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가 없네.
살다 보면 밥도 굶고
처연히 고개 숙일 일도
생기기 마련인데,
하필이면 오늘
휴지가 없네.
작은 것 하나 때문에
모든 체면이 무너지는
그런 순간일까.
이를 어쩌나 고민하다가
왜 이렇게까지 됐나 돌아보고,
돌아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다른 후회들이
줄줄이 따라 올라오고,
그걸 붙잡아 의미를 찾으려다
또 지치고,
지치다 보니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흘러나오지 않네.
휴지 한 장 없다는 사실 하나에
오늘의 기분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네.
별것 아닌 게
별생각 다 하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