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세가 된 올다무의 전략 살펴보기(1) 올리브영
이제 유통은 <올다무(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로 통한다는 말이 심심치않게 들려옵니다. 각각이 들고 있는 버티컬 영역은 확고히 다릅니다. 올리브영은 가성비 좋은 뷰티템으로, 다이소는 오프라인 생필품으로, 무신사는 패션을 꽉 잡고있습니다. 여기에 이제는 GOAT 공룡으로 통하는 쿠팡이 온라인 생필품 시장을 꽉 잡고있는 형국이죠.
우리가 교과서로 배운 고관여, 저관여 상품의 구매 원칙은 마치 '소비 결정을 위한 시간' 싸움과 비례했습니다. 고관여 상품은 유저가 많은 고민의 시간 끝에 구매하므로 브랜드의 스토리를 각양각색의 멀티터치 포인트에서 전달하고, 저관여 상품의 경우엔 빠른 구매를 확정지을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펼치는게 일반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행보는 마치 이러한 일반론을 완전히 부수는 형태로 전개 중입니다. '유저의 일상 시간 점유율'이란 싸움에서는 일맥상통하지만, 저관여/고관여와의 연관성은 완전히 파괴된 것 같아보이죠. 이들은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행태가 완전히 온라인으로 옮겨가다 못해 오프라인 자체가 무의미했던 코로나 팬데믹 시절부터, 오히려 오프라인을 강화합니다.
2020~2022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대부분의 오프라인 리테일러는 줄줄이 매장을 닫고 몸을 낮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는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공격적 확장”을 선택한 것이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저러다 큰일 난다”는 우려와 함께 “올리브영이 미쳤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올리브영은 경쟁사들이 철수한 상권에 새 매장을 열며 전국 점포를 2021년 1,260곳에서 2023년 9월 1,369곳으로 늘렸습니다. 다이소 역시 2019년 1,361개였던 점포를 2023년 1,519개까지 확대하며 업계의 흐름과 반대로 나아갔습니다. 무신사도 온라인 기반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홍대 1호 오프라인 매장을 시작으로 이후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왔죠. 모두가 움츠린 시기에 이들만은 왜, 그리고 어떻게 확장을 택했을까요?
결과적으로 셋 모두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역주행 성장’에 성공했습니다. 올리브영은 팬데믹 3년간 매출이 급등해 2020년 1조 8,700억 원에서 4년 만에 2.6배 규모로 성장, 2023년에는 매출 3조 8천억 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를 갈아치웠습니다. 다이소 역시 매년 매출 신기록을 세우며 2023년 연매출 3조4천604억원(전년 대비 +17.5%)으로 ‘3조 클럽’에 입성했고, 2024년에는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 자리를 굳힌 데 이어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도 연 1,200만 명에 달할 만큼 남다른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이런 성과 뒤에는 각 사의 남들과 달랐던 전략적 선택이 있었습니다. 이제 세 기업의 사례를 하나씩 뜯어보려 합니다.
2025년은 K뷰티 전성기가 되었지만, 불과 5년 전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화장품 소매업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올리브영은 여전히 드럭스토어 분야 1위였지만, 경쟁사인 랄라블라와 롭스가 여전히 건재했죠.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들은 모두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결정했고, 이때 경쟁사가 빠져나간 빈 점포에 올리브영은 과감히 간판을 걸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오늘드림의 성공
지방 및 거점 상권에 매장을 꾸준히 추가했고, 이 촘촘한 매장망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전국 1,300여개 매장을 곧바로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전환해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시작했죠. 2020년 도입된 <초고속 배송 '오늘드림'>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쿠팡의 물류체인을 리테일러의 문법에 맞춰 도입한 셈입니다. 온라인 주문시 가까운 매장에서 3시간 내 배송해주는 오늘드림은 대박을 터뜨렸고, 2021년 올리브영 온라인 주문의 24.5%였던 오늘드림의 비중은 2022년 41.3%까지 성장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확대가 빠른 배송을 가능케했고, 이를 토대로 온라인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전문가의 분석 그대로, 올리브영은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 매출이 2017년 600억 수준에서 2022년 1조원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K뷰티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완전히 이뤄낸 듯 보입니다.
1,500만 고객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 마케팅, 그리고 리테일 미디어
올리브영은 일찍부터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 회원 체계를 일원화하며 현재 멤버십 1,500만명의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는 한국 2030 여성의 90%에 달하는 규모로, 고객을 360도로 분석하는걸 가능케하는 씨앗이 됩니다.
마케터가 모두 외치는 '초개인화 마케팅', 그 근간은 결국 데이터 싸움인데 여기서 완전히 우위를 점하게 된 셈이죠. 그리고 실제로 올리브영은 2022년 AI기업 로켓뷰를 인수하고, 독자적인 AI 추천시스템을 적용하여 구매 전환율을 2배 이상 상승시킵니다. 인상적인 점은, 실제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한 일종의 '실패 데이터'를 숨겨진 고객 수요로 치환하여 분석하고, 이를 신제품 도입/ 브랜드 유치 등으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정점을 '올리브영의 리테일 미디어 모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24년 9월 1일, 성과형 광고 모델을 선보이며,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를 위한 신규 광고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됩니다(자세한 내용은 이 아티클을 참고하셔도 좋아요). 또한 데이터 카탈로그를 활용한 메타 내 올리브영 협력광고까지 론칭했죠. 그야말로 뷰티 데이터 플랫폼으로 거듭난 셈입니다.
