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비, 최용준 : 1집 -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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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오늘,
생각나는 노래가 있나요?
전 세계 나라, 인종, 문화 등을 불문하고, 가장 사랑받는 노래의 소재 중 하나인 '비'.
물론, 정확한 통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비'가 소재의 1위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뇌피셜이긴 하지만, 아마 '사랑', '이별'과 같은 감정적 소재가 독보적 선두일 테고, 비는 단독 소재라고 하기보다는 이러한 감성을 극대화시켜줄 매개체일 가능성이 클 테니 말이다.
그것이 내게 행복했었던 기억이든, 아니면 가슴을 후비도록 시린 것이든 간에, 누구에게나 비와 관련된 잊지 못할 추억 하나쯤은, 그리고 기억 속 그 어렴풋한 장면을 뚜렷이 밝혀줄 노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듯하다.
여기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도 앞서 비와 관련된 노래들을 꽤나 많이 소개하였는데, 열여덟 번째인 장혜진의 '우', 스물네 번째였던 이승철의 '비개인 오후', 서른세 번째, 롤러코스터의 '비 오는 이른 새벽 자장가', 예순 번째 우리의 '찬비', 예순여섯 번째 이주한의 '비' 등 5곡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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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눈치 빠른 독자들께서는 이미 인지하고 있으시겠지만,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은 '비'와 관련된 노래이기도 하지만, 특정 요일하고도 깊은 연관이 있기도 한데, 곡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하다 보니 궁금한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앞서도 이야기하였지만, '비'는 예술적으로 굉장히 좋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내 보잘것없는 얇디얇은 지식으로는 '비'와 '요일'이라는 소재가 제목이나 내용에 함께 포함된 노래가 빠릿빠릿하게 생각나지는 못한다는 것인데, 지금 당장 떠오르는 노래로는 박미경의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이나, 다섯 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그리고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 정도 일 듯하다.
그런데 갑자기 든 궁금증 하나,
비는 어떤 요일에 가장 많이 왔을까?
어쨌든, 비와 요일, 그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문득 '어떤 요일에 비가 가장 많이 올까?'라는 신박한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누군가가 이미 궁금해했겠지...'라는 생각으로 정답을 찾아 한참 동안 구글과 포털 사이트를 뒤진 결과, 생각보다 제대로 정제된 정보를 찾기 굉장히 힘들었고, 사람들이 이런 부분에 굉장히 무관심하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까짓거,
없으면 내가 한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1973년 1월 1부터 2024년 3월 20일까지의 강수량 데이터를 다운로드를 하여, 날짜를 요일별로 분류하고 이를 다시 가공해 보니 대략적으로 지난 50여 년간 비와 관련한 재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는데, 여기서 이 통계치의 맹점을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1. 통계는 전국이 아니라 내가 태어나 그리 크게 떠난 적이 없는 서울의 데이터만 집계하였고
2. 강수량이다 보니, 겨울철의 눈의 데이터 또한 함께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 각 년도마다 12월~2월의 데이터는 빼고 집계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잠깐 해봤지만, 경험상 겨울이지만 비가 왔었던 경우도 굉장히 많은 것 같았고(괜히 시나위의 명곡 '겨울비'가 있는 게 아니다.), 눈이 내리다가 비로 변했던 경우도 굉장히 많았으니(이건 눈이라고 봐야 하나? 비라고 봐야 하나?) 그 시기에 온 강수를 모두 눈이라 단정 짓는 것도 참 어려운 이야기일 테다.
어쨌든 100% 깔끔한 결과치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나마 비가 가장 빈번하게 왔다고 추정되는 요일은, 소름 끼치게도 바로 '수요일'이었고,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요일은 '화요일'이었다.
소름!
화요일과 수요일!
박미경과 다섯 손가락은 과학인 거야?
오늘 소개할 여든네 번째 숨은 명곡은 1989년에 발표된 최용준 1집에 실린 김우진 작사/작곡, 김영배 편곡의 아름다운 명곡 '목요일은 비'로, 이는 최용준 그의 데뷔곡이다.
