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예쁜 아가를 둘이나 얻었잖아
육아 휴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나는 회사로 돌아왔다.
휴직 직전 입사했던 신입사원은 어느덧 1년 차를 지나 있었고,
야무지다 느껴졌던 그녀는 팀 내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삐그덕 대던 시절을 함께했던 동기들도
이미 저만치 앞서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복직과 함께,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거의 매일 야근과 주말 근무까지 도맡았다.
출산 후 1년 이내 야간·휴일 근무를 금지한 사내 제도를
사외 PC를 써가며 우회하면서까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두 달쯤 지났을까.
본부장님을 포함한 주변 팀장님들까지도
‘손꼽히는 직원’이라며 내게 칭찬을 건넸다.
그 말들은 더욱 나의 원동력이 되었고,
연말이 될 때까지도,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너는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해?”
혹자는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너무 달리면, 금방 지친다. 쉬엄쉬엄 해.”
누군가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었다.
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그들의 걱정은 따뜻했지만,
사실 난 그 순간들이 괴롭지 않았다.
아니, 대부분의 시간은 꽤 즐겁기도 했다.
더 솔직히 말해,
그들이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있다는 게 내심 기뻤다.
그렇게 연말이 되었다.
그리고 본부 내 승진 대상자 5명 중
단 한 명, 나만 승진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그래도 1년을 채우지 못했는데 고과라도 잘 받은 게 어디야.’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 보려 애썼지만,
아쉬운 마음은 끝내 떨쳐지지 않았다.
휴일 없이 일했던 나의 실 근무 시간을 따지면 1년 치 그 이상이었다.
새벽시간이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온 날이 태반이었고,
심지어는 회식자리도 빠지지 않았으며,
그 사이에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다.
나는 5등짜리 직원은 아니었다.
놀랍진 않았다.
육아휴직자를 위한 별도의 승진제도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복직자'라 그 수혜조차 받을 수 없었다.)
“그거 역차별 아냐?”
라며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던 사람이
다름 아닌 나의 팀장이었으니까.
평가가 끝난 후,
친한 동기는, 경쟁자로 생각조차 않던 누군가가
알고 보니 자신을 경쟁자로 여기고 있었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내었다.
그러다 나의 존재를 갑자기 인식한 듯, 급히 말을 이어갔다.
“언니가 1년 동안 다녔다면, 언니는 무조건 승진했을 거야.”
(그녀도, 그녀를 경쟁상대로 생각했다는 누군가도 무사히 승진했다.)
그렇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들의 기준에서
나는 이미 승진 경쟁에서 제외된 존재였다.
‘복직한 지 6개월 된 아이 엄마.’
그들에겐, 그런 내가 승진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의아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의 악의도 없이, 덧붙였다.
“그래도 언니는 예쁜 아가를 둘이나 얻었잖아!”
한 달 전이었을까.
캐나다에서 잠시 한국에 들어온 숙모가 요즘 열심히 일한다는 내게 물었다.
“오호, 그럼 올해 승진도 기대할 수 있겠네?”
그녀의 말에 나조차도 너무도 당연하게 답했었다.
“아무래도 기대하지는 않고 있어요.
제가 아무리 6개월을 1년처럼 살았다고 해도,
평가자들 입장에선 1년 내내 다닌 직원을 더 챙기기 쉬우니까요.
어쩔 수 없죠, 뭐.”
나의 말을 귀 기울여 듣던 숙모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No. 그건 불공평하지.
너는 네가 회사에 다닌 기간에 대해서만 평가받아야지.
6개월 다닌 너를 1년 다닌 직원과 비교하는 게 말이 돼?
그러면 애 낳은 여자는 항상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잖아.”
지금에서야
그녀의 말이 다시금 귓가에 맴돈다.
그녀의 눈엔 너무나도 부당해 보이는 일을,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아이를 갖는다’는 다짐에
이러한 불평등에 대한 감내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나는, 아이를 낳은 후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갖는다는 건
이런 모든 부당함에 티 내지 않고,
의연하게 견뎌내는 일임을
뼈저리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