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나는 지난 3월 말까지 3여 년의 시간을 종지부로 회사를 나왔다. 각자 사람마다 회사를 그만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난 좀 지쳐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텀블벅에서 온 메일을 확인하게 되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브로드컬리의 다섯 번째 책이 드디어 인쇄에 들어갔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텀블벅에 후원한 책이 있다는 사실을... 브로드컬리의 책을 만난 건, 한창 서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때였다. '서울에서 3년 이하 서점들'이란 책을 보고 재미있는 인터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때 본 책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브로드컬리란 이름이 아주 낯이 익었다. 근데 그때는 책 사이즈도 컸던 것 같은데.. 다른 브랜드인가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원래 (사진에서 왼쪽 하얀책)큰 사이즈로 만들었는데, 리뉴얼했다고 한다. 처음 브로드컬리의 책을 봤을 때(흰 책) 던지는 질문과 답변이 충분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3년 이하 서점들'에서도 서점에 대한 환상을 깨뜨릴만한 질문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서울도서전에서 브로드컬리의 부스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눴다. 다음 책은 뭐가 나오냐는 나의 질문에, 지금 고민 중이라고, 하고 싶은 건 많다며, 즐거운 듯 말하는 편집장님을 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좋아졌다. 나도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 그럴까, 책을 내는 일에 즐거워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도 좋은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브로드컬리의 활동을 유심히 살펴봤다. 처음 브로드컬리의 텀블벅에는 주제만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앞뒤 재보지도 않고, 바로 후원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다.
이 책은 퇴사한 사람들이 연 가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야도 조금씩 다르다. 카페, 책방,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다. 퇴사 후 받아본 책이어서 그럴까, 나도 모르게 꼼꼼히 보게 되었다. 브로드컬리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지만, 자연스러운 대화체로 되어 있어, 읽기가 너무 수월했다. 그리고 책을 앞에서부터 찬찬히 볼 필요도 없다. 관심 있는 사람부터 보다가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집 근처에 있는 오혜의 인터뷰가 있어, 반가웠다. 사실 오혜 사장님은 다른 패이보릿이란 잡지에서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는 좀 더 좋아하는 일 이란 부분에 초점이 맞춰있었다면, 브로드컬리에서는 '생존'이란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춰있었다. 한 달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등등 창업을 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나는 아직 회사에 들어가야 할지, 독립을 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어떤 일을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였을까 난 그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보고 나서도 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책도 만들고 싶고, 글도 써보고 싶고,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한다. 무엇보다 전공인 건축이 사람들과 더 많은 접점을 만들었으면 한다. 한 가지를 혹은 줄기를 결정하는 일은 나에게 있어 시간이 조금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사람들은 더러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내가 업으로 삼을 일의 범위가 정해진다고 한다. 아직 나에겐 막막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쩐지 위로받은 기분이 들었다. 다들 어렵게, 혹은 즐겁게, 자기가 할 일을 찾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인상 깊었던 질문과 답변으로 나도 곧 '어떤 일'을 찾을 거라는 희망을 조심스레 비춰본다.
회사 생활과 비교해 현재 삶의 방식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을 꼽는다면?
마음이 무겁고도 즐겁다. 회사에 비하면 책임질 거도 많고,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거도 많다. 마음에 항상 부담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바라보면, 노력하는 만큼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그게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된다. 남의 일 말고 자기 일 하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다. 회사에선 바쁘고 야근하면 싫었는데, 여기선 바쁜 게 기쁘게 느껴진다.
- 버섯집 홍창민 대표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