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_naive salesman_#3

#3_왜 영업인데? part 2

by byi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어서입니다."



이번 편으로 왜 영업(세일즈)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회사에 들어가 본격적인 salesman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전 꽤나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고3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바로 시작한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에서부터 패밀리레스토랑 서빙, 맥줏집 서빙, 마사지기와 가방 판매, 대학교 기숙사 청소, 다큐멘터리 번역, 비즈니스 통역 등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이 중 '나 영업에 소질 있는 거 아니야?'라는 무시무시한 착각을 하게 만든 두 가지 일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19살의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 _ 내가 사장이라는 마음가짐

salesman으로서 제 커리어의 시작은 집 근처 역 앞 고깃집에서였습니다. 수능시험을 마치고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용돈도 넉넉하지 않았고 에너지는 넘치고, 활동적이면서 생산적인 일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구직을 위한 면접을 보았고 생각보다 너무 쉽게(?) 처음 면접본 곳에 합격을 했습니다.


아직도 그 고깃집에서 일하던 첫날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이날의 배움은 제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항상 놓치지 않고자 노력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처음 출근해서 시작한 일은 영업 시작 전 가게 청소였습니다. 고깃집은 지하 창고, 1층, 2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아르바이트생별로 (이후 알바생) 1층과 2층 구역을 나눠 오픈 청소를 했습니다. 저는 선배 알바생으로 부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배우고 2층을 담당하여 청소를 했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는데, 내려가는 계단 옆 창틀에 먼지가 있었습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먼지를 손에 들고 있던 걸레로 닦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옆 창틀에 낀 먼지가 보였고 그 아래 창틀 그리고 그 아래 창틀에 먼지까지 보였습니다. 닦는 김에 창틀을 전부 닦았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총괄 실장님께서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사실 이날 자신감이 좀 붙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19살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첫날 출근해서 일하는데 여러 선배 알바생도 있는데 실장님이 나름 큰 칭찬을 해주신 것입니다. 물론 제가 고래처럼 춤을 추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날의 칭찬은 너무 기분이 좋았고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제가 무심코 한 행위에 실장님의 격려가 담긴 후한 피드백은 '주인의식'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가게가 내 가게라면 하물며 작더라도 눈에 보이는 창틀의 먼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아르바이트 첫 출근한 신입생이 발견한 창틀의 먼지를 선배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리는 없었을 겁니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 대청소날 청소하는 부분이 창틀이었기에 그리고 그 정도 생활먼지는 크게 눈에 띄지 않을 것이기에 넘어갔었을 겁니다. 양심에 손을 얹고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날의 일을 통해 '주인의식'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지, '주인의식'을 갖고 창틀을 닦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첫날이라서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리고 첫 출근이기에 힘이 넘쳐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오버해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제 막 salesman의 길에 들어선 제가 감히 느끼는 것인데, 영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저는 '주인의식'을 뽑겠습니다. 일을 하다가 부딪히는 여러 선택의 상황들 속에서 대부분의 문제들은 이 질문 하나로 정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2) 마사지기 판매왕 _ 손님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라

미국 교환학생을 가는 여비에 보태고자 휴학하고 1년간 마사지기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당시는 휴대용 마사지기 제품이 많지 않았기에 꽤나 이목을 끄는 제품이었으나 10년 전 25만 원 30만 원대였던 가격을 생각하면 쉽게 구매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제품이었습니다. 판매 매장이 쇼핑몰 내에 별도로 구분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이동하는 길목에서 매대 하나와 앉아서 마사지기를 체험할 수 있는 의자를 3개 정도 놓고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를 위한 제품설명은 고사하고 이동하는 고객을 붙잡고 마사지기를 체험해 보시게 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며칠 근무를 하다 보니 나름 고객 분류가 가능했습니다. 오후 몇 시부터 몇 시 고객들이 체험 권유에 대한 반응이 좋은지, 어떤 유형의 고객들이 거절을 잘하지 않으시는지, 권유할 때는 어떤 표현과 말이 효과적인지 등 노하우를 익혀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점은 구매까지 연결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었던가요?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근무날은 아니었지만 쇼핑몰을 지나가게 되어 함께 일하던 친구를 놀려주고자 매대를 찾아갔습니다. 손님인척하면서 제품을 체험하고 곤란한 질문들을 던져 친구를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그날만큼은 손님의 입장에서 종류별로 마사지기를 다 체험하며 이것저것 묻고, 웃고 떠드는 순간 '아! 이 목 마사지기 아빠에게 선물로 드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외부에서 밤을 새우는 야간근무가 많으셨고 또한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기셨기에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마사지기라면 피로를 푸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다음 근무날 바로 적용했습니다. 체험 반응이 긍정적인 손님께는 무작정 제품의 장점들을 나열하며 설명드리기보다는 어떤 분이 이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지 또는 어떤 분께 선물하고자 하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이후 그 대답을 들으면 그분의 특성을 더 여쭙고 그것에 맞춰 제품의 특징을 설명드렸습니다. 손님이 원하시는 것은 그저 획기적이고 좋은 제품이 아니라, 획기적이고 좋은 제품이면서 내게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이어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역할은 제가 갖고 있는 제품으로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보여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를 마치고 어영부영 지내다가 서른 줄에 가까워지며 취업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었습니다. 뭐를 해야 할지 막막한 와중에 학교에서 진행하는 취업특강을 들었습니다. 강사님께서 취업의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저는 시키시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찍어온 점들을 이어보니 '영업'이라는 글자가 떠오르더군요.


네, 누구보다 (아니, 그나마 가장) 잘할 자신이 있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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