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통돌이 세탁기의 돌아가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손빨래해야 했을 작은 가방을 망에 넣었긴 한데... 그거 때문인가? 얼마 전에도 어머니한테, 나의 큰 맨투맨 때문에 빨래가 뭉쳐서 세탁기 고장 나겠다고 한소리를 들었더랬다.
2XL, 인터넷 구입한 제품. 갑상선암수술 이후, 목에 남은 미세한 흉터와, 수술 이후 몇 달 동안 목에 남은 미세 통증으로 후드티는 안 입게 된 지 오래다. 왠지 후드티를 입으면 모자 무게 때문에 목 앞쪽에 자극이 가는 것 같더라.
요새,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의 무지 맨투맨 가격도 많이 올랐다. 오프라인 매장서는 적어도 2-3만 원. 게다가 오프라인 매장 가면 대개 직원들이 나오시기 때문에, 혼자 구경하기가 마냥 편하진 않다.
날씨가 금세 따듯해져서 더 이상 기모 맨투맨은 못 입을 거 같아서 쭈리 맨투맨 두어 벌을 핸드폰으로 주문했다.
두벌 정도 3만 원이 안되었던 것 같다. 사이즈는 대강 가늠해서 입어볼 수는 없기에,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여유가 있을듯한 2XL로 구입했다.
남자 옷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옷의 품이 꽤 컸다. 그래도 반품 교환 이런 건 귀찮아서 그냥 입는다.
등산하거나 헬스장 갈 때 입고 간다. 확실히 기모보다 옷 안으로 공기가 더 잘 통한다.
아마 굳이 이브랜드에서 산 것은, 좋아하는 유투버들의 광고도 한 몫했지만, 기존에 사 입던 스포츠 브랜드의 옷들을 살 형편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살집이 꽤 있는 나는 여성의류 쪽은 거의 보지 않는다. 특정 브랜드의 사이트에 들어가서도 MEN카테고리로 바로 들어간다. WOMEN카테고리에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도 '내 사이즈'는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통돌이 세탁기는, 몇 년째 수고롭게 4인 가족의 빨래를, 하루 이틀마다 해내고 있다. 그사이 덩치가 부쩍 커진 나의 옷은 M, L사이즈에서 2XL로 진화했으니 세탁기가 보기엔 원수 같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기모가 빠졌어도 꽤 무게가 나가는 쭈리 맨투맨들은, 빨래를 널 때도 철사 옷걸이 2개를 겹쳐서 걸어야 안정감 있게 버텨진다. 오늘도 다행히 날씨가 좋아, 조금 쌓여있는 빨래를 돌리고, (부모님이 잠시 타지에 가셔서) 출근길에 못 챙겨준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동생의 (굳이 지금 빨지 않아도 될 거 같은) 베개커버와 잠옷 상의도 같이 세탁기에 넣었다.
우리 가족은 '다우니 타임'인, 마지막 헹굼 코스에 섬유유연제를 넣는 것을 '안 하면 큰일 나는 양' 시간을 재보거나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지키는 편이다. 보통 1시간 세탁코스에서 마지막 15~18분 정도가 남았을 때가, '다우니 타임'이다.
예전에는 피죤도 썼었는데, 몇 년 전 유난히 살림에 관심이 많은 동생이 다우니의 특정 향으로 섬유유연제를 바꾸었고, 월급도 빠듯할 텐데 매번 인터넷으로 떨어지기 전에 5통씩 주문을 해준다. 그런데 하필이면 다우니의 이 향이, 인기 연예인이 쓴다고 해서 최근에 품절사태도 일어난 것 같더라...
우리 동생, 그러고 보면 '한 후각'하는 거 아닌가?
2XL의 맨투맨은, 햇빛도 짱짱하게 받아야지 바싹 잘 마르므로, 다행히 베란다 바로 뒤에 뒷산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있는 우리 집에서는 제일 햇빛을 많이 받는 위치에 널어놓는다. 이것도 어머니께 배운 팁인데, 오줄없이 빨래를 되는대로 빨리 대충 널고는 했었는데, 항상 내가 넌 빨래를 '수정'해주시는 어머니께서 '저건 저기 널어놓으면 잘 안 마르니 앞으로 당겨놓고', 이런 식으로 코칭해주셔서 나도 따라 하게 된 것이다.
통돌이 세탁기야, 조금만 더파이팅하자~ 어쩌면 이 몸이 다시 적어도 라지 사이즈로 돌아갈 일도... 아마 있을 수도 있지 않겠니?...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