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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an 15. 2024

내 춤 동무를 위하여

설야가무(雪夜歌舞)

내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내 동무 때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서울로 춤 배우러 간다기에 그저 그런 줄만 알았지 그 춤이 내게 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주말 홀로 서울로 올라가 이틀을 춤추고 오더니 나를 보자마자 거절할 수 없는 강력한 한마디를 던졌다.

"병호 춤 배우러 가!"

이어 확신에 찬 말투로 나의 결정에 못을 박아 버렸다.

"당신이 꼭 배워야 할 춤이야"

그렇게 얼떨결에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지금 내가 어설프게나마 춤을 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내 춤 동무 박시도 동무 덕분이다.

이 춤동무가 어느 날 몸을 다쳐 춤을 추지 못하게 되었다. 벌써 2년도 훨씬 넘었다. 순창에 내려갈 때마다 지팡이 짚고 절뚝이는 모습에 마음이 늘 안 좋았다. 다행히 이제는 많이 좋아져 지팡이도 떼고 거의 정상적인 몸에 가까워졌다.

이렇게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면 그 동무와 춤추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제 몸도 많이 나았으니 내 동무 박시도와 함께 춤 한판 걸지게 추고 싶다.


설야가무(雪夜歌舞)


지저분하게 야한 

자본주의 도시 저녁과 달리 

띄엄띄엄 초라한 불빛이 박흰 

산골마을 저녁이 

쓸데없이 부지런하다.

동무 온다는 기별에 

바지런을 떤 주인 덕에

못생긴 가스렌지 위에는 

허벅지 굵은 토종닭이 익어가고

인적 없던 시골 부엌은 

오랜만에 맛난 냄새로 화장을 하고

잘 익은 맛난 냄새가

도시 나그네를 맞는다.

맛나게 해부된 토종닭이

게눈 감추듯 사라지자

포만감에 넋이 나간 나그네 앞에

단정한 찻 상이 차려졌다

강경골 계곡물소리 벗 삼아 자란 

잘 익은 월야정인차 향과 

자리를 뜨지 못한 상큼한 매실주가

동짓달 긴긴밤 

차곡차곡 익어간다

동짓달 찬바람이 별빛처럼 내리는 

소복소복 눈 쌓인 마당 위에

갑자기 학 한 마리 날아와

한 땀 한 땀 

이쁜 그림을 그린다.

(2020년 12월 어느 날 순창에서)

#순창강경마을

#박시도월야장인차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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