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진짜 저만 어려운 거 아니죠?
회원님 한 분께 간단히 스트레칭을 도와드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은 환갑을 넘기신 분이었고, 인생을 참 담담하게, 그러나 깊게 살아오신 분처럼 보였다. 그런 분이 문득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까지 60년 살아본 경험으로 감히 말하지만… 명예나 돈, 그런 거보다도… 결국 인생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제일 중요하더라고.”
말끝을 흐리시면서도 눈빛은 단단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한동안 멍해졌다. 그 말, 정말 맞는 말 같아서. 생각해 봤다. 내 연애는 어땠지?
음… 어디 보자.
다들 하지 말라고 뜯어말렸는데도, “성공 확률이 0.1%라도 난 기적을 보여줄 거야!” 하며 드라마 찍듯 빡빡 우겨 기다렸던 스무 살의 첫 연애는, 전역과 동시에 헌신짝처럼 내쳐졌다. 또 어떤 연애에선, 감정의 동요도 없었지만 상대가 나를 너무 좋아해 준다는 이유만으로 그 마음을 이용했던 적도 있다. (아! 이 글 쓰면서 새삼 깨달았는데… 나 그때 진짜 나빴다.) 반대로, 첫눈에 반해 뜨겁게 사랑했고 손만 닿아도 심장이 미친 듯 뛰던 그런 연애도 있었다. 그러다 서로 못 볼 꼴까지 다 보게 됐고 어느새 서로의 흠만 들춰내던, 드라마에도 요즘은 안 나올 진부한 싸움으로 끝났었다. 이래저래 수없는 연애를 거치면서 결국 내 마음에 남은 한 줄 요약은 이거다. “사랑은 어렵다.”
진심을 다해도 어렵고, 때로는 아무리 계산해도 안 맞고, 좋아하는 마음만으론 안 되는 게 사랑이다. 생각해 보면 뜨거운 사랑은 언젠가는 식고, 잔잔한 사랑은 누군가 던진 작은 돌멩이에 금세 파동이 일기도 한다. 그럼 문제는 뭘까? 상대? 상황? 타이밍? 아니다. 문제는, ‘사랑’을 기준으로 삼았던 ‘나’였다. 나를 뜨겁게 해 줄 사람, 나를 끝까지 좋아해 줄 사람,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사람을 찾기 바빴던 거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한다.
첫째, 기준을 사랑이 아닌 ‘사람’에게 둘 것. 내가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지 머릿속에서만 어림잡지 말고,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예를 들면 이런 거. “아침 인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 “내가 울 땐 말없이 손 잡아주는 사람.” “부정적인 말보다 응원의 말을 더 많이 하는 사람.” “음식 앞에서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 사람.”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결국 ‘사람’을 만든다.
둘째,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게 너무 어렵다면, 내 기준을 천천히 내려놓자. 기준을 낮춘다는 건 내 가치를 낮추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욕심을 줄이는 일이다. 그만큼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상대를 바라보는 눈도 더 따뜻해질 것이다.
셋째, 인연에 대해 겸손할 것. 이번 생에 스쳐 지나가든, 잠시 머물다 떠나든, 내 곁에 와 준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인연이다.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길 것. 고맙다고, 좋아한다고, 미안하다고, 할 수 있을 때 표현할 것.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기억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신중하다. 밀당 같은 거 잘 못한다. 내 마음이 귀하기에 줄 땐 아낌없이 주고 싶다. 그리고 그런 나의 신중함을 알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정말 매일매일 어여쁘게 사랑해 주리라.
그러니, 사랑이 어렵다면 너무 자신을 탓하지 말고, 사랑을 증명하려 애쓰지 말고, 조금은 자기 자신을 다정하게 안아줄 수 있길. 사랑이란 결국, 우리가 얼마나 ‘진심으로 살아냈느냐’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내 마음을 아껴주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하루가 되기를.
좋은 사랑은 완벽한 사람과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존중해 주는 사람과 천천히 만들어가는 연습이다. 오늘도 당신의 마음이 부디 따뜻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