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지도 않고
골도 깊지 않아
메아리도 없는 산
문득
서글프고 외로운 날
찾아가 말을 걸어도
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산에 말을 걸다
지쳐버린 나도
말을 잃은 채
터덜터덜
산을 내려온다.
산은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침묵을 지킨다
외로워도
슬퍼도
침묵을 지키며
있는 것이
산이 푸른 이유인가 보다
말로
풀어내지 못하는
슬픔이나 외로움은
차라리
저 산처럼
침묵으로 견뎌내야 하나보다
말 못 하는 산이
푸른 것을 닮아
나도
저렇게 푸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