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이곳)를 알게 되고, 문득 생각이 나는 사람이 있었다. 몇 년 전에 일했던 일터의 사장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은 사장님은, 비록 돈벌이는 이전보다 줄었지만 남는 시간 동안에 할 일이 생긴 듯했다. 그건 블로그다.
자영업을 운영하기에 블로그를 하는 것이 이점이 많아 보였다. 실제로 그 분야의 많은 사장님들이 이미 블로그를 하고 있기도 했다. 일부러 티를 안 내면서(블로그의 경우 팔로잉 개념인, 이웃으로 등록하지 않고) 사장님의 블로그를 종종 구경했다. 한번 블로그 방문에 대해 언급드린 적이 있는데 꽤 반가워하셨던 것 같다. 자주 와서 공감 버튼도 많이 눌러달라고 하셨다.
그래도 한때 상하관계였으니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워서 공감과 같은 다른 흔적들은 남기지 않고 생각이 나면 가끔씩 들어가 보았다.
브런치는 처음에 블로그와 비슷한 매체인 줄 알았으나, 이내 글을 쓰는 특수한 매체라는 것을 알고, 문득 그 사장님이 생각났다. 같이 일할적에야 어이없고 화날 일도 많았으나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된다. 사장님은 업장에서 시도 때도 없이 이북(e-book)을 읽으셨는데, 블로그에 쓴 몇 개의 글을 보아도 사장님이 글 쓰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불가피하게 사장님을 뵐 일이 있다면, 브런치를 한번 해보시라고 말씀드리려 했으나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평소에도 세상 물정에 대해 몇 배나 빠르게 인지하던 사장님은, 이미 브런치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것은, 또 한 번 사장님이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작년에 쓴.
'이제 브런치로도 여러분에게 인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장님의 글은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지만, 하나의 글을 통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내용이 위주로 쓰여있음을 보았다.
독자를 의식한 듯 부연의 설명을 덧붙였지만 대부분이 그 직업의 일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장님의 직업에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나도 그 직업으로 일하니까. 다만, 직업을 공개하는 행위가 그다지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괜한 심술이고 오지랖일까.
가끔 브런치에서 타인의 글을 읽을 때, 그분의 프로필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유별난 마음일 수도 있지만, 나는 특정 직업에 대한 직접적이고 자발적인 언급이 부담스럽다.
예를 들면 필명에도 자신의 직업이 들어가는 작가들의 글은 특히 더 안 읽게 된다. 이게 혹자는 이해할 수 없는 편견일 수도 있겠다. 직업은 또 하나의 나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자신이 힘든 노력을 통해 가진 직업에 대해서 나름의 자부심이 있을 수도 있겠고, 단지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 스스로는 그런 것들이 거북하다. 뭐, 싫으면 안 읽으면 그만이지만, 괜히 이런 생각들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내경우에는 직업을 드러내서 마냥 좋은 일만 있던 것도 아니었고, 만약 대놓고 말한다 해도 그 이후에는 언제부턴지 모르게 그 직업의 테두리 속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이 느껴지더라. 실제 인간관계랑 글 쓰는 건 다르다 하더라도.
직업에 귀천이 없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으로 판단한다. 나도 그렇고. 오히려 직업을 밝히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말과 글,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한없이 자유롭고 싶은 글 쓰는 공간에서 직업을 명시하는 것은 나에게는 일종의 덫밖에 안된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고...
글의 소재가 자신의 업과 관련되어 있거나, 특정 발언을 함에서 자신의 위치를 나타내고 싶은 면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단순한 일상글 말고 타인에게 도움이 될만한 실용적인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저 온갖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어디 숨어있다가 여기로 불똥이 튄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직업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사람들보다,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으로 자신을 나타내 주는 게 뭔가 더 친근하고 솔직하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제가 0사인데요...'
이러면,
'그래서요?'
하고 반문하게 된달까...
'뭐야, 박수라도 쳐주길 바라는 건가?'
이상 예민한 어느 사람의 혼잣말.
혼자 이런 얄궂은 상상을 해놓으니 나 또한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직업을 밝히기보단 숨기는 편이다.
그저 '회사 다닙니다'라는 말이 편하달까.
'그 직업 = 무엇'이라는 판단 섞인 답이 싫다.
회사 다닌다고 하는 게 벽이 좀 느껴지긴 해도 편한 게 최고다.
참, 자신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나와는 반대로 편한 것이니... 보고 듣는 내가 그러려니 할 수밖에.
덧붙이자면 원래 제목을 '글 쓰는데 직업이 대수인가'라고 하고 싶었는데 괜히 튀어 보이기도 싫고, '글 쓰는데 00이 대수인가'라고 했다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아예 그냥 추상적으로 바꿔버렸다. 해석하자면, 직업 이꼴(=) 무엇?
영어 문법은 논외로 하고.
아래는 핸드폰으로 대충 그려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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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00씨는 직업이 뭐예요'에 대한 다른 예시
이러나저러나 어색하긴 매한가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