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과 고립된 독방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쓴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타협이라 정의하고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했다.
그럼 우리는 어디까지가 가면이고 어디까지가 얼굴인가의 혼동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나는 나의 정체성과 인격이 매우 취약해서 외부환경에 따라 왜곡되기도 하고 감추고 싶었던 무의식이 드러날지 모른다고 인식한다. 내가 소속된 조직도의 분위기에 내 성격 속에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가면을 뒤집어쓰진 않았는지......계층 의식이 매우 강하고 권위주의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내가 그 모습을 숨기려고 가면을 쓸 때마다 난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나이팅게일의 가면과 마음의 감옥 : "내 일을 사랑하지만, 가끔은 버겁다"
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저마다 보이지 않는 '가면'을 집어 든다. 심리학 용어 '페르소나(Persona)'라고 부르는 사회적 얼굴이다.
나부터 솔직하게 고백해 보자면.
나는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는 사회서비스업 회사의 대표이다.업의 본질상, 저는 산모님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선한 나이팅게일'의 가면을 쓴다. 물론 나의 산모 산모 '스완"과 아기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는 이 일에 큰 보람을 느끼지만, 사랑한다고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오해가 생기고, 관계에서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직면하거나, 억울한 비난을 들을 때면 나 역시 사람인지라 가슴이 답답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에도 나는 '아닌 척' 해야 한다.
"네, 산모님. 이해합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건 그것이 대표인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자, 전문가로서 보여줘야 할 태도라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아닌 척'이 길어질 때이다. 경영학에는 '사일로 효과(Silo Effect)'라는 말이 있다. 거대한 곡식 저장고(Silo)처럼 벽을 쌓고 소통하지 않는 고립 현상을 말한다.나는 우리 마음속에도 이런 사일로가 있다고 생각한다. 페르소나가 '가면'이라면, 사일로는 그 가면 뒤에 숨어 만든 '고립된 독방'이다. 나이팅게일의 가면을 쓰고 잠들기 전, 나는 홀로 마음의 사일로 안으로 들어간다.
"사실 아까는 정말 열받았어. 식빵……“
"다 이해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아니잖아. 나도 상처받았다고."
겉으로는 완벽하고 헌신적인 대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의 사일로 속에는 풀지 못한 인간적인 억울함과 고단함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늘 서로 '아닌 척'하며 가면만 내보였기에, 그 틈새로 오해와 르상티망(원한)이 자라고 있다.
나는 내일도 나이팅게일의 가면을 쓰고 출근할 것이다. 여전히 나를 믿고 의지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따뜻함을 제공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가면을 쓰고 있구나", "지금 내가 참고 있구나"라는 사실만큼은
스스로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사람 앞에서 솔직해질 것이다.
" 산모님과 아기를 사랑하지만, 가끔은 이 관계가 너무 버겁다 이거야......"
나이팅게일도 때로는 울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었을 테니......
마치며……
오늘 당신이 쓰고 있는 가면은 무엇입니까?
'완벽한 엄마', '듬직한 가장', '유능한 직장인'...
혹시 그 무거운 가면 뒤편, '아닌 척'하며 마음의 사일로 안에 혼자 웅크리고 계시진 않나요.
우리가 서로의 가면 너머에 있는 '진짜 얼굴'을 가만히 안아줄 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되긴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