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후다닥 부엌으로 뛰어가서 커피포트 물을 올리고, 선물 받은 바닐라라떼를 타 먹는다. 이미 달달하지만, 더 달달해지고 싶달까.
아차, 그런데 바닐라라떼를 가져와서 일시 정지했던 화면을 다시 재생하는데, 달달한 장면은 어디 가고 순간 우울한 장면이 쏟아진다. 주인공의 트라우마에 대한 장면들...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으레 나오는 장면들이지, 빨리 감기를 해버린다. 그리고 다시금 나온 달달한 장면. 그렇게 이번화는 끝이 났다. 이제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다음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역시 영화든 드라마든, 나에겐 '로맨스 코미디'가 최고다. 게다가 날씨도 점점 봄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세먼지 지수는 보통, 바깥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아침에 널어놓은 형형색색의 빨래들이 얕은 바람에 넘실거린다. 아마 가족 중의 한 명이라도 옆에 있었다면 '엄근진'(엄격+근엄+진지)모드로 드라마를 시청했을 테지만, 다들 직장과 타지로 가있는 상태라서 세상 팔자 좋은 나 홀로 모드이기에~ 나도 모르게 헤벌쭉 미소를 지으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다. 가족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못 내뱉는 각종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이런 류의 드라마 특유의, '오글거림'이 좋다. 특히, 남자 배우의 외모가 내 취향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고 보면, 여태껏 연애를 4번 정도밖에 안 해봤지만, 그중 3번은 4월, 5월 봄에 시작했을 정도로 봄은 참, 설레고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그런 계절이 아닐까. 대학교 신입생 시절, 3월 오티를 끝내고 벚꽃이 피는 4월 중간고사 시즌을 지나면 여기저기서 커플들이 생겼다. 정확한 날짜는 잘 기억나질 않지만, 나도 4월 중순경 두어 번의 연애를 시작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1/4의 확률로 늦가을에 시작했던 연애는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파국을 맞고 말았다. 반대로 3/4의 봄날 시작한 연애들은 무난히 2년 반을 넘기더라. 이것은 계절 때문은 아니고, 역시 사람과의 궁합 차이 때문이다. 20대 초반에는 나랑은 잘 안 맞지만, '헤어지는 법을 몰라서' 오래 사귀었던 것 같고, 다음에는 정말 잘 맞았으나 너무 잘 맞아도 그런 것에 대해 귀하게 여길 줄 몰라서 헤어진 것 같고, 20대 후반에는 안 맞으면 바로 헤어지면 되니까 고민하지 않고 빨리 헤어졌었다.
황사가 너무 낀 날을 제외하고, 꽃이 피는 봄은 늘 새롭고, 설레는 계절이다. 지금에야 뭐, 3년째 연애를 하고 있어서 특별히 기대하는 일이란, 뒷동산의 어머니와 내가 '꽃길'이라고 부르는 그 길에 다시 꽃이 만개하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올해 중순까지는 잠시 놓아두려 하는 '밥벌이'는 뒤로 하고, 예를 들면, '커피 내리는 것'을 배운다거나(이 일은 '말만' 하고 몇 십만 원 정도의 백수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비용에, 게다가 그놈의 코로나라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다), 그동안 가입만 해놓고 코로나 핑계로 등한시했던 각종 사진, 등산 모임에 나가거나,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마주치고 싶다.
그래도 코로나에 나름 방심할 수만은 없는 게, 아직까지 우리 남매의 반대로 3차 이후의 백신을 맞지 않으신 60대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과, 괜히 백수신세에 어디서 코로나를 옮겨와서 직장인 남동생에게 혹시 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을 만나는 일들은 잠시 미뤄두고,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거나 산에 가서 꽃과 나무를 구경하는 일을 주로 하는 중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항상 내 삶의 자극제였다.
이제는 서른이지만, 20대 시절에는 각종 대외활동의 포스터만 봐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았었고, 그 결과 대학교에서 중국어어학연수도 가고, 모 기관에서 주최한 국토대장정에도 참여했었다.
뭔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에는, '몸이 근질근질했다'
직장인이 되고서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때려치워야겠다'라고 같은 직장 사람들과 매일같이 푸념하면서 정작 관두지는 않고 비슷비슷한 하루를 살았고, 상대적으로 긴 근무시간과 근무일수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마음은 고이 접어두기도 했었다. 참, 그런 와중에도 각종 모임들의 모임장을 했었으니... 정말 접어둔 것은 아닐지도...
질병을 얻어서 백수가 된지는 불과 6개월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두 차례의 수술과 회복시간인 약 3개월가량을 제외하면, 제대로 쉰 것은 정작 3개월 밖에 안된다. 그래서 계획대로라면 '남은 3개월의 휴식기'동안은, 정말 '즐겁고 여유 넘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그중의 하나지만, 아직까진 코로나 핑계를 좀 대야겠다. 가족 중 유일한 직장인인 남동생한테 적어도 민폐는 안 끼쳐야지.
대신 '나'에게 더 집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 안의 생각들을 맘껏 발산시켜보거나, 등산을 하면서 헬스를 하면서 안 쓰던 근육들을 움직이거나 하면서.
'새로운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6월 즈음 다시 뵐, 의사 선생님과 약속했듯이.
'다이어트, 해야 한다'.
아울러 이전에 쌓였던 몇몇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이나 실망감, 사람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 같은 것도 이 기간 동안 싹 씻어버리고 싶다. '너는 네 갈길 가라, 나는 내 갈길 가련다'라는 마음으로, 사소한 데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내버려 두고 인정하는 것.
쉽진 않지만, 노력해봐야지.
아직도 과거의 일을 바꾸고 싶은 욕심이 날 때가 있다.
곧, 또다시 산을 오르려 한다. 매번 갈 때마다 같은 코스를 돌지만, 뭔가 산의 모습은 매번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산을 타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때마다 그 '다름'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달까...
상쾌한 산 공기를 마시는 일도 하루 일과 중 기대되는 일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