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읽고
하루키에 대한 책인줄 모르고 그저 임경선 작가의 글이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다. 임경선 작가의 문체는 경쾌하고 읽기 쉽다. 하루키의 문체와 어딘가 닮아있다. 이 책은 임경선 작가가 사랑하는 하루키를 깊게 관찰하고 쓴 글로, 주말 하루의 몇 시간을 내어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읽기에 좋았다. 책에서 임경선 작가는 하루키의 책을 읽고 글을 쓰기 결심했다고 한다.
나도 하루키를 좋아한다. 대학교 때, 한참 하루키에 빠져서 수업시간 내내 태엽감는 새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 수업이면 그냥 빠지고 집에서 읽어도 될텐데, 출석 체크한다고 또 부지런히 수업은 들어갔다. 그만큼 하루키의 소설은 대단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권만 읽은 사람은 없다에 내 손모가지 걸 정도.
하루키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직업인으로서의 소설가'로서 굉장히 성실하고 꾸준한 태도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이다. 글쓰기에는 체력이 필수라 운동을 꾸준히, 건강해야 글을 오래 쓰니까 건강관리를 열심히, 절대적으로 앉아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부지런함. 그런것들이 모두 하루키의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데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천부적인 재능도 있겠지만, 재능이 부지런함과 결합하니 범접할 수 없다.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밀리언셀러가 될 때 쯤, 사람들의 부정적인 비평들에 상처를 입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천하무적 멘탈일 것 같은 하루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왠지모를 안도감이 들었지만, 결국 하루키는 어딘가 우직하고 단단한 그의 문체처럼 그의 방식대로 삶을 이어나간다. '비평가들은 내 소설을 무조건 읽어야하지만, 본인은 비평가들의 글을 무조건 읽지 않아도되서' 왜인지 이긴 기분이라나.
1/3은 아이와 함께 간 키즈카페에서, 1/3은 아이가 잠든 차안에서, 1/3은 집에서 실내 사이클을 타면서 틈틈히 완독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은 제목과 내용을 어디까지 매칭시켜야할 지 헷갈렸으나, 임경선 작가가 안내해주는 하루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소중한 주말을 촘촘히 채워주기에 적당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