, 이들은 전형적인 기존 독서 서비스의 타겟이라고 볼 수 있다.
[특징 1] 비문학을 주로 즐겨 읽는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기계발서, 업무 관련..)
[특징 2] 문장 수집 목적: 실생활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자기계발, 커리어개발 등..)
[특징 3] 체계적인 분류와 정리에 니즈가 있다
[특징 4] 나만의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리하고, 실제고 꺼내 쓰고싶어 한다
[특징 5] 문학파에 비해 북카이브 기록 과정에 불편함을 덜 느낀다
[특징 6] 북카이브의 태그 분류, AI 찾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비문학파는 감성이나 오락 보다는 ‘정보 수집’이 목적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심미적 요소보다는 체계성이 더 중요하다. 단지 기억에서 끝나지 않고 그 정보를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시 찾아보기 편리하도록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관리하고자 한다.
또 이들은 북카이브로 기록하는 과정에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기록도 기록이지만, 정리와 분류가 더 골치 아픈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 북카이브의 기록 단계에 어느정도 만족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특성을 가진 비문학파가 북카이브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이들을 뾰족한 타겟으로 잡고 가기로 했다.
비문학파를 타겟으로 잡았으니, 구체적으로 이들의 특성을 정의해 유사한 사람들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정의한 비문학파는 다음과 같다.
- 비문학을 즐겨읽고
- 커리어 개발에 특히 니즈가 있는
- 성장 욕구가 높은 2030 직장인!
일상 속 고민(육아나 인간관계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경우도 포함이지만, 우선 커리어개발 니즈가 높은 사람들이 북카이브의 활성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업무와 관련된 ‘책임’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보와 인사이트를 수집하고 잘 활용하고자 하는 니즈가 더욱 강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들은 다시 말해 “커리어 관련 정보를 많이 수집하고 활용하고자 하는 갓생러”라고 볼 수 있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서핏이나 롱블랙 등의 뉴스레터나 아티클을 즐겨 읽는, 커리어 개발에 진심인 모든 사람들이 타겟이 되고, 우린 이들을 찾아 북카이브로 데려오는 것이 목표이다.
이들이 겪는 주요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독서 인사이트를 넣고 꺼내는 문제, 즉 input과 output이 어렵다는 것이다.
타이핑해서 기록하는 게 번거롭다
특정 키워드/폴더로 분류할 때 이 구절은 어디에 넣어야 할지 고민된다
기록이 흩어져 있고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구절을 빠르게 찾아 활용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 구조는 빠르게 찾아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리고 그걸 어떤 형태로 구조화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비문학파는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구절)를 편하게 넣고, 필요할 때 바로 꺼내 활용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다. 하지만 현재 그들의 정리 형태는 빠르게 찾아 꺼내 쓰기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고, 그런 ‘적합한 구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너무 체계화를 하자니 복잡해지고, 단순화를 하자니 정보가 흩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카이브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UT 결과와 비문학파가 느끼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았다.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비문학파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인 인풋과 아웃풋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뎁스로 복잡하지 않으면서,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꺼낼 수 있는 분류 형태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비문학파를 만나보면서 구체적으로 니즈를 파악하고 다른 비문학파 사용자의 특성도 확인해야 한다.
앞서 ‘문학파’는 기존의 다른 독서 서비스의 전형적인 타겟이라고 했다. 이 서비스들의 특징은 보통 읽은 책 자체를 기록하고, 추가로 구절을 기록하는 형식이다. 게이미피케이션으로 독서를 장려하거나 시각적으로 성취감을 주고, 읽은 책들을 트래킹할 수 있다.
하지만 북카이브는 다른 컨셉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는 ‘책’ 기준이 아니라 ‘인사이트’를 기준으로 가는 것. 그래서 현재 북카이브에서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책이라는 시각적 형상을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장려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그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잘 정리해 묵혀두지 않고 써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사이트 창고와 같은 포지셔닝으로 가기로 했다.
팀원들과 논의 결과, 기록 방식 자체를 바꾸기 보다 현재 방식에서 약간의 개선 정도로만 가자는 결론이 나왔다. 주요 타겟인 비문학파가 현재 북카이브의 기록 방식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록 방식 자체를 바꾸려면 기획 및 디자인적인 고민과 개발 리소스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인풋보다는 아웃풋(분류) 솔루션의 우선순위를 높여 가기로 했다.
비문학파가 북카이브의 기록 방식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인식 정확도 측면에서의 개선은 여전히 필요했고, 개발측에서 가능한 수준까지는 인식 성능을 높여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했다.
(다행히 성능 개선 작업을 거친 뒤, 현재는 이전에 비해 인식 정확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고 기술 자체의 한계로 인한 문제도 있지만, 이전에 비해 인식 정확도로 인한 불편함을 크게 호소하는 사용자들은 많이 줄었다.)
5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너무 인원이 적은 게 아닌지, 이 결과가 신뢰할 만한 지표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고작 다섯명이 한 말을 어떻게 믿어요> 책에서도 말했듯, 정성 데이터는 ‘양’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이번 UT를 통해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조사를 진행했고, 단순 사용성을 테스트를 넘어서 북카이브 가치 자체에 대한 사용자의 구체적인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깊이 있게 파고드니 패턴이 보였고, 뾰족한 타겟을 설정할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검증을 더 거쳐야 겠지만, 소수를 대상으로 한 리서치로도 가치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느낀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