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사랑스런 그대, 신효범 : 8집 - 2001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당신의 사랑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던 가요?
나에게 첫사랑은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물론 참 부질없던 짝사랑이었고, 그 결말조차도 아프기 그지없었지만, 아직까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질 듯 쿵쾅대던 그 심장소리를 잊을 수 없다.
혹자는 그 시절에 경험하는 사랑은 단지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당시에는 죽을 것만 같은 절절하고도 가슴 아픈 마음이 나를 후벼 팠더라도 시간이 한참 흐르고 한 발짝 떨어져 그때의 나를 바라보면 비로소 그저 철없던 시절의 객기였던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기에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처럼 말이다.
어쨌든 나는 '짝사랑'이었던 가슴 아픈 첫사랑의 여파가 꽤 길었던지 대학에 입학해서야 또 다른 깊은 연애를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그 이후로도 몇 번의 진지한 만남들이 있었다.
내가 다신 사랑하나 봐라!
돌이켜 보면 매년 새해 아침 지키지 못할 뻔한 약속을 늘어놓듯이, 항상 사랑의 끝은 그 강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고, 그 아픔이 치유되기까지는 또 다른 힘든 시간을 견뎌 내어야 했다. 그리곤 마치 말버릇처럼 더 이상의 사랑은 없을 것처럼 내게, 때때론 주위의 사람들에게 떠들기도 했던 것 같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끝판왕인 '사랑'이란 건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스르륵 내게 다가와 어느새 그의 모습으로 꽉꽉 채우는 마법과도 같은 것이기에 아무리 냉소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며 경계한다 하더라도 이미 늦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저런 다짐들은 어쩌면 의미없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쏟아내는 한숨일지도 모른다.
나의 마지막 사랑은 언제였을까?
오늘 소개할 아흔 번째 숨은 명곡은 K-Pop 데뷔 30여 년이 훌쩍 넘는 '대형 가수' 신효범 8집에 수록된 이재경 작사, 이승환(Story) 작곡의 깜찍하고도 간질간질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노래 '내겐 너무 사랑스런 그대'이다.
신효범은 1988년 MBC의 신인 가수의 등용문이었던 '신인가요제' 2회에서 '그대 그림자'라는 노래로 금상을 수상하며 K-Pop에 데뷔했고, 이듬해인 1989년 공식 솔로앨범인 1집을 발매한다.
참고로 'MBC 신인가요제'는 여든세 번째 숨은 명곡의 주인공인 변진섭이 1회 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가요제로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아쉽게도 1993년 제7회로 폐지되었다.
K-Pop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특히 '가창력'을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녀는 이미 물려받은 타고난 성량과 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보컬리스트로의 재능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입이 떡하니 벌어질 듯한 시원한 고음을 선사할 때면, 그녀가 가진 다소 이중적인 내공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기도 한다.
아니 웃으면서 어떻게 저런 고음이
편안하게 나오지?
이러한 그녀의 가창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었지만, 1989년과 1991년 발표한 그녀의 1집과 2집은 대중적으로 성공한 앨범이라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녀는 그녀의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캐럴송이나 'My Favorite Pops'라는 커버 앨범으로 대중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그녀는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기도 한다.
그녀가 보다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1년에 발표한 3집에 수록된 '언제나 그 자리에'라는 노래부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노래는 오랜 기간 동안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랭크되어 있었던 스테디셀러로 아직도 신효범의 대표곡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녀는 1993년 발표한 4집에 이르러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때 수록된 '난 널 사랑해'라는 노래는 댄스 음악과 수많은 신인 가수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그 시절 가요 프로그램의 1위를 석권하며 K-Pop 내의 존재감을 알리게 된다.
다만 4집의 무드를 그대로 이어갔었던 5집, 음악적 변신을 꾀했던 6집 모두 4집만큼의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1998년 7집에 수록된 '세상은'으로 다시 대중에게 사랑을 받게 된다.
약 3년간의 공백 후 그녀는 2001년 8집을 발매하게 되지만, 다양한 실험적 음악을 시도했던 훌륭한 앨범이었음에도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얻지 못했고, 5년 후인 2006년 지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에 수록된 전미도의 노래로도 잘 알려진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를 발표하게 되는데, 당시에는 일명 아는 사람만이 알았던 노래로 신효범도 홍보를 제대로 못해 안타까웠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다양한 디지털 싱글 발매와 '나는 가수다'의 출연 그리고 프로젝트 그룹 '골든 걸스'의 멤버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그녀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행복한 일이 되고는 있지만, 그녀의 정규앨범이 거의 20년 전 9집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아.. 어떤 노래를 고르지?
