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날에 읽어 보는 시집, 내맘내시
같이 감상하고, 함께 공감해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죽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참 많군요. 의미 있게 살자는 취지는 좋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구미에도 맞겠습니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느라 겨우 생긴 여가를 허비하지 않아도 좋으니까요. 하지만 나에게 좋은 것을 누군가가 정해줄 수 있는 걸까요?
정말로 형편이 나쁜 점은 추천을 주고받는 것도 흔치 않은 시의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를 읽는 경험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로 끝입니다. 베스트셀러에 시집이 오르는 일을 보기 어렵습니다. 시는 어렵다, 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는 선입감이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꼭 읽어보아야 할 명시들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타임캡슐이고 보물 상자입니다. 우리의 한 때를 함께 했던 시, 가끔씩 꺼내어 보고는 또 다음을 위해 귀중하게 간직하는 시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살면서 읽어 본 좋은 시, 사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시, 라고요. 혼자 듣기 아까운 좋은 노래를 친구에게 들려주고, 나만 알고 있던 소중한 경치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지트로 만드는 마음으로, 내 마음에 들었던 시들을 꺼내어봅니다.
- 이작가
내맘내시 이작가가 추천하는 열선시
가 내게로 와서 내가 詩가 되었군요.
1. 시 /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나를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소용돌이 치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처음으로 시를 발견한, 삶을 의식한, 자신을 마주한 순간을 기억하나요? 이 시를 읽으면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 때의 나를 귀여워 해주다가 보니 여전히 무궁한 깨달음들이 미지로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여태 어린 우리입니다.
늘 새로움을 발굴하는 영원히 젊은 시인의 가슴을 가져봅시다.
- 이작가
2. 오 나여! 오 삶이여! / 월트 휘트먼
오 나여! 오 삶이여!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문들,
믿음 없는 자들의 끝없는 행렬에 대해, 어리석은 자들로 가득 찬 도시들에 대해,
나 자신을 질책하는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어리석고, 나보다 더 믿음 없는 자 누구인가?)
헛되이 빛을 갈망하는 눈들에 대해, 사물들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다시 시작되는 투쟁에 대해,
헛되이 빛을 갈망하는 눈들에 대해, 발을 끌며 걷는 내 주위의 추한 군중에 대해,
공허하고 쓸모없는 남은 생에 대해, 나를 얽어매는 그 남은 시간들에 대해,
오- 나여! 반복되는, 너무 슬픈 질문 - 이런 것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까? 오 나여 오 삶이여,
답은
네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 - 삶이 존재하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화려한 연극은 계속 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것.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작품에 인용된 시입니다.
오 캡틴, 마이 캡틴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했었는데 이제와 보니 <죽은 시인의 사회> 자체와 휘트먼이 바로 나의 캡틴이었군요. 삶이 존재하고 내가 여기 존재하고, 그리고 나의 선택에 의해 캡틴도 존재합니다.
- 이작가
3. 자화상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보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불만족한 자신이라도 미운 자식처럼 버릴 수가 없는 법이죠. 짠합니다.
(이런 시를 쓰는 자신이라면 어렵게 얻은 무남독녀만큼 어여삐 여겨줄 텐데요!)
- 이작가
4.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셔츠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 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아 대굿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여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승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잠’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이런 날이 있지 않습니까?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서 흰 벽에 외로운 생각만 그리는 날.
그러다 이런 시라도 읽게 되면 마음이 바닥을 깊게 치고 다시 떠오를 수 있습니다. 릴케를 읽어보고 싶은 그런 의욕이 다시 생겨나게 해주는 고마운 작품입니다.
- 이작가
5. 하늘은 지붕 너머로 / 폴 베를렌느
하늘은 지붕 너머로
저렇듯 푸르고 고요한데
지붕 너머로 잎사귀를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우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짖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아이 참, 시인이라면 언제고 젊다지만, 그렇다고 잔뜩 게으름 부리는 시인은 응당 꾸짖어 줘야지요. 그런데 부지런한 시인은 어떡하죠?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게 있는데 나만 틀려서 여기서 늘 이렇게 야단맞아야만 한다면? 일단 다른 시도 좀 읽어보죠.
- 이작가
6. 새벽 한 시에 / 샤를 보들레르
마침내! 혼자가 되었군! 이제 늦게 돌아가는 지쳐빠진 몇 대의 승합 마차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몇 시간 동안 휴식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는 고요를 갖게 되리라. 마침내! 인간의 얼굴의 횡포는 사라지고, 이제 나를 괴롭히는 건 나 자신 뿐이리라.
