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어려운 이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이다. 회의 시간에 짜증을 내고 함부로 말을 하고 폭언을 한다. 15년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적은 본 적이 없는데 난생처음 회사에서 막말을 해대는 대표를 마주하고 말았다.
"미팅은 왜 둘이 가는 거야? 놀러 다니는 거 아니야?"
"출장은 뭐 하러 가? 그따위로 해서 뭐 할 건데? 생산성 일을 하라고 몇 번을 말해 내가 "
"잘하란 말이야, 이따위 일 하려고 회사 왔나? 바보야 니들 "
말끝에 늘 날 선 비난과 비하가 담겨있다. 모든 직원에게 회의건 미팅이건 사사건건 일이 있을 때마다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마구 내뱉는다. 감정 가득한 말들이 호수로 물을 뿌리듯 이곳저곳에 마구 뿌려진다. 예쁜 꼿은 주인이 좋은 말을 해주고 가꿔주면 더 잘 자란다던데 이곳은 좋은 말은 온 데 간데없고 함부로 뱉은 말들에 모두의 마음이 시들시들 메말라 가는 중이다.
직원들 대부분 원래 그랬어요. 저런 분이셨어요라며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표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우두머리의 겁박 속에 아무 요동도 칠수 없이 고요히 갇혀 지내는 군중이 되어 그 누구도 이곳에서는 반격하지 않는다. 그냥 하라는 대로 때론 그가 말하는 것이 맞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고객을 끄덕이며 그의 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해진 것 같다. 그저 또 개가 짖는구나 너는 짓어라 나는 일한다라는 마음으로 생각보다 다들 평온하게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부당한 대우에 함부로 말하는 혀끝에 나는 몸서리가 쳐지는데.. 이젠 내가 이상한 것인가 생각인 들정도로 저런 말과 행동이 괜찮다는 듯 씹어 삼켜 버리는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속에서도 아무도 퇴사를 하지 않는 건 어쩌면 기업 규모대비 높게 책정된 연봉의 이유도 있을 터.. 달콤한 연봉으로 대표는 직원을 함부로 대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반격하지 않는다 아니 반응 조차 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정말 일을 잘못했거나 올바르게 하지 못했다면 바른말을 해줄 수 있다. 그게 윗사람들의 역할이며, 오너의 권리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그러나 올바른 말이 아닌 비하와 비난을 담은 말은 좋은 말이 될 수 없으며, 사람과 사람이 아니 상하 관계일지라도 불필요한 언행과 비난은 해서는 안될 말이다.
돈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그 돈이 권력이 되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특권은 아닌데 너무나도 당연시되는 이조직 한가운데 서있자니 하루에 몇 번씩 나는 흔들리는 배에 올라탄 듯 멀미가 난다. 나는 결국 퇴사를 정했지만 아무도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정도 월급 못 받는다며 나를 말리는 동료도 있었다. 나도 알고 있다. 이 정도 규모에서 이 정도의 연봉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런 취급을 받으며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같이 탈출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달콤한 연봉의 감옥에 갇혀 더러운 언어를 먹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