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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an 08. 2024

춤이란 무엇인가 5

예술가들이여 아모르파티!

오랜만에 춤학교에 갔다. 짧은 시간이지만 익숙한 음악에 맞춰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한걸음 떼기 위해 발을 살짝 들었다. 깜짝 놀랐다. 몸이 흔들려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 다시 움직이려 했으나 하체부터 상체까지 온몸이 흔들려 춤을 출 수가 없었다. 내 발바닥은 지구를 온전히 대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면의 나와 나의 몸과 지구(우주)가 서로 외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난 2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심한 파동이 내면으로 전달되며 온몸이 흔들렸다. 우주(지구)를 대면할 면목이 없었던 탓이다. 보결선생님 말씀대로 그동안 내 머리가 몸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몸이 지난 2년의 세월을 모두 기억하며 반응하고 있었다.

‘에이 과장이 심하네. 뭔 헛소리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춤을 배우기 전까지 나 또한 이런 류의 글이나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춤학교에서 몸짓언어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내 몸속에 들어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춤을 추다 보니 내 몸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고 그 몸 속에 숨어 있던 내 본질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제사장 후예다. 춤을 추면서 본질 속에 들어 있던 제사장 후예임을 깨닫고, 관련 서적을 뒤적이고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그동안 살아온 내 삶의 궤적이 이해가 되었다


모든 예술가는 제사장의 후예들이다. 인간이 영장류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통능력의 우월성이었다. 그 태초의 언어가 바로 몸짓 언어였고 일정한 의미를 기호화한 벽면 그림이나 음성언어인 말이었다. 그 먼 옛날 나약한 존재였던 인간은 신(자연)과 인간의 중재자, 매개자가 필요했다. 내일 닥칠 천재지변 등 알 수 없는 공포를 달래 줄 어떤 존재가 필요했다. 바로 제사장들이다. 제사장은 신(자연)과 인간을 연결하여 주는 소통의 매개자였다. 그러므로 제사장은 인간을 대표할 수 있는 모든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고대 유물 중 가끔 출토되는 청동검의 주인이 바로 제사장들이었다. 그만큼 제사장은 인간들 믿고 따르는 존재였고, 제사장은 신과 인간의 매개자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존경과 추종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제사장들은 인류 문명의 발달에 따라 역할도 조금씩 분화되었다. 일부는 본질 깊숙이 들어가 영매자(샤먼, 무당)의 역할을 수행하였고, 일부는 그림을 그렸고, 일부는 몸짓언어를 통해 소통하는 춤꾼이 되었고, 일부는 노래를 통해 소통하는 노래꾼이 되었다. 문자가 발명되자 많은 제사장 후예들은 글을 통해 많은 영혼을 울렸다. 그러므로 모든 예술가들은 제사장 후예들이라는 말은 참말이다.


‘원래는 모든 사람의 일이었지만 계속해서 타락으로 인해 사람들이 소홀하게 된 권한을 등록한 사람’ 

헤르만 헤서는 예술가를 이렇게 정의했다. 헤세의 해석대로라면 이 시대 예술가들이 대부분 간난신고 속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타락한 것에 대한 벌일지도 모른다. 제사장이었지만 타락했으니 벌을 받는 것 또한 운명이라 생각하자. 

그런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예나 지금이나 모든 제사장들은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운 삶의 대변자이자 위로자다. 그러므로 모든 예술가들은 현실의 대변자, 슬픔의 대변자, 고통 분담자, 치유자이자 영혼의 반려자이다.

오늘도 각자의 골방에서 고군분투하는 만국의 예술가들이여~ 우리 모두 제사장의 후예임을 자각하고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제사장의 소임을 잊지 말자. 니체 선생이 말하지 않았던가. 

아모르 파티!


#최보결 #춤의학교 #최보결춤학교

우주평화: 2024년 1월6일 춤의학교 스케치, 발바닥이 흔들렸다.

자료)2021년2월 창무공연: 발을 지구에 찰싹 붙여 지구와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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