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드 뜸드, 우리동네사람들 : 우리동네사람들 하나 - 1994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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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나요?
늘어난 흰머리 뽑기를 포기하고 염색을 고민할 때,
보기 싫은 주름을 가릴 기능성 크림을 찾기 시작할 때,
매일 먹는 영양제 숫자가 5개가 넘어갈 때,
저마다의 환경이나 감정에 따라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는 시기나 그 매개체는 다르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라진 나의 외모나 예전 같지 않은 건강 상태를 느끼기 시작했을 때부터가 아닐까 싶다.
사실 어쩌면 외모나 건강이 점점 그 활기를 잃어가는 건, 만물의 이치이자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불변의 것이기에 '영원한 젊음'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긴 하나 결국 우리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한다.
물론 잘 늙지 않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거나 정크푸드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 식단과 운동을 평생 습관화해온 철저한 자기 관리의 종결자, 아니면 자본주의의 기술을 통해 후천적 관리를 덕지덕지 받아온 사람들과 같이 믿기지 않을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언제나 좌절하는 나약한 우리들이지만...
그런데, 이런 외모/건강과 같은 신체학적인 부분 말고, 나의 가치관/태도/관계와 같은 정신적인 부분은 어떨까? 난 언제부터 정신이 늙기 시작한 걸까?
나 꼰대 아니거든?
대부분 나이가 차기 시작하는 중년의 사람들은 '불합리'의 상징인 이 꼰대라는 단어를 좋아할 리 없고, 자기 자신은 절대 꼰대가 아니라 굳게 믿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꼰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요즘엔 '젊은 꼰대'라는 답 없는 청년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어느 조사기관의 설문 내용의 결과에 가슴 뜨끔하는 나를 보면 나이와 꼰대의 상관관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도 같다.
어느 날 문득 어릴 적 극혐 했던 꼰대의 모습에 내 얼굴이 오버랩되는 그런 날이면, 난 온몸에 솟아오르는 극한의 한기를 느끼며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린 점점 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혹시 내가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들이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꼰대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오늘 소개할 여든아홉 번째 숨은 명곡은 그렇게 점점 색깔을 하나둘 잃고, 회색의 사람이 되어가는 요즘의 내 모습을 비추는 듯한 노래, 1994년에 발매된 우리동네사람들 1집에 실린 유준열 작사/작곡, 강승원 편곡의 '뜸드 뜸드'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부른 우리동네사람들은 김은조(보컬), 고은희(보컬), 김혜연(보컬), 강승원(보컬, 기타), 유준열(보컬, 기타), 심재경(보컬), 김고은(객원멤버), 박상욱(객원멤버) 총 6명(+2)으로 구성된 혼성 보컬 그룹으로 1994년 데뷔했다.
그룹의 리더를 맡은 강승원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음악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레전드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으로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러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 '더 시즌스'까지 모든 음악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 최초, 최고의
음악감독!
강승원은 김광석이 부른 불후의 명곡 '서른 즈음에'의 작사/작곡가로도 유명한데, 그는 이외에도 초코파이 CF 로도 잘 알려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성시경의 '태양계' 등을 만들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는데, 미국에서 배운 컴퓨터 음악의 지식을 가지고 90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세검정에 '노래은행'이라는 스튜디오를 열고 동물원 3집 음반을 녹음하게 되고 이후 1992년 동물원의 멤버이자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지붕 위의 별', '귀 기울여요'등의 원곡자로도 잘 알려진 유준열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우리동네사람들을 만들게 된다.
또 다른 멤버인 심재경은 강승원과는 서강대학교 동아리 '에밀레'의 선후배 지간으로 재학 중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광고회사에 취업하여 사회생활 중 그룹에 합류하게 되었고,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심재경의 아내가 된 김혜연, 홍대 동아리 뚜라미에서 활동했고 우리에겐 '사랑해요', 이문세와의 '이별이야기'로 잘 알려진 고은희, 저음이 뚜렷했던 '에밀레' 멤버 김은조, 동물원 김창기의 여동생이자 역시 '에밀레' 멤버였던 김고은까지 함께했다.
당시 LG미디어에 다니던 강승원의 오랜 친구이자 노래를 찾는 사람의 멤버였던 문대현은 이들 그룹의 음반 제작을 제안하게 되는데, 오늘 소개할 '뜸드 뜸드'가 실려있는 우리동네사람들의 유일한 음반인 '우리 동네 사람들 하나'가 만들어지게 된다.
1990년대 숨겨진 명반!
