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오후 : 이승철, A Walk To Remember - 2005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마음속으로 당신만의
국내 최고 보컬리스트를
뽑는다고 상상해 보자.
아마도, 당연컨데 최소 Top 5안에 '이승철'이라는 아티스트가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휘리릭' 스쳐 지나가지 않을까? 그만큼 국내 대중가요에 있어 '이승철'이 끼친 영향과 그 존재감이라는 것은 '주저리주저리' 한 다발의 이야기보따리를 펼쳐 놓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그냥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승철의 데뷔년도가 1986년 부활 1집이니, 2023년 올해로 아마 37년째 될 것이다. 세상이 거의 4번 바뀔 정도의 오랜 세월 동안 한국 대중음악과 함께 해왔으니, 그에겐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을까?
그에 관한 데뷔스토리나 부활과 김태원, 솔로 데뷔, 대마초 사건, 결혼과 재기 및 부활과의 Reunion, 슈퍼스타 K 등 놀라울 정도의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가십거리들은 이미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간단한 검색으로도 찾아볼 수 있으니, 굳이 이곳에서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쨌든 그는 정규앨범 12장, 비정규앨범 및 참여앨범까지 모두 따지면 50여 장이 훌쩍 넘는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만큼 그의 히트곡들은 너무나도 많고, 대부분은 잘 알려져 있기에 숨은 명곡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
이건 숨은 명곡도 너무 많잖아..
하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생각해 보면, 너무 많은 앨범과 노래가 있다 보니, 오히려 흔히 사람들에게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곡들도 분명히 존재할 듯한데, 하나둘 그 숫자나 노래들을 지워진 기억 속 조각들을 다시 꺼내어 보니, 굉장히 많은 숨은 명곡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이승철의 레전드 앨범이라고 부르는, 1집 Part 1과 Part2를 속의 노래들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은데, 오늘은 보다 과감하게 그의 음악 인생 중간 즈음에 발매된 20주년 기념앨범 속 노래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5년도에 발매된 이승철 데뷔 20주년 기념앨범인 'A Walk to Remember'는 좀 색다르다.
아마 20주년 정도 되는 아티스트가 기념 앨범을 만들 때에는 그의 히트곡들을 재편곡하거나 주변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느낌의 노래를 재발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이 앨범에 수록된 총 12곡 중 이미 잘 알려진 그의 노래는 단 하나도 없다.
무려 9곡이 기존 다른 가수가 부른 곡을 재편곡하여 이승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Remake곡이고, 새롭게 만들어진 그의 신곡, 3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가 다시 부른 작은 연못(김민기), 난 행복해(이소라),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문세), 다 가기 전에(벚님들), 샴푸의 요정(빛과 소금), 비처럼 음악처럼(김현식),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봄여름가을겨울), 한계령(양희은), 축복합니다(들국화) 등의 노래는 사실 국내 대중가요 속 최고의 명반, 그리고 그중에서도 최고의 노래들이라고 해도 좋을, 너무나도 잘 알려진 노래들이지만, 이승철은 특유의 발성과 음색으로 금세 자신의 노래인 것 마냥, 그의 것으로 바꾸어 낸다.
노래 하나하나에 담긴 그의 노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으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원곡과 비교하여 천천히 이를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 앨범에 실린 그의 신곡 중 '기억 때문에', '열을 세어 보아요'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의 스테디 히트곡이 되었는데, 오늘 소개할 노래는 이 앨범에 실린 신곡 중 마지막 곡인 '비 개인 오후'이다.
비 개인 오후는, 이승철 작사, 당시 신진작곡가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조영수가 작/편곡을 맡은 노래로, 이 노래를 작곡한 조영수는 국내 대중가요에서 다양한 장르의 히트곡들을 만든 대표 프로듀서로 성장하게 된다.
참고로 지금은 트로트 장르의 노래들을 많이 프로듀싱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장윤정, 임영웅, 홍진영, 송가인 등 당대 최고의 트로트 아티스트의 노래들은 물론, 유산슬(유재석)이 노래한 히트곡 '사랑의 재개발'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노래는 슬로우 템포의 보사노바 리듬으로 시작되어 부담스럽지 않은 피아노, 기타의 반주와 멜로디가 어느 늦은 오후 비 오는 날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이승철은 대단한 보컬리스트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작사/작곡 실력으로 명곡들을 만들어낸 대표 프로듀서이기도 한데, 비 오는 날마다 보게 되는 우산을 쓴 이름 모를 여인을 짝사랑하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서정적인 가사와 특유의 창법이 흐느적거리듯 어울려 가슴을 따뜻하게 달구어 준다.
노래는 흔히 재즈 스탠더드에서 많이 쓰이는 변조의 흐름을 따라, 이승철 보컬이 모든 것을 리딩하게 되는데, 요즘 사용하지 않아 거의 모든 노래에서 사라진 중간 기타 간주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도 매력적이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 좀 추천해 줘'라고 할 때면 난 주저 없이 이승철의 '비 개인 오후'를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로 이야기 하곤 하는데,
진짜 비가 올 때
한번 꼭 들어보자!
아마 이미 잊혀져 기억의 끈이 모두 사라진 그녀가 우산을 들고 당신 앞에 서있을, 그런 마법과도 같은 일들이 당신을 맞이할 수도 있으니...
작사 : 이승철
작곡 : 조영수
편곡 : 조영수
노래 : 이승철
내일도 오늘처럼 비가 왔으면 해요
그럼 아마 그댈 볼 수 있겠죠
내일 낮 오후 버스 창가에 기대앉으면
어느새 우산 속의 그녀가 보여요
오늘도 예뻐 보이네요
어제보다 더욱 사랑할 것 같은 비 개인 오후
어제도 오늘 같은 날이었죠
이젠 몇 잎 안 남은 장미 전해주고 싶지만 어려워
어느새 또 아쉬운 이별이죠 매일 반복된 시간 속에
멈춘 시계처럼 난 매일 그녀를 기다려봐요
오늘도 예뻐 보이네요
어제보다 더욱 사랑할 것 같은 비 개인 오후
어제도 오늘 같은 날이었죠
이젠 몇 잎 안 남은 장미 전해주고 싶지만 어려워
어느새 그댈 떠날 시간이죠 아마 그댄 모르시겠죠
내게 한 번 눈길 준 적도 없는 그녀를 사랑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