마침내! 그러니까 이제 나는 어둠의 늪 속에서 휴식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자물쇠를 이중으로 잠그자. 이렇게 자물쇠를 잠가두면, 나의 고독은 더욱 깊어지고, 지금 나를 외부로부터 격리시키는 바리케이드가 더욱 단단해지는 것 같다.
가증스러운 삶이여! 공포의 도시여! 자, 하루 일과를 더듬어보자! 문인 몇 명을 만났다. 그 중 한 사람은 육로로 러시아까지 갈 수 있는지 나에게 물었다. (그는 틀림없이 러시아를 섬으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다음 한 잡지사의 국장과 마음껏 논쟁을 했다. 그는 나의 반박 한마디 한마디에 “우리 회사는 정직한 사람들의 집단이오.”라고 대꾸했다. 그 말은 다른 모든 신문 잡지는 건달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 다음에는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 중 열다섯 명은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친구들과 그만큼의 악수를 나눈 셈인데, 미리 장갑을 사두는 주의를 하지 않았던 것은 내 잘못이다. 그리고 소나기가 퍼붓는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느 여자 곡예사 방에 들렀는데, 그녀는 나에게 베뉘스트르 의상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그 다음 한 극장 지배인에게 문안드리러 찾아갔는데, 그는 나를 돌아가게 하며 이렇게 말했다. “Z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는 나의 모든 작가 중 가장 둔하고 가장 어리석지만, 또 유명하기도 제일인 친구입니다. 그와 함께라면 당신은 아마 무엇이든 얻을 겁니다. 그를 만나십시오. 그러고 나서 봅시다.” 그 다음 내가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비겁한 일들을 했다고 자랑하고 (왜일까?) 내가 기꺼이 저지른 다른 비행들은 비겁하게 부인했다. 하나는 허풍의 죄, 다른 하나는 체면을 지키기 위한 죄다. 한 친구에게는 쉽게 할 수 있는 도움을 거절하고, 어느 지독한 건달에게는 추천장을 써주었다. 아이고! 그것으로 끝인가?
모든 것에 대해 불만족하고 자신에 대해 더욱 불만족하며 지금 이 밤, 고독과 적막 속에서 나는 스스로 기력을 되찾고 자신을 조금 사랑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의 영혼들이여, 나를 굳세게 해다오. 나를 지탱할 수 있게 해다오. 내가 이 세상의 허위와 부패로부터 멀리 있게 해다오. 당신, 나의 주인이신 신이시여. 제게 은총을 내려 주시어 몇 줄의 아름다운 시를 쓰게 해주소서. 그리하여 내가 못난 자, 멸시해 마지않는 자들보다도 더 못난 인간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게 해주소서.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겁니다. 거기가 아닌 여기서밖에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걸요. 조금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기도합니다. 이 밤 고독과 적막 속에서 기력을 되찾고 몇 줄의 아름다운 시를 쓰게 해달라고요.
- 이작가
7. 시간의 상자에서 꺼내어 시간의 가장 귀한 보석을 감춰둘 곳은 어디인가? / 최정례
지금 흐르는 이 시간은 한 때 어떤 시간의 꿈이었을 거야. 지금 나는 그 흐르는 꿈에 실려 가면서 엎드려 뭔가를 쓰고 있어. 곤죽이 돼가고 있어. 시간의 원천, 그 시간의 처음이 샘솟으며 꾸었던 꿈이 흐르고 있어.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달덩이가 자기 꿈을 달빛으로 살살 풀어놓는 것처럼. 시간의 꿈은 온 세상이 공평해지는 거였어. 장대하고 아름답고 폭력적인 꿈.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무너뜨리며 모든 아픈 것들을 녹여 재우며 시간은 흐르자고 꿈꾸었어. 이 권력을 저지할 수 있는 자, 나와 봐. 이 세계는 공평해야 한다는 꿈. 아무도 못 말려. 그런 꿈을 꾸었던 그때의 시간도 자신의 꿈을 돌이킬 수가 없어. 시간과 시간의 꿈은 마주 볼 수도 없어.
아아 그러나 또 어느 날, 엎드려 이런 글이나 쓰게 됩니다.
그 때의 그 꿈은 어디론가 흘러가 버린 걸까요?
- 이작가
8. 봄을 기다리며 / 김승희
남대문 시장 추운 뒷골목에 들어섰을 때
난 남루한 길바닥에 줄줄이 앉아 있는
보랏빛 구근들을 보았네.
