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은 별 Jun 24. 2022

시어머니와 같은 호텔방을 쓰는 며느리 in 홍콩

난생 첨 스위트룸에서


결혼하고 1년 뒤쯤 나는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셋이서 홍콩&마카오 여행을 떠났다. 그 당시 회사에서 항공 티켓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직계가족까지 가능했으며 그 혜택엔 양가 시댁 부모님까지도 허용이 되었었다. 운 좋게 홍콩 항공권 3장을 득템 했었다. 그 티켓은 평일 포함 3박 4일 항공권이었다 보니 그 당시 일을 하고 계셨던 우리 엄빠 그리고 시아버지를 제외하면 남은 사람은 오직 우리 시어머니뿐이었다.

생각해보니 직장을 다니고부터는 매년 1-2회 이상은 해외를 갔으면서 해외여행 한번 못 가본 부모님들 챙길 생각은 못했다. 결혼하고 나서야 철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시어머니를 시작으로 2년 안에 양가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을 간다라는 계획으로 나는 시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날 계획을 했다.

결혼하고  고부갈등이나 시집살이 등이 있었다면 여행에 여자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을 테지만 다행히 시어머니는 매우 사랑스럽고 수다가 많으신 꽤 큐트 한 60대 멋쟁이 할머니였다. 물론 어머니의 끝없는 수다에 가끔 멘붕일 때도 있지만 지내고 보니 말없는 분보다는 그래도 낫다고 생각하며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며느리가 가자는 것보다 아들이 가자고 하면 더 좋아할 것을 아는 터라 티켓은 내가 준비했지만 공은 남편에게 돌렸다.


"엄마 다음 달에 우리랑 홍콩 가실래요? 준비는 우리가 다 할게 "

"정말 홍콩을 간다고? 나야 너무 좋지! 여권 만들어야겠네"


어머니 나이가 벌써 63세인데 아직 여권도 없으셨다니, 물론 친정엄마도 시아버지도 다 같은 상황이겠지만 너무나도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죄송하면서도 잘했다 싶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에 돌입했다. 오직 항공권만 예약되어 있지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기에 그리고 남편과 둘이 떠난 여행이야 잘못 찾으면 아무 데나 가도 되지만 향신료를 많이 쓰는 홍콩이기에 어른들이 못 먹는 음식이 많은 곳이기에 여행 계획을 짜는 것도 신중하게 준비하게 되었다.

여행 계획은 어머니의 취향을 고려해 남편이 메인이 되어서 짜고 나는 호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남편과 둘이 다닐 때는 호텔방은 그저 예약만 하면 됐는데 3명의 호텔을 검색하다 보니 방을 2개를 잡아야 할지? 아니면 1개를 잡아 엑스트라 배드를 추가해야 할지 3인용 방은 없을까? 등등 둘이 갈 땐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한 번도 남편 외에 누군가와 방을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문득 고민이 되었다. '어머님이랑 남편과 내가 함께 호텔방을 쓰는 게 과연 괜찮을까?'

나는 셋이 써도 상관없긴 했다. 오히려 비용도 절감되어 솔직히 나는 같이 쓰는 게 낫겠다 싶긴 했다.


"남편 우리 호텔 예약해야 하는데 어머님 혼자 방을 드리는 게  맞을까? 같이 쓰면 불편할까? "

" 당연히 같이 쓰는 거 아니야? 우리 엄마 알잖아 혼자 자면 심심해서 싫다 하실걸? "


잠시 잊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 캐릭터로 말할 것 같으면 어느 누구와 만나도 이야기 봇다리를 펼칠 수 있는

친근함과 늘 넘쳐서 차오르는 수다 모터를 장착하신 분이었다. 그런 분을 혼자 둔다는 건.. 우울증이 오실지도 모르기에 그렇게 우리의 홍콩 여행은 3명이 쓸 수 있는 방 1개를 예약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을 때 하나같이 나보고 미쳤다고 했었다.

