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홈즈 Jan 03. 2024

엄마를 바른다

엄마손을 그리며

어려서부터 입술이 자주 텄다. 가끔은 입 속 안까지 헐어 고생을 해야 했다. 특히 겨울철이 심했다. 예전에야 먹는 것이 부실했으니 영양부족으로 그랬다 치고 어른이 되어서도 겨울철이면 고질병처럼 입안이 자주 허는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병원에 가서 물어보니 유전적인 요인 어쩌고 하는데 죽지 않을 병이니 그냥 달고 산다. 


입 주변이 트면 먹는 일이 제일 고역이다. 특히 매운 음식이 들어갈 때는 입안 전체가 얼얼해 제대로 씹지도 못한다. 잘 먹지 못하니 잘 낫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골골한 몸으로 까무룩 잠이 들면 달달한 입술 감촉에 잠을 번쩍 깼다. 머리맡에는 눈으로는 한 번도 못봤던 그 귀한 꿀단지 꿀이 간장 종지에 담겨 놓여 있었고 엄마는 ‘엄마 손은 약손‘을 나직이 읊조리며 내 입술에 꿀을 바르고 있었다. 얼마나 달달하고 맛있었는지 그 꿀맛을 못 잊어 가끔은 괴병을 부린 적도 있었다. 


약국에 가면 좋은 약도 많은데 굳이 터진 입술에 꿀을 바른다. 엄마 손은 약손 해주는 엄마는 없지만 달달한 기억을 되살리며 애써 터진 입술에 엄마를 바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복을 짓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