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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Mar 24. 2024

숨은 K-Pop 명곡 100선, 여든셋

일요일 아침처럼, 변진섭 : 4집 - 1991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K-Pop 발라드의 황금기를 이끈,
타고난 보컬리스트

K-Pop 태동의 황금기, 1980~90년.


오버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할 것 없이, 수많은 레전드 음악, 음반, 뮤지션들이 다양한 장르와 함께 폭포수처럼 쏟아져 K-Pop의 큰 바다를 이루는 기반은 물론 음악 산업을 크게 성장하게 만들었던 풍요의 시대.


여기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는 이 시기의 많은 아티스트나 프로듀서들을 조명하고 상대적으로 우리들에게 덜 알려진 명곡들을 다루고 있는데, 유독 이 시기에 발매된 숨은 명곡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수요 공급의 법칙의 측면에서 보면, 쏟아지는 많은 음악의 물량을 대중이 모두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 이유도 있을 듯하다.


최초의 K-Pop 밀리언셀러,
최초의 골든 디스크 신인상과 대상 동시 수상


특히 80년대 중후반에 들어선 이 시기의 시작점엔 이문세로부터 시작된 일명 K-Pop 발라드가 그 주류를 이루었는데, 1988년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K-Pop 최초의 공식 밀리언셀러 앨범은 물론, 골든디스크에서 동일 앨범으로 신인상과 대상을 받는 최초의 가수, 그가 바로 오늘 여든세 번째 숨은 명곡의 주인공인 변진섭이다.


변진섭은 당시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등용문과도 같았던 DJ 이종환이 운영하던 명동 쉘부르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고 1987년 학력과 자작곡의 제한이 없어 신인가수에게 비교적 보다 넓은 기회가 주어졌던 MBC 신인 가요제에서 자신의 자작곡인 '우리의 사랑 이야기'로 출전해 은상을 수상하며 K-Pop에 데뷔하게 된다. 


변진섭이 은상 수상으로 K-Pop에 데뷔한 제1회 MBC 신인가요제 앨범 표지


이듬해인 1988년 변진섭은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인 1집 '홀로 된다는 것'을 발표하게 되는데, 타이틀 곡인 '홀로 된다는 건'이 크게 히트하면서 그해 골든 디스크 남자 신인상을 받게 되고, 1989년에는 같은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너무 늦었잖아요'가 전 국민의 큰 사랑을 받게 되면서 대상을 거머쥐게 되는데, 이는 한 앨범으로 신인상과 대상을 받은 최초의 골든 디스크의 로열 로더로 기록되게 된다.


이 두 곡 이외에도 '새들처럼',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등 앨범에 수록된 많은 곡들이 모두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모든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점령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 앨범은 180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리며 K-Pop 최초의 공식 밀리언 셀러에 등재되는 영광을 동시에 얻게 된다.


물론 이전 이문세, 조용필 등의 앨범들이 100만 장 넘게 판매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공식적 판매 통계는 아니기에 변진섭 1집을 최초의 밀리언셀러 앨범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이듬해인 1989년에 발표한 2집 '너에게로 또다시'의 열기는 더 대단했다.


동명의 타이틀 곡인 '너에게로 또다시'는 그에게 2년 연속 골든디스크의 대상을 안겨주었고,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희망사항', '숙녀에게', '당신의 장난감 당신의 인형', '로라' 등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노래들이 가요순위를 모두 휩쓸게 되고, 이 앨범은 공식적으로 280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며 변진섭을 명실상부한 K-Pop 발라드의 황태자로 만들어 주게 된다.


자타공인,
K-pop 발라드의 황제!


변진섭을 K-Pop 발라드 황태자로 만들어준 1집과 2집의 앨범 표지


그의 성공의 단면을 잠시 주관적 시각으로 살펴보자면, 그리 과하지 않았던 그의 비음을 잘 살린 감미롭고 부드러운 변진섭만의 음색과 어떤 멜로디라도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높은 음역대, 의도적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노래를 원래의 박자나 길이보다 살짝 길게 늘어 부르는 듯한 Banding 처리를 하는 그의 창법이 보다 대중에겐 신선하고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도 했고, 하광훈, 노영심, 지근식, 윤상 등 당대를 대표하는 프로듀서들의 전성기 작품들을 함께 했던 것도 큰 이유가 될 것 같다.  


그는 이렇게 K-Pop 최고의 가수로 명성을 얻게 된 2집 이후, 잠시 그의 인기로부터 얻은 자신감 때문인지 TV를 비롯한 상업적 활동을 중단하고 공연에만 집중하겠다며 미디어로부터 서서히 노출을 줄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1990년 그는 3집 앨범을 발표한다. 이 앨범은 '이 시간 이후', '어떤 이별', '미워서 미워질 때', '그대만의 모습', '꿈에 본 겨울' 등이 일부 히트하며 또 다른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기는 하였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많은 홍보나 공연을 하지못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고 대중성이나 음악성 모두를 인정받았던 전작 1.2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혹독한 결과를 받게 된다. 


그는 그동안 그가 쌓아왔던 음악적 변신을 꾀하고자, 심상원, 김수철 등과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과 높은 완성도를 가진 4집을 발매하게 되지만, 대중에게는 큰 반향을 얻지는 못한다. 이어지는 5집에서는 1991년 발표한 임형순 3집에 수록된 노영심 작사/김형석 작곡의 '그대 내게 다시'를 리메이크하여 다시 인기를 얻게 되기도 하고 6집에서는 윤일상/유승범 등의 신진 작곡가와 협업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전과 같은 대중적 성공을 이루어 내지는 못한다.