"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시어머니와 방을 같이 쓰냐 "

"같이 가는 것도 싫은데 같은 방을 쓰는 게 말이 되냐"

모두들 다 굳이 판을 벌리냐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기대되고 궁금했다. 남편과 늘 둘이다닌 여행에 어머니가 합세한다면 어떤 색깔의 여행이 그려질지.. 조금은 설레었다. 물론 여행 갔다 싸워서 올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게 여행날이 다가왔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어머니의 설렘임 가득 담긴 수다를 시작으로 우리의 홍콩 여행은 시작되었다. 7월의 홍콩은 한국의 딱 1.5배 더 더웠다. 파란 하늘 위로 우뚝 펼쳐진 홍콩의 도시는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 주기에 이미 충분했다. 홍콩의 전차들을 보며 예전에 한국에도 전차가 있었다며 신기해하시며 길거리에 파는 주전부리를 궁금해하고 손에 꼭 쥐고 먹으면서 소녀같이 좋아하는 어머니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들들은 결혼하면 철든 다더니 남편은 어머니가 화장실 간 사이 나에게 속삭였다

.

"엄마 진짜 좋아하신다. 고마워 자기 아니었으면 이렇게 엄마랑 올 엄두도 못 냈을 거야

 내가 엄마랑 둘이 올 순 없잖아~ 담엔 꼭 장모님하고도 같이 오자 "

나는 남편의 궁둥이를 두드려 주며 씩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당연하지 이게 다 나의 큰 그림이라고 이 남자야 담에 우리 엄마랑도 여행 와야지

그땐 이거보다 더 재미있게 보낼 거다! '


홍콩의 날씨는 그 어느 때보다 화창했고 어머니와 우리는 빅 투어 버스도 타고, 트랜스포머에 나왔던 곳에서 멋진 인증숏도 찍으며 홍콩을 맘껏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세명이 함께 숙박할 첫 호텔로 체크인을 하러 갔다. 그래도 처음 여행하는 어머니를 위해 홍콩의 멋진 야경과 하버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비록 3인 1실의 호텔이었지만 하버뷰 그랜드 홍콩이라는 호텔로 예약을 했다.

룸에서도 하버뷰를 볼 수 있어 나름 괜찮은 호텔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체크인을 하는데 호텔 직원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 너희 가족이니? "

" 우리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왔어! 그리고 우리 시어머니는 처음 여행이고 그 첫 여행지가 홍콩이야!

   너무 행복해 지금 우린 "


직원과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벼운 수다를 떨었고 그 직원은 나에게 찡긋 하며 첫 홍콩 여행을 축하한다며

즐거운 여행이 되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녀는 말했다.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되었어. 완벽한 홍콩 여행이 될 거야! 즐거운 하루! "


나의 눈은 엄청 커졌다. 나는 리얼리를 외치며 고맙다고 그녀에게 인사를 마구 했다. 저 멀리서 지켜보던 남편은 뭔 일인가 달려왔다.


" 남편~~ 우리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해줬어!!! 미쳤나 봐~~~ 나 심장 벌렁거려!! "


정말 난생처음 스위트룸이었다. 물론 호텔에서 룸 업그레이드를 받아본 적은 있어도 조금 넓은 방 크기가 전부였지 스위트룸이라니!! 솔직히 싱글 침대가 3개거나 혹은 더블 1개에 엑스트라 배드를 넣은 거면 나랑 어머니랑 같이 자야 하나 엑스트라 배드는 아무래도 불편할 텐데 온갖 고민을 많이 했더랬는데 스위트룸 업그레이드라니!! 너무 신났다.


떨리는 마음을 앉고 들어선 호텔룸

우리는 모두 " 우와~" 만을 외치며 방 2개에 거실에 주방까지 있는 거대한 스위트룸으로 들어섰다.


첫 어머니의 여행에 이런 멋진 여행을 선물해 드릴 수 있어 나도 좋았지만 나도 스위트룸이 처음이라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멋진 하버뷰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셨다.


"우리 며느리 덕에 이렇게 좋은 곳도 와보고 나 너무 행복해 정말 고마워"

하시며 저를 꼭 안아주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어머니를 보니 뿌듯하면서도 괜히 짠했다.