30여 년이 가까운 오랜 활동과 더불어 그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재능이 꾹꾹 담겨 있는 그녀의 노래 중에 안타깝게도 대중에게 알려진 곡은 정말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이야기는 그녀의 앨범마다 숨겨진 명곡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는데,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정말 난감해서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기도 했다.
K-Pop 아흔 번째 숨은 명곡은 어쩌면 신효범이라는 가수를 상상할 때 잘 그려지지 않는, 조금은 이질적인 창법으로 부른 풋풋하고도 아름다운 사랑노래인 '내겐 너무 사랑스런 그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앨범은 7집 이후 3년 정도의 공백기간 동안 역량 있는 다양한 프로듀서와 함께 준비한 앨범으로 본 숨은 명곡에서도 많이 회자된 유정연, 조규만, 이승환(Story), 정원영, 한상원 등이 참여했다.
경쾌하고 빠른 라틴 리듬에, 잠시 일어나 못된 어깨와 엉덩이를 흔들어야 할 것만 같은 전주는 리딩을 맡은 어쿠스틱 기타와 귀를 즐겁게 하는 Muted Trumpet의 연주로 점차 풍성해지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호루라기와 함께 등장하는 피아노가 합세될 즈음이면 이미 영화 속 어딘가 작은 골목에서 거리의 악사의 연주에 신나게 춤을 추고 있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그녀에게로 나를 인도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신효범의 노래.
언제나 단단하고 꽉 찬 그녀의 노래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온몸의 힘을 모두 뺀 듯, 마치 깃털과도 같이 가볍게 부르는 그녀의 창법에 아마 깜짝 놀랄 듯도 한데, 이 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고 또 아름다워져 즐겁기만 하다.
레전드의 발칙한 가벼움이 바로 레전드인 노래!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풋풋하고도 싱그러운 가사를 담고 있는 노래는, 마치 슬쩍 내 옆에 와 속삭이듯 말하는 레전드 보컬 음색과 더불어 중년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온몸이 잠시 간지럽고 쑥스러워지게 만들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흐뭇하고 마냥 좋기만 하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아름답지만은 않은 결말에 감당해야만 하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에 시작도 전에 먼저 살을 파고드는 그 두려움으로 그저 그 앞을 가로막고 애써 외면하기 급급했던 것만 같다.
어쩌면 혼자가 편한 거라고, 좀 덜 행복한 게 더 행복한 거라고 나 자신을 세뇌하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다시 돌고 돌아 수십 년 만에 깨닫게 되었던 건, 사랑이란 나 스스로 그렇게 제어가 가능한 게 아니라는 그 단순하고도 평범한 진리였다.
다시 사랑할 수 있냐고? 정답은 노래 속 가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하나요
작사 : 이재경
작곡 : 이승환
노래 : 신효범
나를 바라보던 그대가 있고 난 모르는 척 지나치고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기웃기웃거렸던 거죠
처음 그대와 나 함께했던 날 그 누구보다 행복했죠
내가 설레었던 만큼 나를 사랑해 주는 그대
가끔 투정을 부려도 화를 내봐도 매일 같이 웃음만 보여
오 my love 바보처럼 웃지 마요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하나요
그대 날 떠나 혹시 혼자가 되면 아무것도 못할 거예요 그대 사랑해
매일 아침이면 나를 깨우고 내 머릿결을 쓰다듬고
내가 아플 때면 항상 나를 간호해 준 사람
가끔 속상할 일 있을 때만 어려운 일 생길 때도
나와 같은 맘으로 함께 고민해 준 사람
그런 사람이 나에겐 그대잖아요 매일 너무 사랑스런 그대
오 my love 바보처럼 웃지 마요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하나요
그대 날 떠나 혹시 혼자가 되면 아무것도 못할 거예요 그대 사랑해
가끔 투정을 부려도 화를 내봐도 매일같이 웃음만 보여
오 my love 바보처럼 웃지 마요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하나요
그대 날 떠나 혹시 혼자가 되면 아무것도 못할 거예요 그대 사랑해
내가 그리 좋은가요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지 그대 사랑에 날아갈 것 같아요
내게 너무 사랑스런 그대 내게 키스해 줘요 가끔 이유 없이 트집 잡을 땐 피곤해
나를 안아줘요 그대 토라지는 이유 아나요 사랑해서 그래요
my love 나도 그대 사랑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