변진섭 3집~13집까지의 앨범 표지


그는 예전과 같은 인기나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는 1~2년의 시간을 두고 9집까지 꾸준한 앨범제작과 발매를 지속하였고, 그 이후부터는 다소 긴 공백이 있긴 했지만 2019년 정규 앨범 13집 발표, 그리고 2023년 디지털 싱글의 발매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워낙 1,2집이 공전의 메가 히트를 했었기에 대중이 기억하는 그의 노래는 이 시기에 발표했던 10곡 남짓한 곡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 이후에 발표하여 지금까지 온 수십 곡의 새로운 노래들에 중에는 대중이 잘 모르는 숨은 명곡은 너무나도 많다.


아니~! 이건 숨은 명곡 맛집이잖아? 


오늘 소개할 여든세 번째 숨은 명곡은 1991년 변진섭 4집에 수록된 박창학 작사/심상원 작곡/편곡의 '일요일 아침처럼'이라는 노래이다. 


1991년 발표된 변진섭 4집 앨범 표지


이 앨범은 그의 마지막 밀리언셀러인 3집 이후 음악적 변신을 위한 변진섭의 고뇌가 담겨 있는 앨범으로, 특이한 점은 3집에서 인기를 끌었던 '그대만의 모습', '지금 이대로'를 작곡한 심상원과 K-Pop 레전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김수철이 정확히 앨범의 반반씩을 각자 맡아 프로듀싱했고, 그래서 다소 특이하게도 Side 1은 심상원, Side 2는 김수철의 노래와 편곡들로 나뉘어 있다.


참고로 심상원은 이곳 숨은 명곡 시리즈에도 자주 등장하는, 90년대의 K-Pop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프로듀서로, 변진섭 이외에도, 김연우, 원미연, 박영미, 김민우, 엄정화, 양수경, 양파, J, 김장훈, AS One, 쿨, 윤상, 장혜진 등과 함께 작업했으며, 이예린의 '늘 지금처럼', J의 '어제처럼', 쿨의 '작은 기다림', AS One의 'Day by Day' 등 도시적이고 세련된 일명 'City Pop'의 명곡들을 만든 레전드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아쉽게도 이전 앨범에 비해 큰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City Pop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꼭 한 번은 거쳐가야 할, 프로듀서 심상원의 초기 풋풋했던 작품들과 변진섭의 콜라보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훌륭한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City Pop을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한 명반


노래는 지금까지도 한국 최고의 Saxphonist인 이정식의 현란하고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솔로연주와 함께 시작되는데, 이는 마치 3집에 수록된 '그대만의 모습'에서 보여줬던 멋진 트럼펫 전주가 함께 연상되기도 한다.


색소폰 솔로의 황홀함을 느끼다 보면, 함께 이어지는 과할 정도로 빠르고 잘게 쪼개진 리듬이 주는 신선함, 도시적이고 세련미가 돋보이는 코드 진행에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되는데, 이는 마치 미국 퓨전재즈 최고 레이블인 GRP나 일본의 T-Square, Casiopea 등의 아티스트들에서 느껴지는 그루브와도 같아, 오랜만에 무의식적으로 나의 온몸이 들썩거려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이 노래의 작사는 지난 숨은 명곡 쉰 번째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 윤상의 음악적 동반자인 박창학이 만들었는데,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가사들이 바쁜 일상에 허덕이는 우리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휴대폰 알람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는 나는 좀비와도 같은 모습으로 둥둥 떠밀리듯 집을 나서고,

한 순간이라도 정신줄을 놓을 겨를 없이 전쟁터와 같은 일터에서의 하루를 버티고 난 뒤,

쓰러질 듯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나의 침대,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울리는 기분 나쁜 알람소리를 또다시 마주하게 된다.


어젠 뭘 했지?

오늘은 뭘 해야 하지?


마치 이자를 갚아도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는 영화 속 악성 사채업자를 만난 것처럼, 하루를 숨 가쁘게 열심히 살아도 남겨둔 일은 줄지 않고 점점 더 해야 할 이 쌓여만 갈 때, 그리고 언젠가부터 나의 하루가 희미해져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게 될 때, 주저하지 말고 잠시 쉬어가야만 한다.


어쩌면 우린 우리 자신의 두 손으로 스스로 우리의 목을 조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 잠시 쉬자, 잠시 멍 때리자.
일요일 아침 늦은 잠에서 깨어날 때처럼




일요일 아침처럼

변진섭, 4집 - 1991


작사 : 박창학

작곡 : 심상원

편곡 : 심상원

노래 : 변진섭


어느 사이에 작은 나의 창가엔 아침햇살

잊고 있었지 벌써 나의 하루가 시작된걸


언제나 똑같은 시계바늘처럼 수많은 사람들 속을 떠밀려 가면

그냥 그렇게 지나버리겠지 이젠 다시 찾지 못할 나의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 지난 시간들을 한 번쯤은 돌아보고 싶어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그냥 이대로 앉아있고 싶을 때


변함없이 이렇게 남아있는 많은 이야기들 잊고 싶진 않아

조금 한가롭게 살고 싶어 일요일 아침 늦은 잠에서 깨어날 때처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tYT58FCfA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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