우리동네사람들의 첫 번째 앨범은 1990년 중후반, K-Pop의 중흥기이자 수많은 아티스트와 장르, 다양한 곡들이 쏟아졌던 화려함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시절, 소박하고도 잔잔한 음악으로 마음을 울렸던 명반이었지만 당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아쉽게도 이들은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혹자들은 이 앨범을 퓨전재즈 앨범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주관적 견해로는 재즈적 요소가 앨범 속 곳곳에 스며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 기반은 포크의 향기가 짙은 노래들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 동물원, 여행스케치와 같은 성향을 지닌 보컬 그룹이 맞을 것 같다.
총 10곡이 실린 앨범의 노래들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주옥같은 노래들로 꼭꼭 채워져 있는데, 대부분의 노래들은 강승원과 유준열의 곡으로 이 앨범에 재수록된 그들의 대표곡인 '서른 즈음에'와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을 우리동네사람들 만의 음색과 색깔로 듣는 것도 재미나다.
오늘 소개할 제목부터 특이해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숨은 명곡, '뜸드 뜸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으로부터 점점 소외되어 가는 현대인의 웃픈 이야기를 유준열식 동화적 감성으로 풀어낸 노래로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마치 우리 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가슴속 깊이 와닿는다.
30년 전에 예견한,
지금의 우리들 모습!
'뜸드 뜸드...', 제목 그대로 마치 리듬을 타듯 드럼의 베이스 킥과 함께 멤버들의 합창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동화 속 행진곡과 같이 흥겹고 즐겁기만 하다. 한 소절이 지난 후 어디선가 슬쩍 나타난 어쿠스틱 기타가 함께 '뜸드 뜸드' 보컬의 화음이 합을 맞추고 이윽고 말하듯 노래하는 유준열 특유의 보컬과 리드미컬한 베이스가 등장한다.
뛰어난 가창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진 유준열의 목소리는 이런 류의 동화적 상상이 가사와 멜로디 하나하나에 가득 묻어 있는 노래와 정말 잘 어울려, 목이 터져라 기타 치고 노래 부르며 밤새웠던 30여 년 전 오랜 친구의 골방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노래는 포크로 시작하여 재즈로 끝나는 재미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후렴구에 합세한 피아노와 트럼펫의 연주는 노래가 진행될수록 그 존재감이 서서히 드러나고 노래 말미에 15초간 빠르게 변하는 재즈 연주는 이 시간을 위해 참아왔다는 듯,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는 듯하다.
마치 그저 숨죽여 참고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들 모습처럼.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마음을 숨기나 봐.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서워지는 건, 늙은 주름이나 흰 새치, 예전 같지 않은 스태미나가 아니다.
경험과 연륜이 많다는 이유로 작은 실수조차도 쉽게 용납되지 않는 우리이기에, 혹여나 무심코 던진 나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가 혹여나 사람들에게 오해받을까 봐 무서워진다 것이다.
'쯧쯧, 나이를 헛으로 먹었나...'
찬란하고 눈부셨던 나의 색깔은 조심스러워져 이젠 눈에 띄지 않는 회색이 되어가는 것만 같고, 그대로 드러나지 않게 숨죽이며 세상 속을 살아가는 게 맞는 거라 생각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리 억울해하지만은 말자.
슬픈 날이 와도 걱정거리가 하루하루 늘어나도 우리에겐 익숙하고 무뎌졌기에 쓰러지지 않고 끝내 버틸 수 있는 강인한 맷집이 생겼고 또 예전엔 알아보지 못했던 주위의 아름다움을 돌아볼 수 있는 푸근함이 우리안에 가득 있으니...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까?
뜸드 뜸드~!
작사 : 유준열
작곡 : 유준열
편곡 : 강승원
노래 : 우리동네사람들
뜸드 뜸드 뜸드 뜸드 뜸드 뜸드 뜸.
뜸드 뜸드 뜸드 뜸드 뜸 뜸 뜸 뜸
뜸드 뜸드 뜸드 뜸드 뜸드 뜸드 뜸.
뜸드 뜸드 뜸드 뜸드 뜸 ..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마음을 숨기나 봐.
세상은 왜 점점 회색으로 변해만 가는 걸까.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표현이 되질 않아.
그래서 답답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슬퍼-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까...
슬퍼-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까...
어제처럼 슬픈 날이 와도 익숙해졌잖아.
하나둘 걱정거리 늘어가도 그만큼 무뎌졌잖아.
도시의 좁은 골목까지 이제는 정이 들어.
늦은 밤 큰 강을 건널 때 너무나 아름다워.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