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관찰하며 나의 비즈니스를 공부한다.

맘 카페의 악플, 그리고 니체의 '르상티망'으로 바라본 산후조리의 이면

by By Grace


"르상티망(Ressentiment)."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인 이 단어는 흔히 '원한', '시기', '질투'로 번역되지만, 단순한 감정을 넘어선 훨씬 복잡한 심리 상태를 의미한다.

약자가 강자에게 품는, 해소되지 못한 열등감이 내면으로 침전되어 결국은 가치관마저 왜곡해 버리는 현상. 나는 최근 겪었던 한 사건을 통해 이 철학적 개념이 현장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느꼈다.


한달 전.

대표로소 마음을 뒤흔드는 글이 지역 맘카페에 올라왔다.

회사와 관리사를 향한 비난의 글로 가슴이 '철렁'내려 앉았다.

며칠동안 그 내용을 곱씹으면서. 처음엔 속상함으로 시작해서 다른 감정이 피어올랐다.


꼼꼼했던 그 부부, 그리고 아픈 시작


처음 사무실 방문 전, 남편분과의 전화 상담부터 특별했다. 이미 여러 곳을 비교 분석한 후였고, 질문 내용은 매우 꼼꼼하고 구체적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 만했다. 산모님은 조산을 겪으며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고, 아기도 니큐(NICU) 생활을 하다 비로소 세 식구가 함께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애틋하고 조심스러웠을까? 두 사람은 바우처 포털의 평점, 관리사님의 연령, 이력, 케어 스타일까지 꼼꼼히 따져본 후, 5년 근속에 정량평가 100점 관리사님을 직접 지정했다.


어긋난 마음, 그리고 예기치 못한 종료


하지만 서비스 과정을 보고받은 바로는 산모님은 모유 수유(직수)를 간절히 원했지만, 모유 수유 전문가로부터 단유를 권유받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나는 관리사님께 "우리의 권한 밖의 일이니 나서지 말고 그저 산모님을 위로해 드리라"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비스 종료를 하루 앞둔 날,

오전 11시쯤 관리사님께 다급한 전화가 왔다. 서비스를 중단하고 밖으로 나왔다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완벽할 순 없지만,

산모를 보호해야 할 관리사가 이탈한 것은 분명 아쉬운 행동이었다. 정말 그게 최선이었나…


맘 카페의 글, 그리고 '동공 지진'


한 달 뒤,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지역 맘 카페에 회사를, 그리고 그 관리사님을 비난하는 글 첫 문장을 읽자마자 나의 동공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누가 썼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처음엔 당혹스러워 문장들을 곱씹어 읽어 내려가며 이렇게까지 왜곡되게 표현을 하는 산모의 얼굴이 떠올라 며칠 내내 맘이 불편했다.

그렇게 버티다 내가 읽었으면 좋겠다며 지인이 건넨 책을 읽고 니체의 '르상티망'을 떠올렸다. 그러자 그 산모의 마음 깊은 곳에 있던 고통이 보였다.


산모의 고통과 르상티망의 작동 원리

니체의 시선으로 이 상황을 분석해 보면,

산모와 관리사의 관계는 미묘한 심리적 역학 관계에 놓여 있었다.


- 약자와 강자의 무의식적 대비

산후우울증과 육아, 그리고 아픈 몸. 산모는 스스로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구속된 '약자'로 느꼈을 것이고 반면, 건강하게 일을 처리하고 퇴근하면 자유로워지는 관리사는 무의식 중에 '강자'로 비치지 않았을까….?

"나는 이렇게 힘들고 우울한데, 저 사람은 멀쩡해 보이네?"*라는 비교와 박탈감이 싹텄을 수 있다.


- 감정의 억압과 가치 전도

해소되지 못한 우울감은 내면의 ‘독’이다.

억눌린 감정은 관리사의 사소한 행동조차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만들고. 결국 산모는 자신의 무력감을 보상받기 위해 도덕적 프레임을 씌운다.

"일 잘하는 직원"은 "인성 나쁜 직원"이 되고, "서비스받는 나"는 "피해 입은 불쌍한 소비자"가 되어야만 심리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맘 카페, 현대판 '사제'들의 승인

니체는 르상티망을 증폭시키는 존재로 '사제(성직자)'를 꼽았다.

오늘날 그 역할은 맘 카페가 대신하는 듯 생각이 든다.

"관리사가 정말 나빴네요",

"쓰니 님이 힘드셨겠어요"라는 댓글들은 산모에게 "내가 옳고 저 직원이 틀렸다"는 승인을 제공한다. 이 험담의 과정은 일종의 '상상적 복수'가 되어 일시적인 위안을 주게 된다.


이글에 대한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나요?

비슷한 심리적 약자의 위치에 놓인 분은 없었나요?

쏟아냈던 불만은 단순히 서비스 문제를 넘어 다른 차원의 구조 신호는 아니었을까요?....


대표로서의 다짐: 싸우지 않고 안아주기


팩트의 문제를 넘어선 '르상티망의 발현'임을 이해하고 나니,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이것은 논리 싸움이 아니라 감정의 배설이다. 논리로 반박하는 순간 산모는 우리를 더 큰 '악'으로 규정할 것이다. 비록 맘 카페의 글이 뼈아플지라도, 그 이면에 깔린 산모의 '힘듦'을 먼저 읽어주려 한다.

"많이 힘드셨죠"라는 인정과 공감이 르상티망을 무력화하는 유일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산모와 관리사, 두 사람 모두를 지키는 길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각자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불일치)


무엇보다 상처받았을 관리사를 지키기 위해 이것이 관리사님의 능력부족이 아니라, 산모님의 힘겨운 심리 상태가 투영된 결과임을 잘 설명해 주고 다독여 주려 한다.

우리는 '마음의 지옥'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됨을 다시 한번 깨닫고 다시금 바로잡기로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고위험군 산모 감장 케어 프로토콜이라는 걸 만들기로 했다.

서비스 시작 전 상담 단계에서 산모의 심리적 어려움을 미리 파악하고 이 정보를 담당 관리사에게 공유해서 오해가 생길 소지를 사전에 줄이는 시스템이다.


다음으로 대응하는 매뉴얼도 마찬가지로

감정적인 문제일수록 오히려 더 냉정하고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니 결론 부분에 이런 내용을 덧붙이기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 부정 후기 대응 매뉴얼을 완전히 새로 썼다.


1단계 사실관계 확인,

2단계 르상띠만 가능성 분석,

3단계 논리적 반박 대신 공감의 메시지로 소통 시작


이런 식으로 더 이상 감정으로 대응하지 않고 시스템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물론, 쉽게 될지는 자신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선택을 지속하기로 했다.



오늘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관리사님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엄마'라는 역할을 감당하고 계신 모든 산모님을 응원합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