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담긴 지하철

조니의 사색공간

by 조니

이른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 많은 사람이 포댓자루 속 강낭콩들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

어디를 그리 바삐 가는지 그들의 표정은 이미 42.195km 풀코스 마라톤을 막 완주 한듯한 사람들의 몰골이다.


그들의 도착지가 궁금하다. 그들의 의지로 행하는 목적지인지 아니면 다음 달 카드값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행하는 것인지 검게 그을어진 눈 밑 다크서클이 그들의 대답을 함축적으로 대신 답해준다.


몇 년 전 나 또한 2호선 강낭콩 중의 하나였다. 일곱 시 반에서 여덟 시 반 사이 주문 폭주로 완판 된 강낭콩의 일원으로 주문지로 이동하였다. 출근길 피곤을 달래주는 건 오직 휴대전화 작은 스크린 속 자극적인 쇼츠 영상,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 어깨의 지고 있는 무직한 30kg짜리 쌀 포대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마취제였다.


목적지까지 30분 이상 이동하게 되면 다리는 금세 바닥에 뿌리를 내려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부터 온몸의 오감은 어느 자리의 사람이 먼저 도착지에 도달해서 일어날지 눈치 게임을 준비한다. 환승역에 도달하면 여기저기서 엉덩이가 “저 나가요~”하면서 들썩들썩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나의 귓가로 들려온다. 눈과 귀의 감각을 최대한 이용해 눈앞 유리창에 반사되는 뒤쪽까지 응시하면서 자리가 비는지 쉴 틈 없이 군 생활 때 습득한 사주 경계 스킬을 최대한 활용한다.


드디어 내 앞자리 사람이 끊임없이 스크롤을 내리며 보던 쇼츠 영상을 종료했다. 성급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휴~ 그래도 10분 정도는 앉아서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단숨에 좋아졌고, 앞쪽에 보이는 지하철 유리창에 반사되어 비친 나의 입가의 미소로 그 행복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자세를 고쳐 잡은 그 사람은 영영 풀리지 않을 듯한 38선 철조망처럼 팔짱을 꽉 조이고, 이내 두 눈을 꼭 감아 버리고 만다. 나도 모르게 앞사람이 들릴 정도로 "하아"하고, 입 밖으로 탈출하는 깊은 한숨을 붙잡지 못했다. 이렇게 출근길 자리를 앉아서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치열한 총성 없는 전쟁과 같은 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오후 열두 시에서 한시 단지 몇 시간 만에 지하철은 단풍나무에 단풍이 들듯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평화롭고, 여유로운 공간으로 금세 바뀌어 있었다. 탑승하는 승객들의 대부분 표정은 오전 시간대의 사람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 시간 때 이동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그들의 얼굴은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듯한 표정을 가지지 않았고, 검게 그을어진 눈 밑 다크서클 또한 없는 사람들이었다. 테니스 장비를 가지고 가는 사람, 20인지 캐리어를 끌고 가는 사람, 간편한 복장으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다양하게 각자 본인들의 삶에 만족하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게 되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표정을 관찰하게 된다. 갓난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최근까지도 코로나바이러스로 마스크에 가려진 그들의 내면을 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현대 사회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사회가 잘 구성되어 있고, 더 나아가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지하철 속의 우리들의 모습만 보더라도 대부분 이동시간에 이어폰으로 주위 사람과 만리장성 같은 거대한 장벽을 쌓고, 휴대전화 작은 스크린 속 가상 세계에 더욱 집중하는 사회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스스로를 타인들과 차단해 혼자만의 동굴로 빠져들어 가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곧 자신 내면을 깜깜하고, 서늘한 감옥으로 투옥시키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인간이란 상호작용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앞으로 사회에서 꼭 필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녁 여섯 시에서 일곱 시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합정역을 지나갈 때 약 30초 정도 한강의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때 한강에 비치는 노을빛을 볼 수 있는데 따사로운 햇살은 마음의 평화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누구 한 명이 밖을 쳐다보면 그 순간만큼은 핸드폰 속 작은 스크린이 아닌 다 함께 멋진 한강의 노을빛 감상을 통해 작은 행복을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앞으로는 지하철이라는 곳이 타인과 단절된 장소가 아닌 모르는 옆 사람들과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도착역에 정차 후에 지하철 출구로 나왔을 때는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이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지하철을 타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