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D고등학교 특수반 원예치료 2018-10차시
[바이 그리너리]에서 진행하는 실제 원예치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꽃으로 식물로 마음을 달래는 수업을 진행하는 [바이 그리너리]의 대표 이보현입니다.
용인
저는 현재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에 복지원예사(舊원예치료사)로서 특수반 아이들과 꽃(절화), 식물 등을 이용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라는 말이 낯설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음악치료, 놀이치료가 음악과 놀이를 치료의 매개체로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랍니다. 식물을 매개로 한 활동을 통해 사람의 정신과 신체의 작용을 개선 혹은 유지시키는 활동(<전문적 원예치료의 실제>, 손기철 저, 2006 쿠북)을 원예치료로 정의하고 있답니다.
정의는 그렇다만, 진짜 치료 효과가 있냐고 궁금해하실 수 있어요. 소화가 안될 때 소화제를 먹는다거나, 열이 날 때 먹는 해열제처럼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논문을 통해서 또 최근에는 「의료법」 제53조 및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제4조에 의한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가 일부 개정됨에 따라 원예치료가 인지 중재 치료의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었답니다(제668호 인지 중재치료). 이는 의료기관에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환자들에게 비급여 항목으로 처방을 통해 원예치료를 진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원예치료가 의료기술로서 인정받으며 그 효과성을 증명해주고 있답니다.
그러면 실제 우리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원예치료가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 함께 나누고자 글을 적어봅니다. 이번 수업은 2학기 수업을 정리하는 마지막 수업이었는데요. 이에 그동안 수고한 각자 스스로에게 미니 화환을 만들어주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수업을 통해서, 지적 장애로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의 아이들에게 작업하는 법을 설명하고 그대로 지시 따르기가 가능한지를 파악하고자 했답니다. 또한 손이 뒤틀린 경우가 있는데, 이런 투박한 손으로 꽃을 다루는 섬세 작업을 함으로써 신체적 기능을 개선하는데 목표를 두었습니다.
본격적인 활동 전에, 유인물을 통해서 2018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원예치료 수업을 물어보았답니다. 내심 나는 아이들이 예전 수업을 잊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질문이 끝나자마자 각자 본인이 마음에 담아뒀던 수업을 말해줬어요. 결혼식 꽃, 호박 꽃꽂이 등으로 제가 의도한 수업명은 아니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했던 수업을 기억해주었답니다.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업.
나무 스탠드에 플로랄폼을 고정시키고, 준비된 꽃을 삼각형 형태로 꽂는 일은 쉬운 작업은 아니었답니다. 줄기가 짧아야 전체 모양을 잡기가 좋은데, 그럴수록 아이들이 꽃 머리를 직접 만지면서 꽃이 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이들은 자신의 손에서 줄곧 부러지는 꽃에 속이 상한 듯 보였답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을 연발하지만, 조금만 도움을 주면 아이들은 다시 자기 자신을 위한 화환 만들기에 집중합니다.
마지막 수업답게 아이들의 실력은 향상되어 있었답니다. 연초만 해도 아이들의 작품에는 ‘마구잡이’라는 말이 어울렸지만 이제는 '조화로움'이 엿보이기 시작했어요. 여린 꽃을 다듬어 일정한 길이로 자르고, 본인이 의도한 곳에 꽂는 단순한 작업이 아이들에게는 놀이이자 하나의 훈련이 되어주었답니다.
짧은 회차의 수업에서는 평소에 다룰 일이 없는 꽃과 식물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 긴장감 완화 등의 심리적 요소를 개선하는 것이 주요 목표가 된답니다. 그에 반해 장기 수업의 경우는 공간 인지, 소근육 활동, 손-눈 협응 등의 훈련이 지속적으로 가능해지면서 다방면으로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매 수업마다 '원예쌤'이 보고 싶었다는 아이들에게서 저 또한 원예치료의 덕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단순하게 화분 안의 식물과 화병에 꽂아둔 꽃을 보고 심미적인 가치만 얻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굳어진 근육을 풀게 할 수도 있고, 바짝 긴장했던 마음을 풀어낼 수도 있답니다. 수업 후, 완성된 화분 혹은 꽃다발을 선물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식물이 해낸다는 것도 잊지 말아 주길 바랍니다.
보리둥둥(보리아내_이보현)
꽃으로, 식물로 마음을 달래는 <바이 그리너리> 대표
35년째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원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직접 길러낸 식물과 트랜디한 식물들을 종로꽃시장 내, [식물상점] 바이 그리너리에서 판매하고 카페, 무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복지원예사(舊 원예치료사)로서 초등학생 스쿨팜 교육과 weeclass청소년, 특수학급 , 노인 대상으로 식물을 매개로 한 원예치료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는 [부부에세이]를 쓰는 보리둥둥 작가이자,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식물매거진] 바이 그리너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