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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수 Dec 13. 2023

우리가 몰랐던 시각장애인의 학습과 성장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시각장애인의 학습과 성장 이야기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학습할까요?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읽으며 공부하겠지." 대부분 이 정도 사실은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익히는 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시각장애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점자 학습자료를 얻는 데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이번 MSV 레터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어떤 감각으로 정보를 얻고 학습하는지? 특히 학생들이 학습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장벽과 그 해결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래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은 행복나눔재단 SIT팀과 함께 진행했으며,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 <우리가 몰랐던 시각장애인의 학습과 성장 이야기>가 11월 22일까지 용산구 행복나눔재단 1층에서 진행됩니다. 시각장애인 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들과 닷패드, 한소네와 같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습득 도구를 실제로 볼 수 있습니다. 미션잇에서 전시 기획, 디자인,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정보를 얻을까요?


촉각

시각장애인은 점자라고 불리는 작은 돌출된 점으로 이루어진 문자를 사용하여 책을 읽습니다. 점자를 읽기 위해 손가락을 사용하며, 특정 패턴과 조합을 통해 글자와 단어를 인식합니다.


청각

시각장애인은 녹음된 오디오 책을 듣거나, 화면 읽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정보를 얻습니다. 오디오 책은 전문적인 낭독자가 녹음하며, 전자 도서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통해 제작됩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다양한 장치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시각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일부 남아있는 시각을 활용하여 시각 보조 도구와 기술을 사용해 책을 읽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손가락을 활용하여 점자를 인지합니다. 하지만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시각장애인중 점자 문맹률은 86%에 육박합니다.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학습할까요?


점자 도서

점자 도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 매체로 돌출된 점자를, 촉각을 이용해 인식할 수 있는 특수 제작 도서입니다. 점자 해독을 배우지 않으면 읽을 수가 없고, 문자 도서를 점자로 변환하는 점역 시간이 오래 걸리며 제작비가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맹 시각장애인이나 시청각장애인에게는 대체하기 어려운 학습 수단입니다. 


전자 도서 

저작권 보호가 가능한 시각장애인용 멀티미디어 콘텐츠로서 이미지·텍스트·점자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컴퓨터 및 데이지 플레이어로 목차·페이지 찾기가 가능합니다.


녹음 도서

녹음 도서는 이름 그대로 ‘소리를 이용한’ 독서 형태로, 독서의 내용을 낭독자가 녹음하여 저장한 책입니다. 점자 도서와 함께 현재 이용자가 가장 많습니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손을 사용하여 종이를 넘기기 어려운 지체장애인에게도 효율적인 도서 형식입니다.


촉각 도서

촉각 도서는 도서의 전체 내용을 풍부하게 담기 위해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볼록하게 튀어나오게 합니다. 또는 점자로 그림을 표현하여 손끝 촉각으로 그림을 인지하게 하는 도서입니다. 주로 아동용 교육자료에 많이 쓰입니다.


확대 도서

확대 도서는 잔존 시력이 있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글자의 크기를 일반 도서의 약 1.5배로 확대한 것으로, 기존의 문자와 도표 등을 더 크게 읽을 수 있습니다.


확대도서는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큰 글씨로 되어있다보니 기존 도서보다 1.5배 이상 큽니다.


손끝으로 천천히 만져보며 느낄 수 있는 촉각 도서 예시 ©의정부시 블로그


시각장애인의 학습과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점자 학습 과정의 어려움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가로 풀어쓰기로 적혀있는 점자를 읽으면서 동시에 글자를 조합하여 뜻을 파악합니다. 따라서 점자를 처음 익힐 때는 읽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또한 손끝의 감각으로 점자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감각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읽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읽는 것에 너무 급급한 거예요. 그래서 문제 푸는 건 고사하고 점자를 이해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점의 간격이 좁다 보니까. 또 점 하나만 달라도 내용이 달라지는 게 점자니까. 촉지를 잘 못하시는 분들은 사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어려워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점자를 쓰는 것도 쉽지 않아요. 점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요. 그런데 쓸 때는 점자가 양각문자다 보니 점형을 반대로 찍어야 해서 어려웠어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공부할 때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점자를 익힌다든지 아니면 보조공학기기의 사용법을 익힌다든지 하는 준비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립니다.”