최용준은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인 누나 최재희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성장했다. 그는 일찌감치 예술적 기질을 인정받아 아역배우로 활동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왔는데, 집안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고 한다. 한참 말썽을 부리던 그에게 중학교 때 '차라리 기타를 쳐라'라는 어머님의 허락 아닌 허락에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2학년에 이르러서는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락밴드 '태백산맥'을 결성하게 된다.
'태백산맥'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락의 레전드인 신중현이 이태원에서 운영했었던 Rocker들의 성지 '락월드'에 입성하여 부활, 시나위의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서게 되었고, 이미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되며 데뷔를 준비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러운 가족의 캐나다 이민을 결정한 아버지를 따라 강제로 태백산맥을 떠나 음악을 관두게 되는데, 적응하기 힘들었던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과 음악에 대한 강한 열정에 그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고, 이를 가엽게 보던 어머니가 1년만 맘껏 해보라며 그를 한국으로 다시 돌려보내 준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태백산맥'을 찾았지만 그들은 이미 다른 보컬을 영입하여 이미 데뷔한 상황이 되었고, 그는 숨은 명곡 스무 번째에서도 소개했었던 임재범과 손무현이 탈퇴한 외인부대에 멤버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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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와 음악적 견해가 달랐던 그룹 멤버들과의 마찰로 그는 외인부대를 나와 1989년 솔로 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때 가수 윤복희와의 인연이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1집 앨범의 타이틀 곡은 오늘 소개할 '목요일은 비'였지만, 5번째 트랙에 실려있던 '아마도 그건'이 서서히 라디오 등의 매체를 타고 인기를 끌게 되고, 그는 이듬해인 1990년 '아마도 그건', '목요일은 비' 등 1집의 노래들을 재수록한 2집을 발매하게 된다.
2집에 수록된 도윤경 작사/박광현 작곡의 '거울이 되어'가 일부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특이(?)하게도 '아마도 그건'의 긴 롱런 히트로 말미암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원히트원더의 가수로 기억할지 모른다.
1991년 발매한 3집은 '드라이브', '착각' 등이 수록되었지만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는 그의 단짝과도 같았던 작곡가 김우진과 1993년 듀엣을 결성하여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고, 1994년에는 그와 함께 그룹 'K'를 결성하기도 하였지만, 이 또한 대중에게 큰 반향을 얻어내지는 못하였다.
1995년 그는 350대 1의 엄청난 경쟁을 뚫고 KBS 드라마 ‘갈채’ 주인공 민태인 역에 캐스팅된다. 이때 그의 경쟁자가 김원준, 신성우, 정우성 등 당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던 스타들인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굉장히 파격적인 결정이기도 했다.
최고의 스타이지만 항상 불안감을 가진 록 가수와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으며 천재적 재능을 갖춘 가수 지망생, 이를 사랑하는 공학도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굉장히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아주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다만, 이 드라마의 OST에 수록된 '갈채'가 인기를 끌게 되고 앨범 또한 OST 치고는 메가 히트라 할 수 있는 5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게 되어, 최용준은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1996년 향후 레전드 노래가 될 애니메이션 웨딩피치의 주제가 '전설의 사랑'을 녹음하고, 1999년에는 대부분 자신이 직접 만든 곡들로 채워진 4집 'Restart'를 발표하게 되지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 이후 오랜 공백기간을 거쳐 10여 년이 지난 이후인 2011년이 되어서야 신곡인 '사랑을 끊다'가 수록된 컴필레이션 앨범 'Story'를 발표한다. 그리고 최근 2022년에는 김우진과 함께 그룹 K의 30주년을 기념하는 디지털 싱글을 선보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든네 번째 숨은 명곡인 '목요일은 비'는 비와 요일, 이 두 가지 소재가 함께하는 희귀한 명곡이자, 개인적으로는 비와 관련된 나의 최애곡 중 하나로 수십 년째 나의 플레이리스트의 한 자리를 여전히 꿋꿋이 지키고 있는 노래다.
