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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환 보다 솔직함

All that Interview

by Kaelyn H

처음도 아닌데 떨릴 일인가 싶지만, 생면부지의 사람 앞에서 묻는 말에 떨지 않고 또박또박 대답한다는 건 언제나 그리 쉬운 미션은 아닐 겁니다. 일체의 제출 서류를 고이 모아 우체국을 다녀온 후, 다가올 인터뷰 일정을 기다립니다. 입사와 이직을 반복하고 다양한 인터뷰를 경험해 봤던 저인데, 대학원 면접은 조금 달리 다가옵니다.예상 질문은 어쩌면 뻔하지만 최대한 매끄럽게 대답하고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관건이니까요. 혹시 인터뷰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은근슬쩍 긴장감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보통 제대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의 유형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생각조차 못해 본 의외의 질문, 배경지식이 부족한 것에 대한 질문, 그리고 답하기 꺼려지는 압박성 질문. 앞의 두 유형은 준비하기도 어렵고 시간도 없으니 빠르게 포기합니다. 그럼 남은 것은 하나, 어쩐지 부담스러운 ‘아는’ 질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겠지요. 제가 써 낸 연구계획서와 경력기술서를 번갈아 봅니다. 돌아올 질문은 거의 하나로 모아집니다. 나름의 긴 커리어(직책과 직위)를 가진 직장인이 왜 대학원을 오려고 하는지겠지요. 물론 <지원 동기>에 이미 서술했지만, 대강 혹은 뜬구름 잡는 식으로 답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기 때문에 생각과 의견을 더 뾰족하게 다듬으려 노력했습니다. 막연히 그저 공부가 하고 싶다거나 (제 나이에) 교수 임용을 꿈꾼다거나 하는 식의 대답은 설령 그게 사실일지라도 청자의 입장에서는 성의가 없거나 철이 없거나 둘 중 하나로 느껴질지도 모를 노릇이구요.


예상은 적중합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면접관 중 한 교수님이 질문을 하셨기에, 저는 준비된 대답을 드렸습니다. 직업적으로는 작지만 성과도 있고 나름 성장도 해 왔으나, 늘 목마름이 있었다, 필드에서만 이리저리 뛰다 보니 학문적 소양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 기회를 통해 꼭 채우고 싶다고요. 덧붙여 이 학문적 배움을 인생에서 제2의 커리어를 개발하는 디딤돌로 삼고 싶다, 제 공부와 연구에는 뚜렷한 목적과 목표가 있을 것이라고요.


인터뷰는 생각보다 짧게 끝마쳤습니다.

내놓은 답변이 그들에겐 지루한 클리쉐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진심이었기에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그 이상의 무언가 거창한게 꾸며진 답변을 한다면 그건 자기기만에 다름 아닐 겁니다. 그리고 결국엔 합격했으니 그럭저럭 통하는 답안이었겠지요.

한가지 더. 인터뷰 동안 주로 그들이 우리를 관찰하고 탐색하겠지만, 우리도 그럴 수 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대한 교수님들 관상(?)도 보고, 각자 하시는 말씀과 그 톤앤매너가 어떤지 경청하고 관찰했습니다. 사소하지만 학교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단면을 보여주는 정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저의 경우엔 이것이 긴장을 낮추고 당당하게 보이는 데에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는 것, 더욱이 면전에서 즉답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편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진지하고 솔직한 태도는 그 모든 두려움을 상쇄하는 무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대면 인터뷰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조금 부족해 보여도 대학원 생활을 통해 겸손하게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을 담담하게 보여준다면 그것으로 좋은 인터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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