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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마음

by 해진

사물에는

마음이 없다


사물에다 마음을 부여한다고 해서

그들이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끝없이

자기의 감정을

자기의 욕심을

그들에게 강제로 집어넣고


마음 아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고

분노한다


꽃들은

인간을 보며 웃지 않는다


슬픈 낙엽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


길가의 잡초들은

자신을 초라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달도 별들도

외로운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사물을 빗대어

마음을 치장하고

우쭐하고

경멸을 쏟아낸다


정말 인간은

사물의 마음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마음이 없는 곳에서

마음을 끌어낸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언어로

사물에게 영혼을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우리는

그래서 신의 자녀들인가


이제

어스레한

밤이 다가오니

외로운 별 하나

나타나

나에게 말을 건다


별은

지금까지

한 번도 외로운 적이 없다

지금 이 시간

내가 외로운 것이다


별은

오늘도

한 인간의 감정의 유희에

갑자기 외로운 별이 되어야 했다


그래도

그들이 인간에게

아무런 항변을 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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