어머니는 정말 오랜 시간 홍콩 뷰에 푹 빠져 있었다. 남편도 덩달아 뷰 맛집에 빠졌다는...
보고 또 보고 창문에 한참을 서계셨던 귀여운 어머니 뒷모습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게 이런 것일까! 우리 세명은 설레다 못해 너무 멋있어서 홍콩의 첫날은 호텔에서 즐기기로 결정해버렸다. 곧 해도 지고 예쁜 야경을 호텔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오후 일정은 다 접고

한참을 호텔에서 방방 뛰었던 것 같다.


호텔도 다양하게 경험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3박 호텔을 3개 호텔을 했다 보니 다음 호텔에서도 체크인할 때마다 혹시? 하는 생각에 살짝씩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홍콩 하버뷰 호텔 말곤 우리에게 업그레이드를 선물해준 호텔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첫 여행의 첫 호텔이 준 짜릿한 스위트룸은 3일 동안의 홍콩 마카오 여행에 즐거움을 안겨다 주기 충분했다.

남편과 둘이 갔다면 사람 많은 곳은 피했을 터지만 어머니와 함께라서 많은 사람속 행사도 그저 행복하게 즐기게 만드는 여행의 매력!


여행은 그랬다.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2번을 다녀온 홍콩이라도 또 다른 색깔이 그려졌다.

여러 번 본 홍콩의 야경도 홍콩의 이층 버스도 달라 보인다 오늘만큼은..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나의 짜증이 꾹 잘도 참아졌다. 참을만한 것도 둘이 있었다면 남편에게 툴툴거리고 내 맘대로 하려고 했을 행동들이 현저히 줄었다. 시어머니는 역시 시어머니였다. 아무리 편해도 내가 은근 남편을 더 띄워주고 잘 참으며 참 잘해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 보고 있나 남편? 내가 잘해준 거라고!


마카오에서도 어머니께 이왕이면 현지 음식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남편이 거의 1시간을 찾았다. 정말 우리는 그 더위에 2시간 가까이를 걷고 또 걸었다.

나는 속으로 '우리 엄마가 아니고 너네 엄마니깐 다행이다 이건 너네 엄마니깐 다 이해 하시는 거다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고생한 남편도 불쌍했지만 정말 더럽게 길을 못 찾는 걸 그대로 놔 두려니 속이 타 들어가긴 했다.

그래도 아들이 뭘 해도 다 괜찮은 게 엄마 아니던가.. 아마 남편과 나랑 둘이 왔다면 나는 이미 짜증을 냈을 테고 우리는 다른 음식점을 갔을 거다. 물론 남편은 결국 찾지 못했고 우리는 2시간 만에 결국 마카오 한복판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미국 같다며 햄버거도 맛있다고 즐거워해 주시던 우리 어머니!

계획대로 못해도 이 순간이 즐겁고 함께 하기에 재밌어 지기를 노력했기에 홍콩 마카오 여행은 별 탈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첫날의 스위트룸이 만들어준 기분 좋은 선물로 홍콩 마카오 여행은 어머니는 물론 나와 남편에게도 지금까지 유일무이하게 누려본 스위트룸이었다. 그리고 가족끼리 낄낄거리며 나눌 수 있는 엄청난 추억거리가 생겼다.

아직도 우리 어머니는 홍콩 마카오에서 좁은 호텔 방에서 마스크팩 붙이고 서로 재밌다고 웃었던 시간,

스위트룸에서 바라보았던 멋진 홍콩 야경, 마카오에서 엄청 걸어서 다리는 아팠지만 호텔방에서 맥주에 육포 먹으면서 음악 틀어놓고 춤췄던 마지막 밤 이야기를 아직도 하신다.

처음이라 걱정했고, 누군가는 시어머니와 감히 여행을 간다고 걱정도 했지만 인생에 반전은 늘 있는 법!

스위트룸이 격하게 펼쳐준 멋진 여행의 시작 그리고 배려의 시간들이 즐거웠던 여행을 만들어줬다.


아마, 앞으로 이렇게 셋이서 여행을 또 갈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스위트룸이 없었다면 이렇게 까지 즐겁고 행복했을까? 가끔 상상해본다. 나는 잘 다녀왔고 최선을 다했다. 담엔 무조건 온 가족이 함께 가는 거다!

이젠.. 시아버님이 쉬신다. 절대 셋은 없다!



작가의 이전글 가장 로맨틱하게 부부 싸움하기! in 피렌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