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위로

달리는 길 위에서 마주한 사랑

by 도진


매일 달리는 그 길 위에서, 나는 사랑을 만났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I LOVE YOU”라는 글씨가 익숙한 아스팔트 위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그 문장을 마주한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랑에는 여러 이름이 있다. 플라톤은 사랑을 ‘에로스(Eros)’와 ‘플라토닉(Platonic)’으로 나누었다. 감정적이고 욕망에 기반한 에로스는 타오르지만 쉽게 사라지고, 정신적 교감에 바탕을 둔 플라토닉 한 사랑 역시 현실과 시간의 벽 앞에선 유지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아가페(Agape)’는 다르다. 아가페는 죄인을 향한 사랑이자, 무조건적이며 초월적인 사랑이다. 그것은 너무 깊고, 넓고, 높고, 멀어서 제한이란 단어조차 닿지 못하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무엇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손해를 감수해도 마음의 동요 없이 그저 사랑한다. 심지어 인간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못할 때조차 하나님은 그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아가페는 가장 위대한 사랑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자비(慈悲)’로 설명한다. ‘자’는 사랑, ‘비’는 고통을 덜어주려는 연민이다. 자비는 ‘무아(無我)’의 사상 위에 서 있으며, 이기심과 탐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피어난다. 자비는 나와 너, 우리 모두의 고통에 평등하게 반응하며 보답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다. 질투와 분노, 집착을 넘어 모든 중생에게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 때, 그 마음은 참된 자비가 된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랑은 타인을 향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의 결핍, 나의 실수, 나의 부족함과 상처들을 있는 그대로 껴안아주는 사랑. 나에게 실망하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품어주는 연민. 그것이야말로 자비의 시작이며, 타인을 위한 진정한 사랑의 출발점이다.

내 고통에 먼저 공감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타인의 고통 앞에서도 머물 수 있게 된다.


결국, 사랑이란 이기적인 욕심에서 벗어나 상대가 누구든, 혹은 그 대상이 나 자신일지라도 그 고통에 귀 기울이고, 덜어주려는 차별 없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평등하고 무조건적인 행위다. 사랑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며, 존재의 태도다. 사랑은 실천이다. 자비는, 그 사랑을 매일 살아내는 방법이다.


오늘도 나는 그 길을 달린다. 누군가 남긴 사랑의 흔적을 기억하며, 다시금 내 안에 질문을 던진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왜 그렇게 사랑해야 하는가.


신의 가르침, 타인의 애정 어린 조언,

다른 이의 진심이 담긴 문장들 그 모든 것이 내 삶의 자리로 조심스럽게 착륙되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나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오늘의 나를 사랑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기를. 그리고 내 아픔 앞에서도 따뜻하게 머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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