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공유하고 게시하기
이틀 전, 그러니까 이번 주 월요일이었다.
집을 나서자마자 따뜻한 봄바람이 얼굴에 와 닿았고, 눈 앞에는 새파란 하늘이 가득 들어찼다.
구름 한 점 없이 말 그대로 뽀얀 '하늘색'인 하늘이었다.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본 게 언제일까.
너무 반갑고 행복함이 밀려들어와서,
그래서 나는, 카메라 앱을 켰다.
봄바람, 맑은 하늘, 팝콘 같은 벚꽃들.
기분이 너무 좋을 때 하는 일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앱을 켜고 제일 예쁜 필터를 고르고 이렇게 찍었다 저렇게 찍었다가,
다시 필터를 고르고 맘에 안 들어서 다른 카메라 앱을 켜고,
꽃을 찍었다가 하늘을 찍었다가.
이내 앨범에 들어선 예쁜 풍경들을 확인하고 기분이 더 좋아진다.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가 있다.
사진 찍기 이후의 마땅한 절차인 마냥, 반사신경이 반응하듯, 카카오톡을 누른다.
몇몇의 카톡방에 방금 찍은 사진을 전송한다.
'와-', '사진 너무 예쁘다', '오늘 날씨 진짜 좋지ㅠㅠ' 기대에 맞춰 반응하는 말에 더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이 멋진 풍경, 벚꽃잎이 떨어지는 예쁜 순간, 내 눈앞에 보이는 저 청정한 하늘,
그리고 이런 풍경에 행복한 이 긍정적인 기분은 마땅히 공유되어야지.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래야지.
고민을 조금 하다가 인스타그램에도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채팅으로 직접 전송하긴 뭐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지인들에게도 선사하고픈 마음이다.
아니면 이 사진에 담긴 나의 감정(예를 들어 나는 이 사진을 여기다 올릴 만큼 이렇게 기분이 좋다.)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다. 그리고 그 감정과 이 순간을 나의 SNS 계정에 '고정'시켜 놓고 싶었던 마음도.
2017년 4월의 한국에 오랜만에 찾아온 맑은 봄날.
그 선물 같은 날을 누리는 누군가의 방식이다.
'찍고' '공유'하고 '게시'하는 일이란 좋고 행복한 순간을 향유하는 지금의 가장 평범한 절차들이다.
이것은 그 어떤 여타의 기기나 도구도 필요하지 않고 카메라 앱, 메신저 그리고 SNS로 완성된다.
바꿔 말하면 기록해두고 싶고, 좋은 사람과 나누고 싶고, 그 순간 속의 나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스쳐 지나간 하나의 과정이었지만,
이 간단한 방법을 통해서 내 욕구들은 상당히 완성도 높게 충족되었던 모양이다.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소소하지만 중요한 나의 일상들.
오늘도 이렇게 하나의 신기한 그림을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