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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가족과의 한국음식 체험

아이와 핀란드에서 한 달 살기

by By N

며칠간의 스웨덴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헬싱키로 돌아왔다.

기대했던 대로 핀란드 헬싱키는 하얀 눈으로 가득 덮여있었고, 늘 그렇듯 침착하게 맞이해 주었다.

오전에 항구에 도착했는데 눈이 너무 심하게 와서 트램을 40분이 넘게 기다렸다.

연착, 연착, 계속 늦어지는 시간이 원망스럽고, 전광판의 Delayed 글자에 걱정이 쌓여갔다.


그렇게 1시간이 다 되어 탄 트램에 몸을 싣고 숙소로 돌아오니 온몸이 다 쑤시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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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은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이다.

핀란드 교수님 가족, 핀란드 동료까지 함께하는 한국음식 체험 이벤트가 있다.


핀란드에서의 한국 체험

오늘의 저녁 장소는 "헬싱키 한국 식당 코리아 하우스(Korea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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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져가는 늦은 오후, 우리는 한국 식당을 구글 맵으로 찾아본다. 걸어서 35분?

딸과 나는 방수가 되는 튼튼 부츠를 신고 씩씩하게 눈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 - 구글맵

헬싱키식당_한국식당_맛집.png 헬싱키식당_한국식당_맛집_구글맵_가는길

헬싱키 시내의 길거리는 하얀 눈이 30cm가량 가득 쌓여서 이미 딱딱하게 얼어있다.

그 눈 위로 다시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오는 눈은 눈 위에 또 쌓이고 있었다.


몇 년 전 혼자 핀란드에 살고 있을 때 핀란드의 유일한 한국식당으로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현지에 적응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어서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에게도 새로운 체험이었다,

아이는 빵빵 그러더니, 막상 한국 음식을 먹는다 하니 아주 신이 나있다.

흥에 겨워서 한국 메뉴들을 중얼거렸다.

떡갈비, 닭강정, 양념 통닭..
흐흐~ 맛있겠다.


코리아 하우스는 주인분의 취향을 반영한 듯, 여기저기 다양한 한국 소품들로 가득 차 있다.

미니 인공 분수와 전통 소품들이 어우러진 한국 지방의 아기자기한 전통 식당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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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한국식 저녁의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핀란드 사무실을 집으로 빌려주신 얄레 Jalle 교수님, 그의 아들이자 나의 예전 핀란드 회사 동료 오또 Otto, 그리고 교수님의 아내인 리따 Riita, 우리 둘까지 총 다섯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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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따 Ritta는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한국이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해했다.

나에게 묻는 질문 중에도 먹고사는 내용들에 대한 것이 꽤 있었다.


한국에 햄버거가 있니?
모닝빵을 먹니?
핀란드처럼 초콜릿이 다양하게 있니?

한국 식당에 먼저 가보고 싶다고 나에게 제안했었기에, 그녀가 더욱 신이 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또와 얄레 교수님은 고기를 먹고 싶어 했고 아이는 오래간만에 닭강정 노래를 불렀다.

나는 왠지 뜨겁게 보글보글하는 찌개가 그리웠다. 그에 어울리는 소주 한잔까지..

우리 모두에게 신나는 체험이자 힐링의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주문한 메뉴

닭고기구이 세트 (오또, 얄레) + 한국 맥주 (카스)

닭고기 고추장 비빔밥 (리따)

간장 양념 맛 구운 치킨 (어진)

돼지 김치찌개 + 한국 소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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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올 때마다 서로 맛을 보며 만족스럽게 먹었고, 접시가 금방 비워가는 것이 보였다.

리따는 닭고기 비빔밥을 선택해 한국 음식의 매콤한 매력을 경험했다.

꽤나 매웠을 것 같은데 고추장 소스를 모두 넣고 쓱쓱 비벼 드신다.

대. 단. 하. 다


리따는 식사 중에도 고추장과 비빔밥에 대해 재료와 조리법에 대해 계속 물어보았고,

나는 인터넷을 찾아가며 성의껏 설명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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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오랜만에 맛본 닭강정이 무척 맛있었나 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음식에 취해서 열정적으로 먹는 모습을 보니 나의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갔다.


내가 준문한 돼지 김치찌개는 충분히 얼큰했고, 큼직한 두부, 목살이 가득했다.

한 입 두 입 먹다 보니, 바깥에서 덜덜 떨며 얼어있던 몸이 뜨끈하게 녹아내렸다.

(8,000원이 넘는 가격에 놀라긴 했지만) 소주 한 잔을 곁들인 조합은 꽤 만족스러웠다.


따뜻한 사람들과의 친밀감과 한국 음식의 매콤하고 감칠맛이 곁들여져 행복감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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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는 호떡과 말차 아이스크림을 시켜 먹었다.

따뜻한 호떡에 차가운 아이스크림, 아주 매력적인 조합이었다.

핀란드 분들은 한국 호떡의 찐득한 질감을 꽤나 좋아했고 맛있게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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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가족과의 소중한 우정


오늘 한국 식사는 내가 대접하고 싶었는데...

Otto가 회사에서 쓰는 중식 식권 10장을 사용해 주어 큰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200유로가 넘는 식사 비용을 아끼고, 남은 10유로만 부담하게 되었다.

Otto는 본인의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무척 좋았다고 했다.


핀란드의 겨울밤, 한국의 맛과 문화를 공유한 시간은 모두에게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다.

핀란드 인연과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헬싱키의 한식당이 처음인 나와 한국 음식이 처음인 핀란드 가족에게

오늘 저녁 식사가 특별한 문화 교류의 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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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핀란드의 매력을 더 깊이 느껴볼 수 있는 헬싱키 맛집을 소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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