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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Aug 03. 2023

MZ 세대 산모들

나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철저히 게으름을 피워도 좋을 일요일 아침이었다.

새벽까지 밀린 일감 처리도 그렇고 바쁘다는 핑계로 뜸했던 모임멤버들과  줌으로 수다 삼매경에 빠져도 일찍 일어나야 할 부담 없는 그런 주말. 설마 급한 일이 있겠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면서도 혹시 모를  1%의 불안감이 동시에 드는 까닭은 아마도 직업병인 듯싶다.


응. 너의 착각이야. 늘 이놈의 입이 문제지… 이렇게 비웃듯이 문자 알림 소리가 났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임을 확인했다. 서비스 시작을 하루 앞두고 있는 산모한테 온 장문의 문자는 조리원 퇴소 후 집에 온 첫날부터 아기가 잠을 안 자고 밤새 수유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휴일임에도 하루 당겨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와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울음으로만 전하는 아기의 언어를 아직 파악 못하니 이제 막 엄마, 아빠가 된 부부는 한숨도 못 잤을 테지. 왜 우는지 모를 테고 젖지도 않은 기저귀만 교체하며  젖병만 물렸을 것이다.


그런 모습이 눈에 선했기에 머릿속으로 수많은 상황이 교차했다.

‘이 시간 연락할 관리사가 누가 있을까?’ ‘휴일인데… 단톡방에 공유해야 하나…‘ ‘가장 좋은 방법은 담당관리사가 들어가 주면 좋은데 …’ 이도저도 안되면 당장 나라도 달려가야 했다. 다행히 담당관리사한테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오후에 근무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고 산모에게 바로 출발할 테니 염려 말라는 문자를 보낸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 일을 하면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정보와 이론으로 학습하고 분석하는 친구들이 임신과 출산, 양육의 과정을 대처하고 있는지 지켜보며 처음엔 '이 정도까지라고?'에서 '그럴 수 있지'로 생각의 방향을 전환한셈이다.


현관문을 열어준 산모는 나를 보자 봇물 터지듯 밤새 아기의 상태를 쏟아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기는 편안해 보였는데 오히려 산모가 긴장하며  분유를 타는 모습도 꽤 복잡해 보였다.

1. 끓여두었던 물을 다시 끓인다.(100도로 끓인 뒤 45도에 맞춰놓는 기능에 왜 다시 끓이는 건지 모름)

2. 끓인 물을 젖병에 붓고 온도계를 갖다 대며 온도체크를 한다.(신생아 수유를 하루 평균 10회 정도인데 매번 온도를 잰다고?)

3. 정작 계량스푼에 분유를 정확히 깎지 않고 분유를 탄다.

4. 온도도 미지근함 (아기마다 분유를 먹는 시간이 다르다. 빠르면 7~8분, 20분 이상 걸리는 경우, 먹다가 중간에 트림하고 다시 먹는 경우 먹는 과정서 분유가 식는 걸 생각 못하고 있다.)


"저는 조리원에서 다 가르쳐 주는 줄 알았어요. 아기를 안는 법, 모유수유 자세, 분유 타는 법, 젖병물리는 법......"금세 눈에 눈물이 가득 차서 울먹거리며 아기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엄마가 되는 순간 우린 뭐가 그렇게 미안한 게 많으며 한결같이 자식 바라기가 되는 걸까? 이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산모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아기는 생각보다 훨씬 이기적이라 조금이라도 자기가 불편한 걸 참아주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그럼에도 아기를 위해 젖을 물리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참 기특하고 대견할 수가 없다.


 

신생아들은 배고파도 울고 기저귀 갈아달라고 울고 재워달라고 울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운다. 각도가 흐트러지면 안 되고 적당한 바운스도 있어야 한다. 이런 걸 어떻게 이론적으로 분석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기가 엄마의 젖을 빨려고 할 때 바른 자세를 잡고 아기의 머리를 뒤로 빼지 않도록 잡아 주면 된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아기도 연습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MZ산모들은 아무리 설명해도 본인이 이해하지 않으면 무조건이라는 말로 설득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양육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꾸준히 관찰을 하면서 데이터를 쌓는 것과 같다. 그저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조금씩 나아지면서 엄마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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