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속에서, 나만의 길로
연재를 시작한 지한 계절의 색을 지나오고, 지난 5월 29일 ‘용서, 마음의 평화를 위한 여정’을 마지막으로 《머문 자리》의 여덟 편의 글이 모두 세상에 나왔습니다. 처음 이 글들을 쓰기 시작했을 땐, 그저 흘러가는 감정을 조금 더 붙잡아보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때론 놓치고 있던 내 마음을, 그리고 우리가 잊고 지내는 어떤 감정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이제와 돌아보면, 이 여덟 편의 글은 누군가를 위한 위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회복이었습니다. 매 장마다 하나씩 꺼내 놓은 감정들 – 무력함, 억울함, 분노, 슬픔, 그리고 마지막엔 용서까지. 그것들은 나를 짓누르던 무게이자, 동시에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든 숨결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감정을 들여다보며 살아? 너무 힘들지 않아? 그냥 흘려보내면 되는 거 아니야?” 정말 맞는 말입니다. 감정을 들여다본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니까요. 나 자신을 마주한다는 건 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나에게 솔직해진다는 건 늘 약간의 두려움을 동반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길이 저에겐 더 나은 길이라 믿었습니다. 더디고, 때로는 고통스럽더라도 감정을 돌아보고, 이해하고, 품어주는 길. 그렇게 나를 알아가고, 결국엔 나를 더 사랑하게 되는 길 말이에요.
오늘은 그래서, 연재의 끝을 알리는 이 글을 쓰며,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늘 아침, SNS에 ‘해답’이라는 시를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무엇이 맞는지 모를 거고, 지금까지도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답을 찾아 헤매고, 누구보다 ‘정답처럼’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해답은 원래 없었다. 애초에 없었다. 그러니 이제는 ‘없는 해답’을 애써 쥐려 애쓰지 말자.
그저 흔들리더라도 스스로의 분별 안에서 끝까지 가는 것, 이 삶의 유일한 해답이다.
이 시는 지금의 제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완벽한 해답이란 애초에 없을지도 모르죠. 정답처럼 보이는 누군가의 삶도, 결국엔 각자의 방식으로 흔들리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러니 지금 이 자리, 내가 겪고 있는 감정, 내가 내딛는 이 작은 발걸음들이 나만의 길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해답’ 아닐까요.
《머문 자리》는 그렇게 시작되어,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내면을 따라가며, 감정이라는 생생한 언어로 길을 내보려 했습니다. 독자 한 분 한 분이 이 여정을 함께 걸어주신 덕분에, 저는 더 이상 이 길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합니다.
조금 더 확장된 이야기로, 조금 더 단단해진 시선으로, 삶과 사람, 몸과 마음에 대해 쓰고자 합니다. 《머문 자리》가 감정의 한 조각들을 담은 일기였다면, 앞으로의 연재는 그 감정들을 꿰어 더 큰 이야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브런치에서 새로운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직 제목도, 구체적인 형식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진심으로, 진솔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걷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제 막 꽃이 진 자리에서, 또 다른 씨앗을 뿌리는 시간입니다.
《머문 자리》에 머물러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 자리에 머물러 주신 당신 덕분에, 저 역시 스스로의 마음을 조금 더 다정하게 안아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며도 나아가기를.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글에서 만나기를.
감사합니다.
도진 작가와 매일의 감정을 함께 돌아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by. dojin__에서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