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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Nov 19. 202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독서의 계절을 보내며...

첫눈발이 날리는 것을 보니 올 한 해도 저물어 간다. 가을이 언제 왔다 가는지 벌써 찬바람에 등이 시리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꼬리를 달고 있는 가을이 이렇게 가버리니 독서 추종자인 내 마음은 더 소란스럽다. 나는 독서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최소한의 지지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독서량이 OECD 꼴찌 수준' 뭐 이런 자극적인 말로 독서량을 따질 마음은 이젠 없다. 다만 지금 한국사회 여러 현상들은 독서에 대한 내 믿음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니 굳이 또 독서 얘기를 꺼낸다. 통계청 자료(2023년 11월 기준)에 의하면 13세 이상 한국인 전체 1인당 평균 독서율은 7.2권이다. 사실 수치를 보니 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그중 청소년(13~19세)이 12.6권으로 제일 높았고 그다음이 40대(40~49세)가 10.3권으로 1년에 10권 이상 읽는 세대였다. 그다음 세대부터 급격하게 줄어들어 50대 5.7권, 60대 4.0권, 70대 2.1권, 80대 이상은 1.0권으로 나타났다. 어느 매체들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을 꼬집으며 1년간 1권도 안된다며 호들갑을 떤다. 물론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평균의 함정이니 성인 기준으로 보면 읽는 사람만 많이 읽고 안 읽는 사람이 태반이 넘을 수도 있다. 하튼 말하고 싶은 것은 전체적으로 개인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인층의 급격한 독서율 감소가 눈에 들어온다.  

▲ 1인당 평균 독서량(통계청 2023년 11월 기준) 

나는 한국사회 세대갈등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독서라고 생각한다. 토론 백날 해봐야 갈등만 깊어진다. 굳어진 생각을 상대로 한 토론은 무용지물이다. 겉으로는 동의한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결국 '그래 니 똥 굵다'가 마침표다. 정치권이나 문화계에서 세대화합을 위해 무슨 쇼를 해대도 결코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증거 중에 하나가 몇 년 전부터 나타난 태극기부대라고 생각한다. 어느 해인가 청계산 주변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기를 든 70대쯤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생각난다. 할머니는 이곳이 초행길이라며 버스 타는 곳을 물었는데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활짝 웃으며 태극기 집회에 꼭 참석해야 한다며 나에게 전도를 했다. 아들 같아서 그런다는 것이었다. 할머니께 넌지시 물었다.

"아드님이나 따님은 뭐라 안 하세요?"

할머니 왈

"그래서 더 맘이 아파 그것들이 아직 젊어서 세상 보는 눈이 없어 쯧쯧"


세상 보는 눈이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는 할머니가 여전히 아른거린다. 세상 보는 눈이란 무엇일까? 오늘도 수많은 어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이 세상 보는 눈이 어른이 되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세상은 넓고 알아야 할 가치와 지식과 지혜는 깊고도 넓다. 이렇게 넓고도 깊은 세상은 결코 경험만으로 넓고 깊게 볼 수 없다. 경험으로 굳어진 세상 보는 눈이 바로 편견이다. 그러므로 세상 보는 눈은 경험만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생긴 편견을 깨야 조금씩 깊고 넓어진다. 이 편견을 깰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독서다. 독서는 넓은 세상을 살다 간 수많은 현자들과 현재의 수많은 생각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유는 단지 두 발로 걷고, 말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동물이라서가 아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깊이 있는 생각과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 인간답지 못한 행동에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생각,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지켜야 할 가치를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는 생각, 공동체를 위해 희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 공동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생각 등 다른 동물보다 더 깊고 넓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넓고 광대한 세상의 생각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기 생각을 넓혀야 인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유일한 길이 바로 독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세상은 나이를 들수록 독서를 하지 않으면 공동체에서 대우받기 힘들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뭘 그렇게까지 극단적이냐? 인생이 원래 그런 것 아니냐? 책 안 읽어도 잘만 살더라’라고 반박한다면 뭐 할 말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구시렁거리는 이유는 코엔 형제(에단 코엔, 조엘 코엔)가 말했듯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으니 하는 말이다.

코엔 형제 감독, 영화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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