외국인의 Must-have Item의 종착역은 올리브영?
여기에 K-Pop, K-Beauty의 흥행이 성장 엔진을 더하게 됩니다. 올리브영이 애초에 의도하고 설계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상품 정보를 조회하고 재고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NFC 전자상품 태그, 그리고 직원들이 고객 응대를 위해 지급된 태블릿은 실시간 재고 파악 및 다국어 응대를 가능케합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매장에서는 마치 이 태블릿이 통역기의 역할까지 해주고있죠. 덕분에 유튜브에서도 Must-have Item으로 올리브영 아이템을 꼽는 쇼츠가 즐비하죠.
여기에 오프라인에서는 '고객 경험 CX의 장'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킵니다. 2023년 문을 연 플래그십 ‘올리브영N 성수’ 매장에서는 두피·피부 상태를 스캔해 제품을 추천해주거나, 전문가의 메이크업 수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체험형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올리브영은 이런 뷰티 체험존을 연말까지 전국 100개 매장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는 마치 젠틀몬스터의 전략과도 유사해보입니다. 젠틀몬스터는 '이걸 스토어라고 칭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예술품을 전시하고 다양한 체험 장치를 삽입하여 '필수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K-뷰티 플랫폼을 넘어 웰니스 플랫폼으로
현재 올리브영은 H&B 스토어를 넘어 ‘K-뷰티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장에는 화장품 외에도 건강식품, 다이어트 간식, 생활용품, K-팝 음반까지 갖춰져 이제 “화장품 가게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올리브영 주류 판매를 중단하면서 모든 와인/샴페인이 헐값에 판매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보 또한 'K 웰니스'라는 포지셔닝과 맞지 않는 라인은 철수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특히 방한 외국인 고객의 이너뷰티 카테고리의 올해 매출이 55% 늘어났고, '푸드올로지'의 콜레올로지 컷팅젤리, '비비랩'의 석류콜라겐 등의 상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증가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합니다. '올리브영N 성수' 매장의 배치도 이러한 올리브영의 관심을 반영한 듯 '웰니스에딧' 전문관을 개설했고,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쉬고/ 잘 자기'라는 3대 테마로 큐레이션 상품을 선보이고 있죠.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올리브영은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매장, 스킨푸드와 같은 수많은 화장품 점포 중 하나 정도로 보였습니다. 현재의 성장은 믿기지 않을 정도죠. 오프라인 중심에서 빠른 온라인 전환, 고객 CRM 통합 관리, 팬데믹 때의 역발상 전략, 이 모든게 현재의 뷰티 유통의 거장, 올리브영을 만들었습니다.
Lesson1. 위기 속 역발상: 빈자리를 '기회'로
사실 이 교훈은 뻔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살펴보아야하는 점은 단순히 빈 점포를 채워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반전을 노리는게 아니라 그 속에서 '물류 유통망'의 기회를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래 예측을 기반으로 전략을 산정하되, 현재 시점에서 완전히 매몰 비용으로 허비되지 않도록 '활용도'를 넓혔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경쟁자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공급자 우위 협상력을 점하고, 촘촘한 매장망을 곧바로 라스트마일 물류 인프라로 전환한 올리브영의 결정은 우리에게 '미래의 유통 지형'을 어떻게 판단하여 움직이는가가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Lesson2. 옴니채널은 기술이 아니라 '스토리'
오늘드림은 단순 퀵배송이 아닙니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본 상품을 당장 필요할 때 손에 넣게 하는 경험 설계죠. 반대로 오프라인은 '브랜딩의 최전선'의 역할입니다. 브랜드가 어디까지 세계관을 확장해가는지를 플래그십에서 단편적으로 드러내고, 사진을 찍고, 공유하게 만듭니다.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은 우리의 알고리즘 속에 상품 추천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결국 올리브영 앱페이지에 도달하게하죠. 이렇듯 온오프라인의 옴니채널 설계는 모두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우리의 일상, 고객의 경험 설계를 얼마나 촘촘하게 이어서 '하나의 스토리로 동일 세계관에서 풀어내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Lesson3. 데이터는 '광고 효율'만의 도구가 아닌 그 이상의 가능성
올리브영은 AI 추천으로 전환 효율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한 데이터'를 통해 브랜드 유치, 카테고리 확장을 실행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쌓이고 쌓여 자체적인 광고사업을 가능케 만들었죠. 우리 모두가 쌓은 작은 데이터도 어떤 형태로 발아하게 될지 모릅니다. 데이터는 전략부터 캠페인 퍼포먼스까지, 모든 것의 가능성을 대변하니까요.
그렇다면, 질문 하나.
고객 시간을 사로잡는 데 가격만큼 강력한 무기가 있을까요? ‘불황형 강자’라는 별명을 얻은 브랜드, 다이소는 여기에 답을 줍니다. 단순히 싸게 파는 게 아닙니다. 다이소는 ‘초저가’라는 무기를 어떻게 브랜드 자산으로 승화시켰을까요? 그리고 왜 지금, 다이소는 온라인에 거대한 투자를 시작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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