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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청 Nov 02. 2020

버티고 버티기

가벽 하나를 두고 서로 안 들리게 울고 있었네


sketch (2020), 진청


내 그림 작업실은 공유 오피스처럼 여러 작가들이 함께 사용하는 코워킹 스튜디오다. 작가들끼리 교류가 있는 편은 아니고 오가며 인사만 하는 정도다.


그런데 얼마 전 인스타그램 피드에 우연히 우리 스튜디오를 쓰는 작가님의 계정이 떴다. 바로 옆자리의 작가님이라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피드에 올라온 글 몇 개를 읽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에 요즘 매일 울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 있었다.


가벽 하나를 두고 항상 옆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전혀 몰랐다. 물론 공용공간이니 엉엉 울고 싶더라도 소리를 삼키면서 울었을 테니 몰랐던 게 당연하다.


그 마음을 아예 모르진 않기에 글을 읽고 마음이 아팠다. 매일은 아니지만 나도 올 늦여름에서 초가을까지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주 울었던 것 같다.


그림 그리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림만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 힘들어서 울었다. 어쨌든, 우리 스튜디오에 있는 사람들은 삶의 많은 부분을 그림에 쏟아온 사람들이고, 그 원동력은 그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분명히 있고, 벽을 마주한 것 같은 어려움이 지속되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버텨야만 한다.


내 옆자리의 작가님은 어쩜 저렇게 성실하게 나오지 싶을 정도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는 분이다. 작가님에게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말을 할 용기는 없지만, 모두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위로를 진심으로 건네고 싶다.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해내다 보면,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그때까지 작가님도 나도 잘 버텨보자고.



인스타그램: @byjeanc

https://www.instagram.com/byje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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