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보고 나서

오랜만에 영화에 푹 빠져든 시간

by 박냥이

*영화내용 일부포함


레이철 맥아담스의 극 중 연인들은 다 시간여행을 하는가 보다. 허허. 좋아하는 영화인, 어바웃 타임이 2013년작이고, 이 영화가 2009년작이더라. 왜 어바웃 타임만 알고 이 영화는 몰랐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09년도엔 고등학생, 13년도에는 대학생이긴 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라는 영화의 제목은 얼핏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지만...


등산을 다녀와서 몸을 씻고, 허기가 몰려와서 후다닥, 아침에 엄마한테 배워서 만든 토스트를 식탁에서 가지고 와서 거실의 티브이 앞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들어간 것은, 유튜브였다.

좋아하는 유튜버의 먹방을 본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후에 일련의 사건사고 소식들(이런 게 항상, 알고리즘에 저절로 떠있더라...)을 보며, 허탈해하고 슬퍼하다가 웹 검색까지 하는 상태에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유튜브를 나가서 넷플릭스로 이동했다.

넷플릭스에도 딱히 볼만한 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튜브보다는 절망적인 뉴스들을 접할 확률이 확실히 낮았으므로... 처음에 튼 것은, 일본의 무슨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잘 보다가 특유의 배경음악 소리가 꽤 자극적이어서(쓸데없이 예민함) 굳이 참고 볼 필요가 있나 싶어서 금방 홈 화면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전에 대충 앞부분을 틀어만 놓았던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다시 처음부터 재생했다.

영화의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또 거창하게 감상문을 쓸 능력은 안되어, 그저 남은 여운과 내 머릿속 생각 같은 것만 주절주절 적어보려 한다. 영화의 내용과는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최근에 무엇을 하든지 온전히 그 한 가지에 집중한 적이 거의 없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할 때에는 수시로 폰을 만지작거리든지 다른 할 일들을 생각하며 수 번 일시정지를 해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초반 몇 분 동안만 집중력을 발휘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이후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원래 조명을 밝게 하고 영상을 보는 편인데, 불을 켜기 애매한 시간이라 그대로 앉아서 쭉 보다 보니 어느새 영화관 같이 티브이 화면 빼고는 다 어두운 상황이 되었더라. 마치 세상에서 동떨어져 영화 속의 세계와 그를 지켜보는 나만 존재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 부모님이랑 같이 보긴 조금 꺼려질 수 있는 게, 키스하는 장면이 꽤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제목에 영화 이름을 썼지만, 사실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내가 설명해도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어차피 불충분한 설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느낀 것은, 레이철 맥아담스의 눈이 원래 파란색이었나? 하는 생각과, 남자 배우가 꽤 잘생겼다는 생각들... 그리고 또 하나는, '아기를 낳고 가족을 이루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극 중의 레이철(클레어)이 포기하지 않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내심 나도 얼른 아기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뭐, 당장의 형편이나 경제적인 것은 잠시 제쳐두고.

시간여행자인 아버지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더라도, 클레어가 낳은 딸이 아버지가 남은 그 자리에 남아 클레어를 위로해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가족이란, 그런 걸까.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을 돌보는 일에 매여서 정작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다는, 그런 얘기도 꽤 들었고, 나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엄마 말씀 따나) '그런 게 인생 사는 거지' 싶다.

대학교 시절 좋아하던 교수님이, 강의시간에 해주신 말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은 아직까지 안 잊어버리고 머릿속에 남아있는 말이다.

거기에다 교수님은 그것을 이미 이루셨다고, 행복한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얘기하셨었지.(아마 아기들 얼굴이 생각나셨을까?)


비록 나를 닮아서 고집 세고 성격이 사나운 아기일지라도, 아기를 낳고 키우는 일은 꼭 한번 인생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다.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자궁이 탈이 많은 게 걱정이지만... 가능하다면 꼭, 클레어처럼 포기하지 않고 아기를 낳아서 그 친구와 또 한 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참, 영화 초중반부에 눈물이 한 번 났었다. 시간여행자인 헨리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은 어머니를 과거에 가서 다시 (자신은 어른인 상태에서) 만나는 장면이었는데, 어머니는 다 큰 헨리의 모습을 못 알아보는 그런 상황(교통사고 이전의 시간)에서 끝까지 헨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마 꼭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들이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