추위 때문인지 쇠 단추처럼 단단하게
오그라진 구근들의 이름은
그러나 광석질이 아니고
화사하게도 히야신스와 크로커스라고 했지.
어디서 굴러먹다 온 돌멩이처럼
볼품없는 구근들은
한 개에 오백 원씩.
그 이름을 말할 때
초라하게 살결이 튼 행상 아줌마의
입술에선 이상하게도 봄 향기와 봄 들판의 환히
열려진 꽃봉오리들이 바람의 치아처럼 언뜻 보였네.
난 그것들의 생명을 믿지 않았고
그것들의 기다림을 믿을 수도 없었지.
너와 나는 이미 가망이 없어 보였고
이 도시 ―긴 겨울―
빙하가 단단한 얼음 벽돌들을 층층이 쌓아 올려
빙하 시대의 완강한 불임권을
형성한 이 곳에서
나는 차마 하나의 구근에서 싹이 트고
꽃이 피는 이적을 기다릴 수는 없었네.
나는 그냥 지나쳐서 바삐 걸어갔지.
사람과 부딪치며 계속 난전들의 골목을
헤쳐가고 있을 때
난 아득하게도 어디선가 들려 오는
강물 삐걱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어.
모든 봄은 한 개의 꽃 뿌리에서 시작되고
모든 빙하는 한 개의 꽃봉오리에서부터
녹기 시작한다고
그것은 내 머리에서 피가 도는 소리 같았고
그 환각의 약초가 흔드는
꽃바람 방울 소리는
어질어질 나의 수족 마비의 겨울 문고리를
잡에 헤뜨리고 있었네.
황망히 뒤돌아
다시 그 시장통 골목을 찾아갔을 때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 뼈다귀처럼
못생긴 그 구근들이
어쩌면 미륵불을 닮아 보였고,
집에 돌아온 나는
물병 위에 그 보랏빛 구근들을 심어
햇빛 바른 창턱 위에 환히 올려 놓고
이것이 내일인가 ―
아 이것이 내일이다 ―
매일 아침 물병 속으로 뻗어 가는
봄 꽃들의 파란 실뿌리를 오래오래
기쁨에 차서 바라보는 것이었네.
그리고, 친구여,
나에겐 내일이 생겼어,
비로소 난 가졌지,
기다리는 봄을,
이것이 내일이다고 외칠 수 있는
자그만 한 개의 사랑스런 봄을.
어차피 사라질 시간이라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산책을 나선 길, 못생긴 구근에서 자신을 봅니다. 자화상처럼 미워졌다가 또 그만 들여다보게 됩니다. 볼품없던 구근이 부지런히 내린 뿌리에서 내일을 발견합니다. 사라지고 흘러가 버릴 것이라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 이작가
9. 꺾어진 가지 / 헤르만 헤세
꺾어져 부스러진 나무가지
이미 여러 해 동안 그대로 매달린 채
메말라 바람에 날려 삐걱거린다.
잎도 없이 껍질도 없이
벌거숭이로 빛이 바랜 채
너무 긴 생명과 너무 긴 죽음에 지쳐버렸다.
딱딱하고 끈질기게 울리는 그 노랫소리
반항스레 들린다. 마음 속 깊이 두려웁게 들리운다.
아직 또 한 여름을
아직 또 한 겨울 동안을
참 스스로와 재미있게 살지 않습니까? 와중에 가족과도 친구와도 애인과도, 실망하고 기대하는 일을, 아직 또 한 여름을 아직 또 한 겨울 동안을 해오고 해나가야 하다니 참 놀랍습니다.
- 이작가
10. 이타카 / 콘스탄틴 카바피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콘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니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 않으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니.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크나큰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페니키아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춰
어여쁜 물건들을 사거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에게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이 모든 시간을 관통해 이타카에 이르는 날 알게 되겠지요.
가르침과 아름다움을요.
- 이작가
#지켄트북스 #작가그룹 #열인백선
보고 싶은 날에 읽어 보는 시집, 내맘내시
내 맘으로 선정하는 내 시
내 맘대로 추천하는 내 시
내 맘을 담아 전달하는 내 시
내 맘을 표출하는 내 시
영화와 노래는 우리가 다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는 문화입니다
지켄트와 작가들이 추천하는 시들로 또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라며 기획해서 작가들과 함께 만듭니다
지크피디 드림 ( ByJIKPD )
서울인문포럼 2015년1월14일 신라호텔서 개최
배양숙대표 개회사 추천시 : 다시 – 박노해
문전희시인 강연회 추천시 : 꽃밭의 독배 – 서정주
내맘내시 김작가가 추천하는 열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