혹자들은 최용준의 보컬리스트로의 재능에 대해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는 당시 몇 안 되는 유니크한 탁성의 소유자 이면서도 노래의 스토리 그리고 감정을 전달할 줄 알았던 아티스트였다. 다만 그의 노래에 자주 들어가 있는, 일명 노래방 효과라고도 일컫어지는 에코 이펙트는 가끔 너무 과하기도 해서, 그의 불안한 음정 등을 감추려 했다는 의혹이 있기도 한데, 나의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당시 녹음 시 자주 쓰이던 유행과도 같았던 것이기도 했고, 그 정도로 비난받을 심각한 보컬 수준으로 절대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그의 음색은 독특했고, 풍부했던 감성의 소유자였지만, 되레 특출 난 외모 때문에 일부 사람들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는 손해를 받은 듯도 하다.
낮은 음으로 기교 없이 흘러가듯 시작되는 피아노 전주, 그리고 그냥 '툭'하고 힘없이 한숨을 내뱉듯 부르는 최용준의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는 사랑이 내 인생의 모든 거라 생각했었던 수십 년 전의 나의 모습을 소환하게 한다.
이 노래는 헤어진 연인을 향해 이야기하듯, 당시에 흔하지 않은 반말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천천히 최용준이 들려주는 그 옛날 속으로 함께 여행하다 보면, 가슴을 후벼 파는 김우진의 서정적이고 은유적인 가사에 매료되기 시작하는데, 빗속을 오랫동안 걸었다는 걸 은유적으로 표현한 '지친 어깨에 빗물만 고여'와 같은 가사는 지금 들어도 참 애절하고도 감성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친 어깨 위에
빗물만 고여
피아노 하나로만 시작되었던 노래는 은은히 멜로디를 따라오는 Elec String과 함께 어우러 지고, 드럼 심벌과 함께 터트려지는 그의 애절함에 가슴이 '훅'하고 무너지게 된다.
이 노래가 명곡인 이유 중 하나는, 어디가 1절이고 후렴인지 그 경계가 애매하지만 멋스럽게 소화해 낸 독특한 곡의 구성, 마치 도돌이표 같이 재녹음해 후렴 아닌 후렴이 진행되는 중간 부분, 간주라고는 생각보다 굉장히 뒷부분에 몰려있는 색소폰 연주 등 당시 모든 노래가 공식처럼 따랐던 1절 > 후렴 > 간주 > 2절 > 후렴과 같은 뻔한 진행이 아닌, 굉장히 창의적이라는 것인데, 노래의 끝맺음 또한 1절의 일부만 부르며 색소폰이 마무리해, 시크하기 그지없는 원곡자의 완성도를 위한 노력에 엄지 척을 할 수밖에 없다.
목요일은 두 번째로 비가 온날이 많은 요일이다.
혹시 목요일 아침 비가 온다면,
떠나는 그녀를 놓아주는것이 사랑이라 생각했던 그때로
마치 영화 속 마법과도 같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어리석고도 바보 같았던 나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꼭 붙들 수 있도록...
이번주 목요일,
비가 올까요?
작사 : 김우진
작곡 : 김우진
편곡 : 김영배
노래 : 최용준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그래서 이렇게 눈물 흘렸니
다시 돌아 처음 그 자리야
여지껏 맴돌고만 있던 거야
뽀얀 입김이 하얗게 낀 창가에
너의 이름을 새겨보았어
이렇게 아름다운 기억만 남아 날 맴돌아
바보 같은 너의 마음도 똑같이 따라 맴돌아
텅 빈 가슴에 너의 모습 지워지지 않아
깊은 밤을 잠 못 이뤘어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
지친 어깨 위에 빗물만 고여
바라볼수록 너는 멀어져만 가고
방황하는 내 모습 느껴질 뿐이야
그리움만 쌓여가나 봐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그래서 이렇게 눈물 흘렸니
사람 많고 많은 그 속에 나하나(난 사람이 싫어)
비는 그만 내려줄 수 없나 봐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