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위로

마음을 담았습니다.

by 도진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한 온기로.

이 글이 당신의 하루에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어제는 비가 내렸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저는 마음속 무언가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삶이란 그렇게, 우리 안에 고인 슬픔과 피로함을 빗물처럼 씻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리고 오늘, 비가 그치고 따스한 햇살이 창문 너머로 스며듭니다. 창밖의 나뭇잎들은 더 푸르고 윤이 납니다. 하늘은 어제보다 더 높고, 공기는 한결 맑습니다. 마치 비가 내려야만 비로소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처럼.


삶도 그렇습니다. 힘든 시기를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이겨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저 흘러가는 줄만 알았던 하루하루가, 사실은 우리의 내면을 조금씩 다지고, 보이지 않는 뿌리를 깊게 내려주고 있었던 거죠. 눈 뜨는 아침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저 깨어 있는 것, 숨 쉬는 것, 그리고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다시 누군가는 새로운 만남 앞에서 두근거릴 것입니다.


아쉽고 아팠던 인연은 지나가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인연들이 채웁니다. 그리움은 때로 그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속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인연을 놓아야만 하는 이유는, 더 깊이 사랑하고,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기 위함이겠지요.


이것이 삶의 진리입니다. 그리움도 진리고, 이별도 진리입니다. 기쁨이 진리이고, 고통도 또한 진리입니다. 우리는 진리 속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다시 비는 내릴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상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갈등, 마음의 문을 흔드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 그 모든 것이 또다시 우리를 흔들겠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한 번, 비를 맞아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감사함과 존중으로, 친절과 용서로, 끊임없는 수행과 성찰로 내 마음의 벽을 하나씩 세워가는 과정입니다. 그 벽은 세상을 차단하는 벽이 아니라, 거센 비바람에도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벽입니다. 타인을 향한 미움과 오해로 쌓는 벽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며 지혜와 자비로 단단히 다져가는 내면의 성벽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가”

이 물음 앞에서 저는 고개를 숙입니다. 내가 욕심내는 것은, 정말 나의 것인가? 나는 지금 누구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윗사람을 향한 예의와 감사가 내 안에 살아 있는가?


“어떠한 것도 중요하지 아니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말 한마디, 무시해 버린 인연 하나, 소홀했던 하루의 자세까지도 모두 법이고 진리인 것입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겠습니다. 웃어른의 말씀을 귀하게 여기며, 그분들의 시간을 존중하겠습니다. 어리석음이라는 먹구름이 몰려와도, 비로 씻어내어 다시 햇살로 환히 비출 수 있는 내면을 기르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어둠이 찾아올 때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평온한 마음을 준비해 두겠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수행입니다. 끊임없는 깨달음으로 나를 조율하고, 사랑으로 타인을 이해하며, 작은 날갯짓 하나에도 세상의 의미를 담아보려는 노력입니다. 비가 왔기에 오늘 햇살은 더욱 소중합니다. 고통이 있었기에 감사가 진짜가 됩니다. 눈물 흘렸기에, 웃음은 빛이 납니다.


그러니 오늘 이 하루도, 햇살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내가 이 세상을 향해 건네는 가장 고요하고 단단한 수행입니다.

이전 09화아홉 번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