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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an 06. 2024

엄니 몸뻬바지에 붙어 있는...

제사를 핑계로 욕심 것 채우다.

아버지 제사라 형제들이 고향집에 모였다. 

몇 개월간 사람 손을 그리워했던 고향집은 도착 즉시 일거리를 던져주었다. 형제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각자 자기 할 일을 찾아 흩어진다. 큰형은 싱크대 공사로 엉망이 된 부엌정리에 바쁘고, 둘째 형은 지난봄 집 주변 심은 감나무, 매실나무, 영산홍에 거름을 주느라 바쁘고, 셋째 형은 깜빡이는 형광등 콘센트 공사로 바쁘고, 나는 집 주변 청소와 사랑방 불 피우기에 바쁘다. 한 번도 각자 역할에 대해 말하지 않았는데 올 때마다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찾아 하는 게 신기하다. 이것이 수십 년 함께 살아온 가족의 힘인가 싶기도 하고…

초저녁 아버지 어머니께 조금 일찍 오시라 해서 우리식 대로 간단하게 술잔을 올렸다. 각자 집으로 가야 하니 음복을 간단하게 하고 바쁘게 갈채비를 마쳤다. 다 정리하고 방을 나서려는데 벽에 걸려 있는 낯익은 몸뻬바지가 눈에 들었다. 가끔 큰형수가 입고 다녔던 엄니 생전에 자주 입었던 몸뻬바지다. 몸뻬바지에 달려 있는 수많은 엄니 추억들이 마구마구 쏟아졌다. 방안 곳곳에 붙어 있는 부모님 흔적들이 기억을 두드려 과거를 소환해 냈다. 육신은 멀리 갔어도 고향집에는 여전히 부모님이 계셨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평화로워지며 따뜻해졌다.


그렇구나. 

사람들은 제사를 조상을 모시는 행위라고 하지만 추억을 되새기며 자기가 위로받는 행사가 아닐까? 아버지 제사가 나를 위한 이기적인 일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아버지 제사 때문에 찾았지만 고향집 안방 엄니 몸뻬바지에 달린 달달한 추억을 욕심 것 채우고 다시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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