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은 낮다는데... 난임병원은 왜 항상 붐빌까?

아이를 생각하기엔 너무 바빴고, 생각했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by Stella Note

결혼 2년 차, 만 29살, 나는 난임병원에 갔다.

급할 건 없었지만, 어떤 과장님의 한 마디가 그날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날 그 이야기가 어쩌다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인해 생리가 제멋대로라 임신 준비가 어렵다는 이야기에 그녀가 말했다.


“Stella… 내가 유경험자로서 이야기하는데,
임신 준비한다고 엄한데 헛돈 쓰지 말고, 그냥 난임병원에 가.
어차피 너의 종착지는 그곳이 될 거야.”


난임병원에 간다고 시험관 시술을 바로 하는 것이 아니며,

임신 이전, 부부의 전반적인 생식 능력을 검진하고 많은 임상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상황에 맞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그녀의 말은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유명한 난임병원 리스트까지 얻은 나는 그 길로 가장 가까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초진은 생리 2~3일 차에 오면 되는데, 마침 그즈음이었고, 회사마저도 행사 때문에 일찍 끝나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마치 온 우주가 내게 병원에 가보라고 떠미는 것 같았다.


ㅇㅇ 여성의학연구소.

‘난임’이라는 글자를 지우려 애쓴 흔적이 보이는 듯한 간판 아래, 병원 건물은 길 건너 역사가 오래되어 보이는 하얗고 각진 대학병원과는 사뭇 달랐다.

한껏 분위기를 온화하게 만들려는 듯 가득한 곡선과 색채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 병원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소독약 냄새도 나지 않았다.

초진 접수를 위해 번호표를 뽑고 대기석에 앉았다.

그제야 군데군데 마련되어 있는 소파에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출산율이 낮다는 데,
이렇게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나?

곧 나는 그들 대부분이 내 또래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사실 난임의 기준은 생각보다 굉장히 낮다.

(여성 기준)

35세 미만: 1년 이상 정상적인 성생활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35세 이상: 단 6개월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의학적으로 ‘난임’이라 판정한다.
생각보다 달성(?)하기 어렵지 않은 기준이다.

그럼에도 왜 나이 어린 난임 여성은 찾기 힘든 걸까?


우선 의학적으로 여성의 생식 능력은 30세 이후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35세부터는 난임 확률뿐 아니라 임신 합병증, 기형아 출생 등의 위험이 급속도로 높아진다.

그에 반해 난임시술조차 나이가 어릴수록 유리하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난임센터에 입문해도 다른 이들에 비해 빨리 '졸업'하여 자취를 감춘다.

게다가 요즘은 결혼 자체를 일찍 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결혼을 빨리 했더라도 30대 초 아이를 갖겠다 적극적으로 결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때문에 그 나이에 자신의 난임을 인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들은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걸까?


여자 나이 서른.

20대 중후반 회사에 입사하여 그즈음이면 한창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가기 시작할 때다.

생식능력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지만, 커리어 쌓기에도 최적인 시기이다.

어떠한 큰 결심이 없어도

‘이번 평가까지만 받고…’,

‘승진만 하고…’,

‘이번 프로젝트만 마무리하고…’

혹은

‘이제 막 이직했으니 적응기는 갖고…’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흘러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에 밟히는 조카들이 늘고,

그래도 아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려보면,

임신에 있어 마의 구간이라 하는 35세는 이미 코앞에 와있거나, 나도 모르는 새 스쳐 지나 있다.


그렇게 부랴부랴 임신의 세계에 진입하고 나서야 비로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동안 생식기능은 그에 맞춰 진화하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렇게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적 능력을 쌓는 동시에 생식 능력은 잃어가며 종국엔 난임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출산하면 돈도 주고(이마저도 지역에 따라 몇 년에 걸쳐주지만),

신축 분양의 기회도 주고(이마저도 맞벌이에겐 택도 없는 소득기준 혹은 높은 분양가가 있지만),

육아휴직 기간도 늘려 주겠다는 등(이마저도 부부가 ‘모두’ 3개월 이상 휴직을 해야 하지만)

출산율 관련 정책이 쏟아진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정책들이 출산율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아이 낳을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는 일회성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소 20년간 아이를 키울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 키울 집이 없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분양을 받든, 매매를 하든, 전세를 하든 대출을 상환하고도 생활비에 노후대비까지 할 수 있는 월급.

즉, 내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고 돌아와서도 흔들리지 않을 내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각자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우리들은

생식능력이 감소하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회사에, 일에, 돈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90년대 생들이 결혼과 출산을 시작하며 최근 소폭 상승했다고는 하나,

이 수치가 마치 정책적인 성공인 양 착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 착각을 심지어 정책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나 공무원들이 하고 있다면,

이 나라는 출산율을 개선할 생각이 없다 봐도 무방하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의 90년대 초 태어난 이들의 결혼 및 출산 적령기를 지나고 나면

80년대 생들의 수적인 열세보다 더한,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대에 태어난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후의 출산율은 지금 보이는 소폭의 상승, 그 이상의 추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임병원을 찾는 이들은 많다.

현생이 바빠 아이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이들도,

비혼주의 혹은 딩크를 외쳤던 이들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생식 능력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시점이 되면

'아이'에 대한 깊이 고민을 시작한다.


그렇게 겨우 한 명 낳고 나면,

두 명은 감히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노산'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지나온 임신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거니와,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달려 아이 한 명도 벅차다.


게다가 육아 휴직 후 회사로 돌아가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하고 나면,

다시 한번 휴직을 결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럼 왜 더 빨리 아이를 생각하지 않느냐고?

음...

다시 한번 이 글을 천천히 읽어봐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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