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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Dec 21. 2023

안물안궁 내 한자이름에 대하여

할아버지는 왜?

이름대로 산다는 말이 있다. 오늘부터 내 미래 이름을 찾아보려고 한다. 


나는 한자 이름이 두 개다. 음은 같지만 하나는 족보 이름 또 하나는 호적 이름이다. 그동안 나는 족보에 올린 이름대로 살았다. 이름 지은 할아버지 뜻을 받들기 위해서라는 명분이었다. 오늘 주민증을 보며 갑자기 호적 이름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쭉 족보 이름 田(밭 전) 丙(남녘병) 号(이름호 간자체)으로 살아오며 백만 년에 한 번쯤은 남쪽으로 내려가 밭을 갈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했었다. 앞으로는 호적 이름대로 炳(불꽃병, 밝을 병, 빛날 병) 號(이름호)로 살아야겠다.


하나도 안 궁금하겠지만 이리된 연유는 이렇다. 할아버지는 면사무소 호적계에 남녘丙 로 올려달라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 불꽃炳號으로 올라가 있더라는 말이었다. 추측건대 출생신고 갔던 날이 장날(장날 5, 10장-10월 10일 신고)이었고 한잔하신 할아버지가 깜빡했거나 담당 호적계가 한자를 잘 몰랐거나….


그런데 말입니다. 미스터리한 것은 나 빼고 형제들은 죄다 불꽃炳이라는 사실. 우리 집 돌림자는 炳(불꽃병, 빛날 병). 그럼 난 뭐지? 왜 할아버지는 나만 남녘丙号로 이름을 지었을까? 그리고 결국 호적에는 또 돌림자 불꽃炳號으로 올라가 있을까? 안물안궁이니 역사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여하튼 나는 앞으로 불꽃炳號처럼 살아가겠다는 씨 잘 때기 없이 긴 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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