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면서 달라진 것.
작년부터 올해까지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자주 했기에 남편이 집에 있는 게 특별히 다르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것과 안 해도 되는 것의 차이는 크다. 남편은 근무시간이라며(당연한 이야기지만 섭섭한 마음이 들곤 했다.) 재택 할 때는 아이의 등원 준비를 도와주지도 등·하원을 함께 하지도 않았다. 남편은 퇴사 후부터 매일 아이의 등원 준비를 도와준다. 내가 아이의 아침을 준비해주면 남편이 밥을 챙겨 먹여준다. 그 사이 나는 아이 가방을 챙기고 아침 간식을 챙기고 세수를 하고 등원 갈 준비를 한다. 혼자 준비할 때는 아이 밥 한 숟가락 먹이고 씹는 동안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초췌한 모습으로 아이와 나설 때면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아침이 여유로워지니 내 마음에도 여유가 많아졌다. 아이에게 늦는다고 짜증 내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고 운전을 할 때도 속도를 내지 않는다. 안전한 속도로 느긋하게 운전하는 나를 보며 내가 놀랄 때가 많다. 이런 경험은 출산 후 처음 겪는 일이다.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은 육아는 부부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좀 더 행복하게 받아들이며 육아를 했을 것 같다. 함께 하는 사람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지는지 5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다니 너무 억울하다. 가장 예뻤을 그때 육아에 치어 아이의 예쁨을 그냥 지나친 것 같아 많이 아쉽다. (아직 늦지 않았음에 감사하다.)
변화는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침이면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문 앞에서 울던 딸은 아빠와 등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한 번도 등원을 거부한 적이 없다. 1분이라도 늦으면 늦게 왔다고 울던 것도 사라졌다. 어떤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울며 떼쓰던 것도 많이 줄었다. 이건 어떤 이유일까? 단지 우연일까?
이런 변화를 느끼며 지금의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 아이의 안정감과 나의 안정감(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안정되어 아이도 영향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이 가득한 지금. 비록 경제적인 여유는 없지만 심리적인 여유가 많아진 우리 가족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