대체자료의 부족과 한계

학습도구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참조 영상을 활용한 영상 수업도 존재합니다. 또한 수학과 과학 영역에서 여러 도형과 그래프를 모두 점자로 옮기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하여 동등한 교육 자원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체자료 제작을 맡기면 이게 책에 따라서 또 달라요. 어떤 것은 빠르게 제작이 되는 것도 있고요. 다른 건 또 생각한 것만큼 빨리 오지 못해서 시간이 계속 지연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교과서에 지도나 그림이 나오면 점자나 캡션으로 설명이 있어도 정확히 알기는 어렵죠. 표나 그래프, 수식이 많은 수학, 과학은 더해요. 그래서 시각장애인 중에는 수포자가 많아요."


"동영상 강의도 들을 수는 있지만, 화면이 보이지 않으니 교재 어느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죠. 영어도 점자를 따로 익혀야 해서 지문을 읽는 대신 듣기평가처럼 문제를 풀어야 할 지경이에요."




제때 받기 어려운 점자 학습자료

시각장애 학생이 학기 시작 전 필요한 점자 학습자료의 제작을 신청하더라도 학기 시작 후 도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예습은 물론 시험 대비를 위한 활용도 어렵습니다. 신규 자료 제작을 기다리며 기존의 자료를 활용하고 싶어도, 정보가 산재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일이 복지관, 도서관 등 제작 기관에 문의해야 합니다. 또한, 부정확한 정보로 원하는 학습자료를 찾기가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제때 점자 학습자료를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원하는 교재가 지금 점역되어 있지 않다면 그걸 새로 맡겨야 하거든요. 그런데 점역을 맡기게 되면 기본적으로 한 2, 3달. 많게는 거의 1년 가까이 기다린 적도 있었어요.”


"작년에 제가 고2 교재 점역을 맡겨 놨어요. 그런데 전학을 왔더니 학교에서 쓰는 교재가 모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다시 점역을 맡기게 됐어요. 진짜 막막했었죠."


“시각장애인 학습 환경 중에서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부분이 대체자료 제작이에요. 대체자료를 더 많이, 더 빠르게 받아야만 시각장애인들이 다양한 종류의 교재를 풀면서 부담감을 줄이고 시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수능은 시간과의 싸움이잖아요.”


“사실 보통 학교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서점에 들어가거나 인강 사이트에서 책을 주문하면 배송이 오는 대로 바로 풀어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점역을 맡겨야 하고, 기다리는 동안 풀 만한 문제집도 없어요. 계획대로 공부하려면 복지관과 기관 여러 군데에 전화해서 부탁해야 해요. 그런데 교재가 기준에 맞지 않아서 제작이 늦어질 때도 있고요.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여럿 있어요.”


점자 수학 문제집. 시중의 모든 도서가 점자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각장애 학생들은 1년 전 점자 학습자료를 요청해야 합니다. ©도서 출판 점자


어떤 해결 방안이 필요할까요?  


“시각장애인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큰 희망이에요 지금보다도 자신의 재능을 더 찾을 수 있고요. 그리고 공부의 제약이 사라지다 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분야, 내가 공부하고 싶은 과목에 있어서 조금 더 전문적이고 디테일하게 공부할 수 있겠죠.”  


“지금보다 학습 환경이 개선된다면 시각장애인들이 지금 갖고 있는 제한적인 직업이 아니라 다른 직업에 대한 선택의 폭도 많이 넓어질 것 같아요. ”  


“더 나은 학습 환경은 저를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제 후배들, 그리고 대체자료가 필요한 여러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시각장애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작자의 자료 파일 제공 

자료 생성 주체의 자료 문자 파일 제공이 필요합니다. 출판사 자료 제공의 경우, 2016년 한국 정부에서 독서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저작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요지의 ‘마라케시 조약’을 발효하였으나 현실에서는 구현되고 있지 않습니다. 


시각장애 전문 인력 증대 

시각장애의 다양한 변인을 고려하여 학습에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교수자를 육성해야 합니다. 또한 대체자료 제작을 위한 점역사, 교정사와 같은 서비스 전담 인력의 고용 증대가 필요합니다. 전국에 프리랜서 형태로 일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모아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보조공학기술 개발과 보급 

촉각, 청각 활용을 돕는 보조공학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합니다.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의 정확도 향상, 시각장애인의 사용 환경을 고려한 음성 합성(TTS) 및 음성 인식 지원, 이미지 자료를 촉각 그래픽으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보조공학에 관한 기본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학습에 활용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다양한 기술개발도 필요하지만, 점자 도서 제작을 위한 원작자의 파일 제공, 점역사 및 교정사 양성 등 종합적인 사회 인프라가 갖춰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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