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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Oct 15. 2023

숨은 K-Pop 명곡 100선, 예순

찬비, 우리 1집 - 1986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미친 성량,
천둥호랑이

K-Pop 보컬리스트 권인하에게 비교적 최근에 붙여진 별명과도 같은 수식어, '천둥호랑이'.


그의 노래를 듣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감탄이 절로 나와'아~! 노래는 원래 이렇게 불러야 잘 부르는 거였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목소리의 색깔이나 창법과 같은 유니크함이 우선시되는 요즘의 K-Pop이라 할지라도 보컬의 교과서, 그 근본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40여년째 K-Pop 보컬리스트의 정석을 보여주는 미친 성량의 주인공 '천둥 호랑이' 권인하


더더군다나, 2023년 올해, 환갑도 훌쩍 지나 64세가 된 그의 나이를 인지하게 될 때면, 사람들은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그저 그의 천재적이고도 타고난 목소리,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자기 관리에 박수를 넘어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권인하는 1984년 이광조의 6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사랑을 잃어버린 나'를 작사/작곡하여 작사/작곡가로 데뷔했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 앨범은 당시 이광조를 국민 스타로 만든 대히트곡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실린 앨범으로 앨범의 성공과 더불어 권인하도 조금씩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권인하는 1984년 이광조 6집 타이틀곡인 사랑을 잃어버린 나를 작사/작곡하게 된다.


다시 권인하의 데뷔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일부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본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으나 1979년 청주대학교 그룹사운드 샐러멘더스의 멤버로 제3회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곡, '헤어진 후에'라는 노래가 기념 앨범에 수록되었기에, 엄격히 따져보자면 이 앨범이 그의 데뷔라고 해야 맞을 듯도 싶다. 


1979년 제 3회 MBC 대학가요제에 청주대 샐러맨더스의 멤버(키보드)로 참여한 권인하


1985년 권인하는 홍서범이 리더로 있었던 옥슨 80의 멤버였던 김정욱, 안기정, 윤중서 등과 함께 우리(WE)라는 Rock 밴드를 결성하고 이듬해인 1986년, 오늘 소개할 예순 번째 숨은 명곡 '찬비'가 수록되어 있는 1집을 발매하게 된다.


한국 Rock의 숨겨진 명반,
우리(WE) 1집!


사실, 권인하의 데뷔 그룹인 셀러맨더스에서는 키보드와 서브 보컬로, 그 이후는 작사/작곡가로 활동했기에, 그가 보컬리스트로 대중에게 그를 알리기 시작한 그룹과 앨범은 '우리'가 그 시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드럼, 기타, 건반, 베이스 등 탄탄하고 안정적인 연주실력은 물론이고, 지금 들어도 세련되기 그지없는 멜로디와 곡의 구성, 그리고 미친듯한 가창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권인하의 보컬까지 뭐 하나 빼놓기 어려운 숨겨진 명반임을 부정할 수 없다.


참고로 1집에 실린 대부분의 노래는 그룹의 기타리스트였던 정수연이 작사/작곡했는데, 향후 권인하와 평생의 음악적 동반자가 되는 강인원이 만든 '그대 떠난 하루'라는 곡이 눈에 띄기도 한다.


아쉽게도 그룹 우리는 일부 마니아 층에게는 큰 반향을 이끌기도 했고, 라디오를 중심으로 '세상이 모두', '찬비' 등이 알려지기도 하였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고, 1987년 권인하가 솔로로 전향함에 따라 해체하게 된다.


이후, 솔로로 전향한 권인하는 1988년 솔로 앨범 1집 '슬픈 추억', 1990년 2집, '계절이 음악처럼 흐를 때', 1991년 3집 '나의 꿈을 찾아서'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총 6장의 정규앨범과, 디지털 싱글 등 변함없는 열정으로 지금까지도 왕성한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직까지 그의 목소리가 최고라 할 수 있는 건
경이롭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권인하가 발매한 총 7장(6집)의 앨범 표지


1989년에는 그의 음악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마로니에 그룹을 결성, 김선민, 신윤미와 함께 부른 '동숭로에서'라는 히트곡을 내기도 했고, 영화 '비 오는 날 수채화'의 OST 음반에서 김현식, 강인원, 신형원과 함께 부른 '비 오는 날 수채화'가 대중적으로 크게 인기를 얻게 되면서 권인하라는 이름을 전 국민에게 알리기도 했다.


권인하가 참여한 마로니에 1집, 비오는날 수채화 OST, 느티나무 언덕 표지 앨범


오늘 소개할 예순 번째 K-Pop 숨은 명곡은 권인하가 1985년 결성하고 1986년 발매한 '우리' 1집에 실린 정수연 작사/작곡의 '찬비'라는 노래이다.


마치 지붕 위로 서서히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의 둔탁한 소리가 연상되는 Bass는, Synth String, Elec Piano, Drum 어울려 몽환적이고도 신비한 느낌을 전달해 주며 노래는 시작된다.


단순하고도 보편적인 발라드 코드이지만, 분위기에 휩쓸리고야 마는 감성적 멜로디와 권인하의 단단하고 꽉 찬 음색이 매력적이기만 하다. 그리고 후렴과 클라이맥스로 넘어가면서 이어지는 그만의 폭발적 성량과 가창력에 그만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까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치 마법과 같이 서서히 비가 멈추어지듯 시작과 같은 베이스 중심의 연주로 노래는 마무리된다.


비는 언제나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생각했던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었던 추억의 슬라이드를 소환해 주는데 정말 탁월한 매개체인 건 분명한 것 같다.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면 머릿속 회로가 고장 난 듯 휴지통에 집어넣었던 파일들이 마구마구 재생되니 말이다.


그리고 또 비는, 수없이 참아왔던 내 안의 감정을 증폭시켜 주기도 하는데, 그 모든 걸 억누르고 마치 정상인 것처럼 살아가야 하는 요즘엔, 우산도 없이 비속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소리치는 또 하나의 상상 속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


비를 맞는 건 
애들이나 하는 짓이지.  

드라마 파친코의 한 장면


나이가 들어가면 그저 나이가 들어가기에 조심스러워지는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게 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처량함과 쓸쓸함에 쓴웃음을 짓게 되기도 한다.


온몸이 다 젖도록 
비를 맞아본 적이 언제였더라?


누군가는 그 나이에 청승이다 할지 모르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며칠을 감기로 누워 고생할지도 모르지만, 가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가 내리는 비로 날 인도한다면, 뭐 한 번쯤은 철들지 않은 어른이 되어 보자. 


난 여전히 그때의 그 뜨거운 심장을 가진 변하지 않은 나이기에.. 




찬비,

우리, 1집 - 1986


작사 : 정수연

작곡 : 정수연

편곡 : 우리

노래 : 우리 


찬 비가 내려와 천지를 적시울 때 

내 마음 살며시 젖어 들어


우산도 안 쓰고 이 비를 맞으며

이 거리 저 거리를 나 홀로 헤매인다 


길 잃은 아이처럼 무얼 찾는 이 처럼 

쓸쓸히 빗 속을 무슨 까닭에 이렇게 방황해야 하나 


찬 비야 찬 비야 이제 그만 멈춰다오 

이제 그만 멈춰다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jE0Gg4Gs4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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